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품바의 뿌리를 찾아서 - ④<김대호/성화대학 겸임교수>
4. 일로품바의 활성화와 자원화 과제

지난 2월19일 무안군 청계면 도대리 일로품바전수관에서는 ‘일로품바 활성화와 자원화에 대한 워크숍’이라는 의미 있는 행사가 열렸다.

성화대학 김대호 겸임교수의 사회로 이윤선 목포대학교 도서문화연구원 교수의 ‘품바와 무안, 장소화 전략’이라는 기조발제를, 정유철 전남일보 논설위원, 박관서 다도해문화예술교육원 원장, 정삼조 남도문화디자인연구소 소장, 김승덕 품바4대 고수의 토론이 이어졌다.

이날 토론회를 통해 일로품바의 발전전략에 앞서 두 가지 과제가 무안군에 주어졌다.

‘일로품바는 한국품바를 대표할 수 있는가?’와 김시라의 연극품바와 난장품바 중 어떤 형식을 수용할 것인가 하는 문제였다.

(주)무안신문사에서는 일로품바의 글로벌 관광자원화를 위해 반듯이 해결해야 할 ‘품바의 대표성과 장소성’ 문제와 ‘일로품바의 자원화 전략’에 대해 대안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이에 따라 김대호 성화대학 겸임교수의 일로품바의 역사적 고찰과 자원화를 주제로 원고를 4회에 걸쳐 게재한다.<편집자주>

▲ 지난해 승달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제5회 전국품바명인대회’에서 관객이 흥에 겨워 덩실 춤을 추고 있다.

▲자생성과 지속성 해답, 소프트웨어 YSE 하드웨어 NO

전국의 자치단체는 치열한 전쟁 중이다. 지역발전을 위한 장밋빛 청사진과 화려한 축제가 범람하고 있다. 그러나 개발에 따른 각종 후유증과 화려한 축제의 뒤끝의 허무함만 넘친다.

예산확보와 이벤트성 개발행위가 평가기준이 되는 공직사회의 성과주의 결말은 늘 자생성과 지속가능성을 상실한 시설물들이다. 최소한의 유지관리 비용은커녕 관리 주체를 놓고도 설왕설래한다.

일본과 서구사회를 동경하는 용역설계 박사들의 소위‘선진지’지상주의에는 지역은 없다. 차별성 없는 재탕 삼탕 페이퍼플랜은 몇 달 안 되어 창고행이고. 주민들과 지역 시민단체의 주장은 듣지만 반영하지 않는 보고서 구색 맞추기다.

명분을 앞세우는 몇몇 단체들의 도를 넘는 선명성 경쟁은 하필이면 자치단체 예산배정을 앞두고 치열하다. 지역발전을 위한 대동단결에는 자꾸만 작아진다. 민의 유지관리(?)와 관의 통제에 달통한 공직자들은 줄서기에 바쁘고 이들은 자치단체장에게는 살 오른 계륵(鷄肋)이다.

그러나 최근 필자가 접한 무안군의 공직사회와 시민사회는 지역의 역사문화를 활용한 새로운 정책개발이나 지역주민들과 어우러진 능동적 사업추진 능력(의지)을 갖춘 활동가들과 공직자들의 열정이 돋보였다. 특히 공직사회에 부는 향토자원에 대한 스토리텔링 열풍 또한 눈여겨 볼만 했다. 이제 향토자원 발굴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발전의 대세다.

무안군은 일로품바, 회산백련지, 초의선사, 배상옥장군, 영산강역사문화, 분청사기 등 다른 지역과 차별성 있는 발전가능성이 농후한 자원의 보고다.

무안군은 1400여 년 전 대승불교의 뿌리인 인도밀교의 첫 전래지로 추정되고 있으며 471년 전 우리나라 최초의 지방시장(일로)과 품바의 발상지이기도 하다.

또한 벽란도가 고려정부의 대표적 국제무역항이었다면 영산강은 민간과 정부를 아우르는 국제적 문화사상경제적교류와 소통의 공간이었다.

성장 동력을 확보한 자치단체들을 분석해보면 중구난방 식 분산투자는 없다. 지역발전의 근본적 실마리를 제공하는‘중심고리’를 선택하고 이를 통해 나머지 자원들의 연쇄적 상승을 도모한다.

