요즘 농촌 들녘을 보면 풍요롭기 그지없다. 양파·마늘 수확이 한창이고, 모내기 모습 등이 텔레비전에서 방영되는 전원 그 자체 풍경이다.

그러나 이면에 감춰진 농촌의 작금 현실은 눈으로 보고 느끼는 것과는 사뭇 다르다. 말붙이기가 어려울 만큼 농민들의 가슴은 까맣게 타들어 가고 이야기 속에는 한숨 뿐이다.

6월의 땡볕에 그을리며 구슬땀으로 거둬들이는 수확의 기쁨은 찾아 볼 수가 없다. 뿌린 만큼 거둔다는 옛 이야기는 농사짓는 만큼 손해 본다는 게 절절하게 느껴진다. 배운 것이 도둑질이라고, 할수 있는 것이라고는 농사밖에 없어 또 다시 농사를 짓게 된다는 농민들의 절박한 심정이지만 희망은 어느 곳에도 없다.

일각에서는 농산물 가격이 폭락, 폐기 처분할 바에 주변에 나눠주면 되지 않겠느냐는 말도 한다. 하지만 농사꾼 입장에서는 오히려 가격이 비쌀 때는 쉽게 베푸는 것도 폐기하는 참담한 현실에서는 양파 한망 얻기도 죄짓는 실정이 됐다.

애시당초 농민들은 개인 인건비는 치지도 않지만 요즘 농민들은 종자대, 인건비, 운송비 등을 제하고 나면 남는 게 없다. 그러나 후기작물을 위해 어떻게든 제때 작물을 거둬내야만 하는 농민들을 보면서 국가가 사회적 일자리 창출을 한답시고 별의별 대안을 내놓고 있지만 농민들처럼 사회적 일자리 창출을 하는 사람들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 매년 무안지역은 5∼6월 두달 동안에만 양파·마늘 수확 등을 위해 연인원 5만5천여명의 인부가 필요하다. 이렇게 볼 때 어느 대기업들이 이 짧은 기간에 이만한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겠는가 싶다.

이렇게 본다면 농민들을 이제 일자리창출 개미기업꾼들로 보고 우습다싶지만 대안마련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특히, 농촌은 갈수록 고령화되면서 인력시장은 평균 70대가 주류인 점도 향후 인력난 해결을 위해 대학생, 군인들의 봉사에만 기댈 것이 아니라 자원봉사자들에게 조금이나마 금전적 보탬이 되는 지원책 마련으로 노력봉사를 유도해 볼 필요가 있다.

그런데도 정부를 비롯한 행정과 농협은 농민들의 인력난을 근본적 대안보다는 매년 반복되는 군인, 기관·사회단체의 노력봉사에만 의존하는 경향이 짙다. 특히, 행정은 정부의 지침에 따라 현실과 다소 먼 탁상공론 농정을 펴는 감이 없지 않고, 예산은 나눠주기 아니면 연례적인 사업비에 투자하는 안일한 반복의 연속이었다.

농협 역시 농민을 위한다고 명분은 두고 있지만 이면에는 농민들의 예수금과 또 일부 조합원의 계약재배 농산물로 생색내 왔다. 지금이야 많이 개선되고 있지만, 그전까지 일부 농협들은 판로개척보다 수매한 농산물을 창고에 저장했다가 기회를 봐서 매대 판매하는 관행으로 비교적 편한 농협 정책들을 펴 왔음을 부인할 수 없다.

행정 리더자나 농협 조합장들이 농민들에게 약속한 공약을 지키려는 최소 노력과 정말 농민들의 가슴에서 나오는 소리를 들으려는 낮춤의 자세가 있었다면 지금 같은 상황까지는 초래되지 않았을 것으로 사료된다.

무엇보다 요즘 농산물 가격폭락에 따른 소비처는 예전과 크게 다르다. 과거 양파파동이나 농산물 가격하락 때는 가계 경기가 지금처럼 어렵지는 않았기에 소비자들에게 하소연하며 소비촉진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작금의 현실은 국가 총체적인 경기침체와 맞물려 천원 한 장 내놓기 무서워하는 소비자들의 가계심리 때문에 하소연 소비에도 한계가 있다.

고사리 손도 빌려야 할 만큼 일손이 부족한 요즘 농산물 폭락으로 사면초가에 처한 농민들을 그들의 고통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지역 리더자들의 머리에서 나오는 대안보다는 묵묵히 농사짓는 농군들의 목소리에서 현실적 대안을 찾는 행정과 농협 중심의 토론이라도 한번쯤 이루어 졌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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