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공정한 사회'라고 주장한다면 얼마나 많은 국민들이 납득할까?. 실상을 들여다보면 너무 다르기 때문이다. 하루가 멀다하게 터져 나오는 검은돈 수수, 각종 특혜시비는 정 · 관계뿐 아니라 사회 각계 분야에서 불공정한 단면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 동안 만연돼 있던 사회 병폐는 MB정부 8 · 8개각에서 우리사회의 고위층이나 부유층이 저질러 온 온갖 편법으로 국민을 기만해 오며 살아 온 삶을 단적으로 보여 주었다. 낙마한 김태호 국무총리나 장관 후보자들의 인사 청문회를 지켜본 국민이 공분(公憤)한 것도 그들만의 불탈법을 저지르고도 정당화시키려고 했던 때문이다.

설상가상 돌출한 외교통상부 장관의 딸 특채 사건은 착하게 살아가는 민초들에게 희망마저 빼앗아 가버렸다. 기득권층이 온갖 특혜를 누리고 각종 편법으로 권력을 이어가고 있음을 보여진 일례지만, 이는 '빙산의 일각'으로 보는 국민의 시각이 많다는 게 문제이다.

급기야 이명박 대통령은 집권 후반기를 '공정한 사회실현'에 화두로 삼겠다고 했다. 이에 발맞춰 감사원은 정부를 비롯해 자치단체에 대해 특채 관련 감사 방침을, 그리고 검찰은 공정한 사회 구현을 위해 강도 높은 수사를 약속했다.

하지만 철저한 감사와 수사에 대해 곧이곧대로 믿는 국민은 많지 않다. 용두사미로 끝나는 과거 전례가 많아 이번 역시 기득권층의 저항에 부딪쳐 유야무야 될 것이라는 생각이다. 각종 비리를 저지르고도 지도층이나 상류층 인사들은 변호사를 동원해 국민정서에 못 미치는 '솜방망이 처벌'사례가 비일비재해 '무전유죄(無錢有罪) 유전무죄(有錢無罪)'라는 말이 기억속에 사라지지 않는 한은 말이다.

부와 권력의 대물림은 우리 사회에 눈에 띄지만 않을 뿐 봉건시대와 같은 계급 구조가 굳어져 있고, 이로 인해 국민 사이의 불만과 불신의 골이 깊어져 왔다.

유 전 장관의 딸 특채 사건에서 보듯 특채는 서류전형과 면접만으로 선발하다보니 현대판 음서제도의 부활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특채는 공정성과 투명성이 전제된 가운데 특별한 능력이나 자격을 가진 사람 혹은 사회적 소수자를 배려해 제한적 경쟁을 통해 뽑는 것이다.

하지만 특채는 지금까지 특별한 층의 특별한 사람들이 누리는 경향처럼 여겨져 왔다. 이번 유 전장관의 딸 특채문제를 두고 국민들은 외교통상부만의 일이라고 믿지는 않는다. 지자체의 특채도 늘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지금까지 중도에 낙마한 단체장 대부분이 인사비리에 연루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이번에 감사원이 중앙부처와 일선 지자체의 특채 현황을 집중 감사한다고 한다. 문제가 있다면 투명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대책을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공직사회의 선진화는 공염불에 그친다.

'공정한 사회'를 향한 첫 걸음은 혈연, 지연, 학연으로 얽혀져 있는 공직 인사의 난맥상을 타파하고 반칙과 편법, 불법이 끼어들 수 없는 엄정한 원칙과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다. 구성원들이 신뢰하는 공동체적 게임의 규칙 곧 '경쟁의 규칙'이 전제돼야 한다.

공정사회 구현이 굴레라고 여긴다는 말도 이는 기득권층이 반칙, 편법, 불법을 죄의식 없이 방만하게 살아오다 보니 느낄 뿐이다.

한국 사회가 산업화와 민주화, 압축성장을 통해 성공을 거두 면서는 권위주의 시대의 유산들, 즉 편법과 반칙이 횡행됐다. 성공했다는 공직자들의 인사청문회를 보면 한결같이 위장전입하고 부동산 투기 등이 나타나고 있다.

공정성은 투명한 과정, 공평한 절차를 말한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선 규칙이나 절차가 너무나 손쉽게 위반됐고, 특히 기득권 세력, 가진 자, 잘사는 사람 대다수가 편법과 반칙을 일삼아 잘 나가고 부를 축적하며 성공하는 것을 우리는 많이 봤다. 정치인이 수억원을 받아도 약간 시끄럽지만 대충대충 넘어가다보니 선량한 민초들의 마음에는 원망이 가득 차게 됐다.

공정사회란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면서도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최대한 인정하는 것이다.

이번 기회에 대통령의 말이 나왔으니 정부와 정치권, 그리고 사정기관에서 책임을 지고 밀고 나가야 한다.

특히 이 과정에서는 기득권층의 '노블레스 오블리주'(사회 지도층에게 요구되는 높은 도덕적 의무)가 요청된다. 

공정사회 구현에 가장 큰 걸림돌은 기득권 세력의 저항이다. 기득권 집단이 순순히 양보하거나 내놓는 경우는 없다.

하지만 정부가 정치적인 구호에 그치지 않으려면 이런 저항들에 맞서 정면 돌파할 의지가 있어야 한다. 아울러 현 정부를 넘어서는 장기 프로젝트로 국민의 공감대를 모아 사회적인 저항을 줄이는 방식으로 추진해 나가면서 힘있는 사람을 미워하는 상대적 박탈감 등의 극복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돈만 있으면 한국이 가장 살기 좋은 나라라는 인식을 지우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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