따라서 세계의 다양한 문화가 교류하고 소통하는 중심 축으로 써 영산강 역사문화라는 큰 뼈대를 세우고 일로품바를 동력으로 자원화를 추진할 경우 회산백련과 일로 장시문화, 분청사기, 배상옥장군, 초의선사 등이 연쇄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 특히 회산백련과 분청사기는 동반발전 가능성이 농후하다.

여기에 문화산업 자원화 3T원칙은 기본이다. 탤런트(Talent 재능 있는 사람), 테크놀로지 (Technology 기술), 똘레랑스(Tolerance 관용)가 그것이다. 그러나 똘레랑스 없는 탤런트들은 지역화합을 가로막는 저해요인이다.

이렇듯 무안만이 가질 수 있는 향토자원의 특성을 제대로 담아 낸 지역발전전략을 마련하고 자생성과 지속가능성을 갖춘 주민사회단체와 공직사회가 하모니를 이루어 낸다면 지역의 미래는 장밋빛이다.

▲품바는‘장터의 엿장수’아닌‘거리의 철학자’

영산강의 역사문화라는 큰 그림에서 일로품바를 동력으로 한 지역발전의 방향을 설정하고 추진해 간다면 무안군은 명실공히 세계인들이 동경하는 아시아의 대표관광지로 거듭 날 수 있을 것이다.
일로품바는 무안군의 문화관광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 일으킬 수 있는 주요한 자원이다. 일로품바에 대한 학술적 정리뿐만 아니라 원천소스 발굴과 연행방식의 재현 및 전수체계의 확립도 필요하다. 전통의 복원을 바탕으로 한 창조적인 재해석은 일로품바를 한국을 대표할 수 있는 글로벌 콘텐츠로 만들어 내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기본은 소프트웨어를 중심으로 한 인적자원의 활성화이며 이를 통한 자생성과 지속가능성을 확보해야 한다.

이를 위해 당분간은 하드웨어에 대한 투자를 자제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된다. 발전 동력이 되는 사람에 대한 투자와 내적 동기부여가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무리한 사업추진은 개별인자들 간의 하모니를 연출할 수 없게 만들고 갈등과 분열로 이어져 사업좌초로 이어진다.

그렇다면 일로품바의 활성화를 위해 전제되어야 할 것들은 무엇인가?

첫째 =품바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전환이 필요하다. 그동안 품바에 대한 이미지는‘장터의 엿장수’,‘외설적인 밤무대 공연’,‘구걸하는 걸인’의 이미지로 굳어져 왔다.

그러나 이미 3회에 걸친 원고에서 밝혔듯이 품바는 민초들의 편에 서서 지배 권력과 1400 여년에 걸쳐 치열한 사투를 벌여온‘한국불교의 비밀 결사조직’이었다.

이를 위해서는 일로품바의 등록문화재를 추진하고 관련 자료를 체계적으로 정리해 각종 교육기관, 지자체, 방송언론 등에 배포하여 지역 문화유산 교육자료 활용해야 할 것이다.

품바는‘거리의 철학자’,‘저자의 음유시인’,‘민초들의 대변인’으로서 위상이 제고돼야 할 것이다.

둘째 =일로품바의 역사문화에 대한 학술적 정리와 아카이빙이 필요하다.

품바역사 1400년과 일로품바 471년의 흐름 속에서 신재효 선생과 김시라 선생의 역할은 상당한 의미를 지닌다. 특히 품바의 역사 속에서 김시라 선생은 무안군의 주요한 자원이라는 점은 재론할 여지가 없다. 이렇듯 그간 일로품바는 김시라 선생과 천사촌의 천장근에 의지해 왔다. 김시라 류 품바는 최초의 장시문화와 대승불교의 발상지인 일로장과 무안에서 비롯되었다는 차별성이 있다.

그러나 본인의 의지와 다르게 만연하고 있는 김시라 류 품바에 대한 맹목적 경외는 다양한 형태로 전승되고 발전되어 온 품바의 소리와 가락, 춤을 발굴하고 재현해 내는데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 품바의 장소성 문제, 다시 말해 소위 원조문제를 정리하는데 있어서 위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왜냐하면‘품바’는 김시라 선생이 창조한 것이 아니라 정리한 것이다. 참고로 한국학중앙연구원에는 진도군 군내면 덕병리 김연심씨의‘품바타령(1985년 채록)’ 등 무안 외에도 전남서남부지역 여러 곳에서 채록한 5건의 기록물이 소장되어 있으며 김시라 류 품바 외에도 전국 각지에는 다양한 형태의 장타령이 구전되어 오고 있다.

