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 대 명절인 추석이 경기침체로 공휴일쯤으로나 여겨지는 분위기이다.

지역경기는 바닥에서 수 년째 일어나지 못하고 있고, 절기상 추수보다 빨리 찾아 온 추석은 햅쌀과 햇과일 수확을 기대조차 어렵게 해 체감경기는 더 어려워 보인다.

지난 14일 사실상 추석 대목장이었던 무안5일장은 지역 경기의 어려움을 한눈에 실감할 수 있었다. 흔했던 배추 등 각종 채소값이 혀를 내두르게 했고, 과일값도 만만치 않았다. 유난히 심술을 부렸던 지난 여름의 살인더위와 최근 지나간 태풍 등이 남긴 재앙의 여파였다. 결국 조상님의 차례상 준비에 인색하지 않았던 노부모들의 씀씀이까지 인색하게 만들었다. 물건보다 가격부터 물어 보는 것도 경기침체의 한 단면이었다.

지역내 상가들도 마찬가지였다. 한달여 전부터는 매출이 뚝 떨어졌다는 전언이다. 술자리나 회식도 줄었다고 말한다. 여기에 최근에는 낙지 중금속 논란도 음식점 등의 불황을 낳게 하는가하면 어가들도 지금쯤이면 낙지잡이 소득이 이어져야 하는 데 손을 놓고 있을 만큼 낙지가 잡히지 않고 있다.

그렇다고 벼 수확을 앞둔 농민들의 표정도 밝지 않기는 매 한가지이다. 대규모 대북 쌀 지원이 이뤄지지 않는 한 쌀값 폭락 걱정이다. 당장 자금 융통이 안돼 양파 모종구입비도 걱정이란다.

중소기업들의 경영난도 크다. 농공단지 내 모 업체 사장은 추석 때면 빚을 내 보너스를 챙겨 주기를 반복하고 있다는 하소연이었다.

문제는 이 같은 총체적인 경제 침체가 어느 것 하나 해결되지 않은 채 한가위를 맞게 되고 또 한가위가 지나더라도 당장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이번 한가위의 분위기이다.

그렇다고 추석을 모른 채 넘어갈 수도 없다. 어려울수록 함께 나누려는 마음의 정이 앞섰으면 싶다. 더불어 사는 삶의 일환으로 가능한 내 지역 상품 사주기로 중소기업이 지역 발전의 근간이 되도록 하고, 관심을 갖지 않으면 주변 사각지역으로 놓이게 될 수 있는 보육시설내 사람들, 그리고 독거 노인들에게 작은 관심이 필요하다. 가정이 그립고 가족사랑이 그리운 때가 명절에는 몇 갑절로 더해진다고 한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의 조상들의 풍성하고 여유 있는 추석이 수입농산물로 채워지고, 장기적인 경기 침체로 무색해 졌다. 그러나 우리 민족은 어려울수록 서로 나눔을 베풀어 왔다. 주변을 살피고 함께 어려움을 나누는 추석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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