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탄 봉명보건진료소 박은숙 소장

▲몽탄 봉명보건진료소 박은숙 소장
“째깐해도 야물고 당차기가 보통이 아니제! 하는 일 모두 열심히 힘껏 하는 사람이여. 남자들은 소장댁이라고 부르는디 얼마나 싹싹하고 친절한가 소문이 자자하제.”

몽탄면 봉명리 마을 정자에 앉아 있던 한 할아버지가 봉명보건진료소 이야기를 꺼내자 거침없이 소장 칭찬을 늘어 놨다. 연산업축제에서 선보였던 봉명진료소팀의 기공체조가 인상 깊어 취재 차 가던 길이었다.

봉명·달산·양장·청룡 4개리 주민 800여명의 건강을 책임지고 있는 봉명보건진료소에는 작은 키에 마른 몸이지만 일할 때만큼은 힘껏 하는 박은숙(58) 소장이 지역 주민들과 가족처럼 지내고 있다.

목포 골롬반병원에서 10년 동안 수간호사로 일하다 1984년 공직에 들어와 해제면 학송보건진료소로 첫 발령을 받았던 박 소장은 학송에서 19년을 일하고 7년 전 봉명보건진료소로 자리를 옮겼다.

매사에 적극적인 박 소장은 어르신들을 위해 무엇을 할까 고민하다 지난해 국민건강보험공단 무안신안지사의 도움을 받아 기공체조(국선도, 주2회)교실을 시작했다. 24명의 수강생 평균연령은 77세로 혼자 사시는 분이 많고 이 중 6명은 중풍으로 몸이 불편하다.

“시골엔 5분도 채 못 서 계시는 어르신들이 많아요. 그래서 앉아서도 할 수 있는 기공체조를 가르쳐드리기로 했죠. 홀로 사시는 어르신들을 규칙적으로 운동을 시킴으로써 흔히 발생하는 우울증을 예방하고 고립을 막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올 연산업축제 어르신 건강체조·댄스 경연대회에서 봉명기공체조팀은 관람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며 우수상을 차지했다. 물론 기공체조를 빼어나게 잘해서는 아니었다. 제 몸 가누기도 힘든 80∼90객 노인들이 부축을 받고 나와 앉아서 선보인 국선도는 정말 운동이 필요한 분들이 누구인가를 느끼게 해줬기 때문이다.

“지난해부터 기공체조를 가르쳐 드렸는데 1년이 넘어도 실력이 늘질 않더라고요. 정말 못했어요. 대회를 한달 남겨두고 어르신들 눈을 감게하고 물었죠. 대회에 나갈까요? 아니면 그냥 우리끼리 운동할까요? 한 분만 빼고 모두 나가자고 손을 들더라고요.

”어르신들의 적극적인 모습을 보니 실력을 따졌던 박 소장 스스로가 더 부끄러웠고 생각해보면 너무나 보람되고 행복하고 감사한 순간이었다.

기공체조를 배우는 장정순 할머니는“이 나이 먹고 백련축제 같은 큰 무대에서 공연도 해봤다”며“제 몸도 아픈데 우리 같은 노인들 돌보느라 가족도 내 팽개친 박 소장이 너무 고맙다”고 말했다.

젊은 층을 위한 에어로빅교실도 운영하고 진료소까지 찾아오지 못하는 어르신들은 가가호호 방문해 직접 진료를 봐드릴 정도로 주민들을 생각하는 박 소장은 이 지역의 나이팅게일이다. 박 소장의 싹싹함 탓에 지금도 첫 근무지였던 해제는 물론 현경, 청계, 일로 등에서 멀고 먼 봉명까지 박 소장을 찾는 어르신들의 발길이 꾸준하다.

“가정과 가족보다는 주민과 직장이 항상 1순위였다”고 자신 있게 말하는 박 소장은 목포에서 고등학교에 다니는 늦둥이 아들과 남편도 마다한 채 주말부부를 자청하고 있다.

특히 동네 사람들이 더욱 고마워 하는 것은 박 소장이 지난해 유방암으로 수술까지 받은 터라 그녀의 건강을 걱정하는 마음이 앞서기 때문이다. 그래서 주민들은 집에서 농약 안하고 키운 좋은 야채가 있으면 어김없이 박 소장 몫을 챙긴다.

하지만 박 소장은 오히려 주민들 걱정에 마음이 무겁다. 관할 지역에 15명 정도 홀로 사는 어르신들을 돌보고 있는데 기초생활수급자도 아닌 사각지대에 놓인 분들이어서 2년 후 정년퇴임이 다가올수록 이분들 걱정에 잠을 이룰 수 없다는 것이다.

박 소장은“자식이 있어도 도와주는 건 1년에 한두 번이고 땅이 있어도 현금은 아니고 돈이 있어도 못쓰는 분들, 그래서 하루에 한끼도 제대로 먹지 못하는 불쌍한 어르신들이 많다”며“정년퇴임 후에라도 이분들의 건강을 돌보고 한끼라도 따듯한 밥을 먹여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자신은 무료로 봉사하고 밥지어줄 한 분만 있다면 꼭 그렇게 하고싶다는 게 암 수술로 연장된 삶을 산다고 생각하는 박 소장의 마지막 소망이다.

그녀는“독지가가 나타나 구 봉명보건진료소 건물이라도 빌려 주거나 군에서 무상으로 빌려준다면 더 없이 고맙겠다”고 도움을 청했다.

저작권자 © 무안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