거시적인 관점에서 한국품바를 담을 그릇을 확보하는 것이며 이는 김시라 류 품바를 세우는 것이기도 하다.

따라서 전남서남부 지역을 비롯해 전국에 구전되어 오고 있는 다양한 형태의 품바(장)타령 혹은 각설이타령, 사당패, 471년 전 남창(일로)장 작악개걸자들, 1400년 전 대안혜공원효대사의 연행을 망라해 춤과 노래, 가락, 사설에까지 체계적인 학술정리가 이뤄져야 한다.

총지사, 법천사, 남창(일로)장 등 품바사적들에 대한 지표조사와 더불어 품바의 역사자원, 전통문화자원 등 인문사회적 연구체계를 구축하고 역사적 검증과 체계적 정리도 이뤄져야 한다.

또한 품바의 인도 전래설을 증명할 수 있는 인도의 사당패인‘밀교아쉬람’과 인도 품바인‘바울’과 한국 사당패와 각설이에 대한 비교연구와 교류도 필요하다.

일로품바의 문화원형과 인적자원에 관련된 각종 자료들을 취합하고 사료분석을 통해 데이터베이스화해 아카이빙 해야 할 것이다.

셋째 =일로품바의 원천소스 발굴과 연행 및 전수체계에 확립이 필요하다.

김시라 류 품바와 신재효의 장타령 이전의 원천소스를 발굴해 선점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문제다.

인도의 밀교 아쉬람과 바울들의 철학과 연행체계에 대한 학습과 신라의 대안, 혜공, 원효로 이어지는 초기품바, 고려의 연등회, 팔관회, 백희, 조선의 사당패와 걸립패들의 연행방식과 근대의 각설이, 장타령, 현대의 품바까지 아우르는 품바연행의 발굴과 재현이 이뤄져야 한다.

현재 일로품바보존회는 김승덕 극단 쟁이마을 대표(품바), 전영선 한국무대예술위원회 예술감독(무용), 김영희 담양판소리 전수관 관장(소리), 김경숙 아라리예술단 단장(가락) 등을 수준급 인사들을 영입해 전수체계를 갖췄다.

동시에 이들을 활용해 품바의 원형발굴과 재현, 전수체계 확립을 위한 프로젝트를 준비 중에 있다. 품바고수 김승덕씨는 곧 무안군민이 된다.

그러나 개인의 희생에 의존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품바의 종합예술화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품바전수자 외에도 원형품바소리, 품바고수, 품바무 등 전수자들을 담을 전수관 등 그릇을 준비해야 한다. 이는 일로품바 장소화 전략에 맞추어 추진돼야 할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일로품바보존회의 원형 품바무 재현이 막바지 단계에 있다는 소식인데 앞으로 원형품바, 원형품바가락 분야에 대한 발굴과 재현을 기대해 본다.

동시에 원형보존을 바탕으로 한 현대적 해석도 필요하다. 일로품바의 현대적 해석과 창조를 병행하면서 대중에게 쉽게 다가 갈 수 있는 지역의 대표적 문화콘텐츠로 개발해야 할 것이다.

넷째 =일로품바를 통해 이벤트에 치중하고 있는 축제문화의 획기적 전환을 추진해야 한다는 점이다.

6회째를 맞이하고 있는 일로품바명인대회를 비롯해 품바실버연극제와 올해 처음 치러지는 471주년 일로품바 페스티발은 고무적인 일이다.

일로품바를 통해 인도의 바울, 유럽의 집시, 남미의 인디오음악, 묘족 악사 등 세계의 소수민족, 미국의 히피음악까지 세계의 광대들이 한데 모이는‘세계집시페스티벌’혹은‘세계음유시인 페스티벌’형식의 축제문화도 고민해볼 과제다.

더불어 일로품바를 볼거리가 아닌 주민들과 관광객들이 한데 어우러지는 4계절 대동놀이문화로 정착해 연중 일로품바를 접할 수 있는 공간이 확보해야 한다. 영산강의 물류가 집적되었던 회산연방죽의 탄탄한 기반시설을 활용하는 방법도 있으며 총지사와 느러지포구, 구 일로장터 등도 좋은 공간이다.

