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무안갯벌의 열 두 달‘갯것들’-⑩
목포대 도서문화연구원 김경완 연구원: 생태·문화자원을 찾아서

지난주 무안생태갯벌센터(이하 갯벌센터)가 대대적인 개관식을 갖고 관람객을 본격적으로 맞게 됐다. 무안갯벌을 널리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다. 그런데 과연 무안갯벌은 어떤 곳일까? 갯벌센터를 찾기 전에 잠깐 무안갯벌이 가진 의미를 알아보자.

▲데크위를 걷고 있는 모습

무안갯벌은 우리나라 갯벌보전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무안갯벌은 하마터면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었다. 영산강종합개발 4단계사업으로 인해 목포 북항에서 시작해 압해, 운남, 지도, 해제를 거쳐 영광까지 방조제로 연결될 계획이었기 때문이다. 다행히 매립계획은 1998년 백지화되었다. 정부가 비로소 갯벌을‘쓸모없는 땅, 매립해야 할 땅’이라는 관점을 포기한 사례가 되었다. 그 후, 무안갯벌은 2001년 연안습지 최초의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되면서부터 각종 보호지역으로 새롭게 거듭난다. 갯벌센터가 계획되고 추진된 것도 이와 같은 중요성을 널리 알리기 위해서다. 2008년에는 무안갯벌이 우리나라 연안습지로서 순천만에 이어 두 번째로 람사르 습지로 지정되었다.

이란의 카스피해 연안에 위치한 휴양도시‘람사르’에서 따온‘람사르협약’은‘물새의 서식지로서 국제적으로 중요한 습지’를 지정하고 보호하는 국제적인 약속이다. 무안갯벌은 람사르습지 지정요건 9가지 중 4가지를 충족시켰다. ①멸종위기종이 서식하고, ②생물다양성을 유지시키는 동식물이 서식하여 개체군을 유지, ③ 전세계 개체수 1%의 물새가 정기적으로 도래, ④ 어류의 먹이원 제공, 산란장, 생육장, 회유경로로 이용되는 조건이다.

람사르협약은 생물에 관심을 둔 것으로만 보이지만 여기에는 지역주민의 고유한 삶의 방식에 대한 존중도 포함되어 있다. 람사르습지 신청서에 해당되는 람사르정보기록지(RIS)에는 갯벌의 사회, 문화적 가치와 지역갯벌에서 진행되는 교육, 홍보, 대중인식 프로그램 전반에 대해 기술되어 있다. 한마디로 무안갯벌은 자연 환경 뿐 아니라 갯벌에서 생활을 영위해 가는 지역주민들의 전통적인 생활방식도 문화유산임을 확신케 한다.

이밖에도 무안갯벌은 국내 최초로 갯벌을 도립공원으로 지정할 때 선택받은 곳이다. 가히 갯벌보전 3관왕의 영예를 차지한 셈이다.

이 모든 내용들은 갯벌센터 내에서 모두 확인할 수 있다. 센터 로비에서 가장 눈에 들어오는 것은‘갯벌1㎡의 가치’라는 상징조형물이다. 자세히 보면 생물들과 인간이 어우러져 살아가는 모습이 담겨 있다. 이만한 면적의 갯벌에 2만 여종의 생물이 살아간다니 과히 갯벌은 지구상에서 가장 생물종다양성이 높은 곳이다.
첫 코스인 영상관에서 3D로 갯벌생물들을 친숙하게 만날 수 있다. 사전 예약을 했다면 이곳에서 전문가이드의 안내로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에 참여할 수도 있다.

갯벌생태관에 들어서면 선사시대의 유적인 패총이 한쪽 벽면을 차지하고 있다. 실제 패총은 무안 연안 곳곳에서 쉽게 관찰된다. 조개무덤인 패총을 통해 인간이 맨손이나 간단한 도구로 갯벌에서 먹을 것을 구하며 생명을 유지했음을 알게 된다. 갯벌을 이용해 온 수 천 년간의 기술과 지식은 지금도 우리들에게 고스란히 남아 있는 것 같다. 물때라고 하는 인식이 그중 하나가 아닐까? 생태관과 탐사관 양쪽 모두에는 갯벌을 만들고, 건강함을 유지시켜온 달과 태양, 지구의 관계를 알기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영상과 만질 수 있는 전시물이 있다. 갯벌놀이터 개념을 도입한 생태관 내에서 갯벌을 거닐고 갯벌 속에 손을 넣는 체험을 꼭 해 보시길 바란다. 현미경의 원리를 이용한‘델비전’을 통해 손에 잡힐 듯 움직이는 낙지와 각종 갯벌생물들도 빼뜨려선 안 될 흥미거리이다.

▲탐조중인 러시아여학생
갯벌탐사관에 들어서면 대형 낙지조형물이 눈에 띈다. 여기서는 만조와 간조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실험세트 앞에 서 보라. 간조차가 1m 내외인 동해안에 비해 4m를 넘는 우리지역과 비교, 관찰할 수 있다. 갯벌 속에 구멍을 뚫고 생활하는 다양한 갯벌생물들의 독특한 생태도 이해가 쉽다.

돌아오는 주말, 자녀들이 있다면 가족과 함께 갯벌센터를 찾자. 전시 중심의 실내 공간 외에도 야외에 설치된 데크를 따라 갯벌을 유심히 관찰하면 신기한 모습들을 지켜볼 수 있다. 설령 만조 때라도 상관없다. 바닷물이 가득 찬 경관도 국보급이니까. 갯벌센터는 그 자체가 살아 움직이는 자연공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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