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 무안갯벌의 열 두 달‘갯것들’-⑨
목포대 도서문화연구원 김경완 연구원: 생태·문화자원을 찾아서

본지는 새해를 맞아 목포대 도서문화연구원과 공동으로‘무안갯벌의 열 두달’이란 주제로 목포대 도서문화연구원 김경완 연구원의 무안지역 연안에서 생산되는 수산물에 대해 현장 취재를 격주간으로 20여회에 거쳐 연재한다. <편집자주>

갯벌의 건강성을 나타내는 지표종

“도요새는 동아시아 이동경로상 호주와 뉴질랜드에서 겨울을 보내고, 여름은 시베리아 일대에서 번식을 하기 위해 이동을 하는데 그 긴 여행중 중간기착지로 한반도 서해안 갯벌을 선택한다.”

갯벌의 건강성을 나타내는 지표종

▲ 알락꼬리마도요
이맘때 갯벌에 나서면 조용한 해안가 곳곳에서 “뿅, 뿅, 뿅 뿅”“삐욧, 삐욧”같은 소리들이 넘쳐난다. 청아하면서도 아름다운 이 소리의 주인공은 무안갯벌을 찾아온 도요새와 물떼새들이다. 나는 이 소리를 들을 때마다 해제 매안 바닷가 끝자락에 누워 어둔 밤 도요새 노래 소리가 가득 찼던 날로 되돌아간다. 마치 지상이 아닌 먼 천상의 어느 곳에 와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흔히 우리는 새들이 운다고 표현하지만, 서양에서는 노래한다고 표현한다. 엄밀하게 구분하면 새 소리는 지저귐(song)과 울음소리(call)로 나뉜다. 지저귐은 짝을 찾기 위한 구애행동에 속하며, 울음소리는 세력권의 표시나 의사소통과 관련된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에도 탐조(Bird Watching)라고 불리는 취미, 또는 여행이 점차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탐조란 자연상태의 새들을 관찰하고 즐기며 자연을 이해하고 알아가는 야외스포츠 활동이다. 외국에는 100년이 넘는 탐조단체들도 많다. 영국의 RSPB(왕립조류보호협회)는 1889년에 결성되어 현재 100만명이 넘는 회원을 확보하고 있다. 일본에도 1934년 창립된 일본야조회를 중심으로 수십만명의 탐조객들이 활동 중이다. 유명한 ‘니콘’ 브랜드도 이들의 뒷받침으로 성장해 왔다 해도 과언이 아니란다.

사계절 언제든지 볼 수 있는 텃새나 계절별로 우리지역을 찾는 여름철새, 겨울철새와는 달리 봄과 가을 한시적으로 무안갯벌을 찾는 새들을 나그네새라고 부른다. 도요 물때새류가 나그네새에 속한다. 무안갯벌 어디에서도 지금은 쉽게 도요새 무리를 쉽게 관찰할 수 있다. 일부 텃새화 된 무리도 있지만 도요새와 물떼새는 봄과 가을 약 50여종 이 한반도의 서해안을 찾아온다. 동아시아 이동경로상 호주와 뉴질랜드에서 겨울을 보내고, 여름은 시베리아 일대에서 번식을 하기 위해 이동을 하는데 그 긴 여행 중 중간기착지로 한반도 서해안 갯벌을 선택한 것이다.

남쪽 따뜻한 나라에서 여행을 준비하면서 도요새들은 자신들의 몸무게를 두 배 가까이 불리게 된다. 지방을 축적해 이동하는데 에너지로 삼기 위해서다. 이동은 무리를 이뤄 집단으로 하는데 보통 3일 낮, 3일 밤을 쉬지도 않고, 먹지도 않고, 자지도 않은 채 북쪽 한반도 서해안 갯벌을 향한 날개짓을 한다. 이때 충분한 지방을 축적하지 않은 새들은 중간에 낙오하기도 한다. 몸속 지방이 다 소모될 무렵 다행히 우리지역 갯벌에 도착하게 되고 이곳에서 다시 2주에서 4주 정도 충분히 쉬면서 먹이를 먹고 다음 여행을 위한 에너지를 확보한다. 한 철 이동하는 도요무리가 100만 마리라고 하면 이들이 갯벌에서 먹이를 먹는 양이 얼마나 될까? 갯벌이 건강해 다양한 먹이생물들을 공급할 수 있어서 다행이지 그렇지 않다면 도요새들의 여행은 불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다양한 도요류들이 관찰되는 갯벌은 갯벌생물종다양성이 풍부함을 반증하는 것이고, 많은 개체수의 도요들이 관찰된다면 갯벌의 생산성이 높은 것으로 이해된다.

▲ 동아시아-대양주 이동경로
도요새들은 시베리아 일대에서 짧은 여름에 맞춰 번식한 다음 2세들과 함께 다시 남쪽 월동지를 향해 이동한다. 이때도 서해안 갯벌은 중간기착지로 활용된다. 그리고 얼지 않는 땅 남쪽을 향해 날아간다. 그래서 도요새는 ‘가장 멀리 나는 새’노랫말 가사 속에도 남아 있다.

무안주민들은 도요새와 물떼새를 통칭 ‘대깽이’라고 부른다. 대깽이는 무안 외에도 전남과 전북지역에서도 비슷하게 통용된다. 대깽이에 대해 주민들은 ‘부리와 다리가 길고 갯벌속 게와 갯지렁이를 잡아먹는다’고 설명했다. 이 특징에 비춰볼 때 대깽이는 ‘마도요, 알락꼬리마도요, 중부리도요’ 정도로 압축된다. 실제 이 세 종 모두 무안갯벌에서 쉽게 관찰할 수 있다. 그럼 도요새보다 좀 작고 빠르게 움직이는 물떼새류는 어떻게 인식되고 있을까? 이들을 따로 부르는 이름은 없다. 관심도 없는 것 같다. 이처럼 ‘대깽이’에 대한 인식 정도가 낮은 것은 도요 물떼새들이 어민들의 갯벌어로에 방해가 되거나, 손해를 끼치는 일이 없기 때문이 아닐까? 그렇다고 특별히 이익이 되는 일도 없는 탓이리라. 일부 지역에서는 도요들이 조개치패를 몽땅 잡아먹는다고 어민들이 반발하기도 하지만 대체로 어민들에게도 도요새와 물떼새는 친숙한 존재로 남아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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