다섯째 = 정삼조 남도문화디자인연구소 소장이 토론회에서 밝힌 바 있듯이 일로품바 장소마케팅을 통한 문화관광의 명소화 전략도 추진되어야 한다. 장시문화와 품바의 발상지라는 장소성과 더불어 전승, 예술, 교육, 축제, 연구와 연계해 무안의 대표문화역사자원으로 발굴하고 일로품바 관련 사적 즉 천사촌, 일로장, 총지사, 목우암, 느러지 등 영산강의 여러 포구를 아울러 스토리텔링하고 품바관광루트로 활용해야 한다.

여섯째 = 일로품바는 가장 한국적이면서 가장 국제적인 문화 콘텐츠가 될 수 있다.

퓨전이라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난타와 뮤지컬 명성황후는 세계화에 성공했다. 변두리의 흑인문화인‘랩’이 세계대중문화시장을 석권했듯이 민초들의 문화에 일정의 형식이 가미되면 시대를 대표할 문화상품이 될 수 있다.

품바는 일종의‘한국적 랩’이다. 일로품바를 종합예술 형태로 발전시킨다면 가장 한국적인 뮤지컬이 될 것이며 이는 세계 공연문화의 중심이라는 브로드웨이에 내 놓아도 손색없는 자원이다. 관중과 공연자가 따로 없는 마당놀이 형식으로 세계 공연문화 시장에 새로운 전형을 제시할 것이다.

동시에 품바아카데미를 확장해 수준급 품바교육 기관으로 위치를 격상시키고 올해 첫 시도되는 일로품바스쿨을 세네갈의 모래학교나 인도의 비하르 요가스쿨, 인도 바라나시의 인도음악 아쉬람처럼 세계의 젊은이들이 참여하는 국제적 품바교육기관으로 성장시키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마지막 =일로품바를 지역경제에 막대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성장 동력으로 활용해야 한다.

품바는 경복궁과 제주도, 인사동과 더불어 한국을 대표할 4대 관광자원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주요한 자원이다.

한국최초의 시장인 일로장을 통해 한국 민초들의 문화와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장시문화지구와 세계인들이 한국의 문화예술을 접할 수 있는‘농촌형 인사동’,‘영산강 소리문화의 거리’등이 만들어 져야 한다. 세계의 젊은이들과 광대들이 교류하고 소통하는‘여행자의 거리’,‘광대의 거리’,‘예술의 거리’등도 좋은 방법이다.

또한 일로품바 관련 다양한 문화상품 및 농축산물 브랜드화, 각종 체험프로그램, 저자거리(프리마켓), 게스트 하우스 등 숙박업, 남도음식거리 뿐만 아니라 다양한 문화관광 산업이 동반성장 할 수 있으며 이는 무안분청, 초의선사, 회산백련 등과 동반성장을 통해 지역발전의 주요 재원을 보장하는 성장 동력으로‘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될 것이다.

아시아 대표관광지 무안, 어려운 일 아니다. 일로품바보존회 조순형회장은 품바활성화와 자원화에 대한 선결과제에 대해‘3년 간 하드웨어 대한 개발을 자제하고 자생성과 지속성을 확보를 위한 소프트웨어에 대한 지원’을 주문했다.

개발론자들이 중심이 되는 문화관광은 사업의 실패는 물론 지역경제와 주민들의 삶을 초토한 시킨다는 것은 이미 검증 된 것이다. 막대한 예산투자가 동반되는 명소관광의 시대는 갔다. 대중들은 이제 문화관광의 대상자가 아니라 참여자 혹은 생산자가 되기를 원한다.

지금은 자연과 생태, 사람과 문화가 중심이 되는 문화생태관광의 시대다. 그 근본은‘보기에 좋은’개발이 아니라 이야기와 행위가 중심이 되는‘노는 문화’가 있는 공간을 만들어 가는 것이다.

이미 진도군은‘소리’를 통한 문화관광 자원화에 성공했으며 장흥군은‘문학’, 신안군은‘자연생태’를 주요 동력으로 삼았다. 그러나 상당수 자치단체들이 문화관광의 방향을 잡지 못하고 갈팡질팡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성장 잠재동력이 풍부한 무안군은 선택받은 곳이다.

영산강의 역사문화라는 큰 그림에서 일로품바를 동력으로 한 지역발전의 방향을 설정하고 추진해 간다면 무안군은 명실공히 세계인들이 동경하는 아시아의 대표관광지로 거듭 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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