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승은 모르나니 고향이나마/ 사람은 못 잊는 것 고향입니다./ 생시에는 생각도 아니하던 것/ 잠들면 어느덧 고향입니다./ -중략-

시인 김소월은 이렇듯 고향에 대한 애절한 마음을 글로 남겼다.

사람에게 있어서 꿈엔들 잊을 리 없는 것이 부모 형제이고 고향이다. 타향살이로 외롭고 괴로울 때는 태어나고 자랐던 고향 하늘만 바라보아도 위안이 된다. 그런 우리 고향은 지금 가을걷이로 한창 바쁘리라.

하늘이 주신 흙, 황토에서 자란 밤고구마와 양파 등의 농산물과 청정의 해역에서 나오는 수산물을 먹으며 온화하게 살아 온 우리는 자랑스러운 고향을 둔 무안군 출신이 아니던가. 그런 고향을 두고 멀리 떨어져서 살 수 밖에 없는 향우들은 거리를 지나다가 귀에 익은 남녘의 말소리만 들어도 발걸음을 멈추었다. 생판 모르는 이도 무안군 출신이라면 반가워 두 손 맞잡고 흔들며 고향 소식을 주고받았다.

천리타향에서 향수를 달래는 일이 그토록 절실했기에 1988년 12월에 태동한 것이 재경무안군 향우회다. 향우회 모임에만 가면 가슴에 쌓였던 향수가 눈 녹듯 가셨다. 적응 잘 하고 인정미가 넘치며 적극적으로 살아온 향우들의 모임 자리요, 민주화 운동의 선봉에 나섰던 이들에게 정치판의 꾼들이 하와이 어쩌고 하는 천박하고 유치한 매도를 하여 말문조차 막혀버린 서러움도 씻어낼 수 있는 포근한 자리였다. 그처럼 형님 동생하며 고향의 땅덩이를 한 쪽 뚝 떼어 옮겨온 듯 풋풋하고 흥겹던 향우회 모임이 10여 년 전부터 흐지부지 되고 말았다. 2001년 3월 이후부터 그 두텁던 우정의 자리가 사라진 것이다.

어떤 모임이든 공명정대하고 순수해야 결속력이 있고 오래 지속된다. 특히 자생으로 이루어진 향우회의 리더는 애향심이 깊어야하고 사심이 없어야하며 책임감이 강해야 한다. 전 회장이 그러한 주어진 임무를 잘 했더라면 칭송 받았을 것이고 재경무안군 향우회도 오랜 동안의 공백이 없었을 텐데 몹시 안타까운 일이다. 그간 향우회 회관 건립비로 향우들로부터 찬조 받은 정성 담긴 금액 4,220만원의 구체적인 쓰임에 대해 향우들은 궁금해하고 있다. 이에 대해 납득할 만한 근거 자료가 제시되어 시원하게 풀렸으면 한다.

지금은 지방자치단체가 자리를 잡아 어느 곳이나 그들만의 이익을 위해 똘똘 뭉쳐있다. 따라서 타 시와 군의 재경향우회는 활성화되어 잘 운영하고 있는데 재경무안군 향우회만 문을 꼭 닫고 있었으니 부끄러운 일이었다.

고향을 사랑하는 이들은 이런 장기간의 침체된 분위기를 보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누군가는 나서야 했다. 그리하여 2008년 3월에 기업인, 상공인, 자영업자 모임인 면주회와 전 현직 공직자 모임인 승달회가 중심이 되어 재경무안군 향우회 재건 및 정상화추진 위원회를 결성하게 된 것이다. 6회에 걸쳐 회의를 하는 동안 조직을 정비하고 재건을 위한 모색을 해왔다. 전 장관과 전 국회의원을 비롯한 30분의 향우들이 한 자리에 모여 사무실에서 현판식도 가졌다. 그리하여 7회째에 이르러 심사숙고하여 투명한 절차에 따라 덕망 있는 분을 추대회장으로 선출해 놓고 재경광주전남 향우회에 등록을 마친 후 금명간 재 창립회를 갖기로 한 것이다.

헌데 지난 2010년 8월 28일 재경무안군 향우회장 이·취임식을 한다는 실체도 없는 조직의 초청장이 일부 향우에게 온 것이다. 무안군향우회 재건 및 정상화추진 위원회에서 그 소식을 접하고 규약과 절차의 부당성을 들어 만류하는 권고에도 불구하고 그분들은 강행하였다. 향우회 규약에 의하면 전 회장단은 2년간의 임기가 끝났고, 그 후 8년이 경과하여 이미 대표권도 의결관도 상실 된지 오래되었으므로 강행한 행위는 있어서도, 있을 수도 없는 일이었다. 그분들은 이미 임원 자격을 상실했기에 효력이 없음을 스스로 알고, 또한 재경무안군 향우회 재건 및 정상화 추진위원회가 결성되어 추진 중에 있음을 알면서도 수행한 것이다. 이러한 상반된 모습을 바라보는 우리 향우들은 참으로 안타까운 마음이다.

2010년 8월 28일의 재경무안군 향우회장 이·취임식은 객관적인 입장에서 보아도 잘 못 된 행위임이 분명하다. 따라서 전 회장단과 재경무안군 향우회 재건 및 정상화 추진위원회 임원진은 머리를 맞대고 숙의하여 뜻을 같이 해야 한다. 이제 우리 향우들은 재경무안군 향우회 재건 및 정상화 추진위원회에 거는 기대가 크다. 모든 향우들이 공감 할 수 있게 원칙에 따라 공정하고 신뢰되는 절차로 추진해서 바로 서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정상화 된 재경무안군 향우회 모임에서 종전의 화기애애한 모습을 되찾아 향우의 긍지를 느낄 수 있도록 해주기 바란다.

필자는 어느 편을 두둔할 이유도 두둔하지도 않는다. 단지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정당한 절차를 거친 명쾌한 임원진으로 구성된 향우회 자리에서 한 사람의 동향인으로 기쁘게 참여하고 싶은 마음뿐이다. 그리하여 연꽃 축제 이야기랑 무안국제선 비행기로 이웃나라에 다녀온 이야기를 나누며 고향의 향기를 마음껏 즐기고 싶은 간절한 욕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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