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의 다양한 특산품과 재래시장 즐겨

7월21일 여행작가협회에서 황토의 땅 무안으로 향했다.

▲강애나 시인 : 충북 충주 출신, 호주 거주, 호주 문인회원(2002), 문학사랑 해외 이사(2004년), 한국문인협회 회원(2005년), 중앙대학원 문예창작과 졸업(2006년-2008년), 창조신문사 신춘문예상(2009년), 문학사랑 해외 문학상(2010)

그곳에 어떤 것이 나를 기다릴지 알 수는 없었지만, 발걸음은 즐거웠다. 그런데, 발걸음이 너무 과해서 배가 고팠는지, 무안에서 내가 처음 방문한 곳은 연밥을 파는 식당이었다.

호주의 중국 연밥은 베이컨과 버섯을 넣었지만 여기는 곡물과 찰밥만 넣은 연밥이었다. 그리고 연으로 만든 맥주와 연으로 만든 연 잎차, 연 라면 등이 있다. 특히 연은 성인병과 혈액순환을 도우며 암을 예방하기도 하는 식품이다.

식사를 하고 난 후 연잎차를 시식하러 백련지 정자로 갔었다. 특별히 군청에서 보내주신 다도회(會)의 분 덕으로 연잎차를 차고 달게 마실 수 있었다. 특히 다과로 나온 오디양갱과 호박양갱의 특이한 맛 정말 좋았다.

연잎차는 따뜻하게 먹기도 하지만 주로 차게 달여 여름엔 시원하게 마시는 차로 유명하다. 정자에 앉아 큰 다기에 연꽃을 띄워 연잎차를 시원하게 타 먹는 맛은 정말 독특한 매력이 있었는데, 문득 호주에서 하이비스컷(무궁화)차를 달여 딸들과 마시던 게 생각났다.

차를 마신 후 백련지를 구경 갔었다. 칠월이라 백련은 아직 덜 피어 있었다. 아마 8월 중순 즈음 꽃들이 만개할 것이라고 한다. 그래도 백련이 몇 송이 핀 사진을 찍었는데, 백련 서식지에 살고 있는 우렁이 알들이 송알송알 연꽃줄기나 시멘트에 붙어서 꽃봉오리처럼 핑크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날씨가 장마철이라 항상 찌푸렸는데 그날따라 날씨가 너무 뜨겁고 밝은 날씨라 호주의 사막에 온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한편, 백련지 전시장 앞에는 예쁜 개구리 모형들이 있어 아이들과 함께 가도 좋을 것 같다.

청개구리 시를 보고 Rosy 둘째 딸에게 청개구리 동화를 읽어 주던 때가 무척 생각났었다. 이 시를 보며 무안이 아름다운 고장, 연꽃 같은 향기 있는 마을이란 걸 체험하며 행복했었다. 한편, 이곳은 백련지의 서식지로 이 속에는 오랜 세월이 바뀌어도 생태계의 변화 없이 고기들이 많이 있다.

나중에 해제 송계마을로 배를 타고 들어갈 때는 심청이로 환생하는 것 같아 기분이 한 마디로 "짱"이었다.

송계마을에 갯펄 체험에 들어갈 때 장화를 빌려 신고 들어가야 하고 버스와 배를 통해서 20분 정도 간 후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곳에서 호미로 바지락 (피피)을 잡을 수 있었는데, 금강을 캐는 기분이 어떤 것인지 다른 사람들에게 자랑하고 싶었다. 돌아가는 길에 배에서 사람들이 갯펄에서 잡은 낙지를 손바닥위에서 기어다니게 하는데, 얼마나 간지러운지 다들 웃음이 여기저기 묻은 채 돌아왔다.

무안의 특산 음식으로는 세발낙지가 유명한데, 먹는 방법이 아주 특이하다. 바구니에 낙지를 넣고 주물럭거리다가 낙지가 기절하면 다리를 하나씩 접시에 놓고 생 낙지를 먹는다. 하지만 이번 저녁에는 세발낙지를 맛보지 못하고 대신 낙지 초무침과 잎새주 한잔으로 저녁을 대신했다. 한잔 걸치고 나서 생각해보니 호주에서 먹던 헝가리안 파프리카를 넣은 오징어 요리가 생각났다.

이곳 향림 식당에서 먹던 낙지 초무침은 임금님도 사흘 잃은 입맛을 다시 찾을 것처럼 맛나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이 고장엔 지형적으로 적토(red soil)가 많아서 양파가 유명한데 그 맛은 달콤하고 시원해 양파김치를 담가 먹기도 한다. 무안은 양파 외에도 고구마, 감자, 옥수수, 밀 등 농산물이 풍부한 곳이다.

이튿날에는 톱머리 비치 호텔에서 머물며 김치찌개로 아침을 거하게 먹고 무안읍 오일장에 갔다. 이 장은 조선 전기의 임금 성종(成宗) 이후 세워진 시장으로 매달 4일부터 5일 간격으로 열리는 오일장이다.

무안 오일장에 들어서니 다양한 물건들이 싱싱하게 주인을 찾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수박도 맛나게 생겼지만 아저씨 말씀과 얼굴이 더 멋지네요" "아~! 이 수박 먹음 뚱뚱이 아지매 날씬이 되고 부어서 눈 못 뜨는 아지매 왕 눈깔이 되데 아지매 수박 사가소"

온갖 소음과 소리가 한데 어우러져서 듣고만 있어도 흥이 나고 정겨운 기분이 든다.

옛날 우리가 어렸을 적 먹었던 뉴-당원 그리고 고무줄놀이 할 때 쓰던 검정 고무줄. 아기 기저귀 고무줄, 무명실, 양잿물, 빨래비누 거기에 할미꽃 같은 할머니의 목소리가 애달프다. 우리 작가 팀들이 팔아 주는 바람에 개시했다고 자랑하는 젖갈 등 마른 채를 파는 민들레 같은 아주머니, 바닷가에서 나는 해초를 말린 거라는데 무쳐 먹음 맛나다고 사가라고 소리치는 구름에 둥둥 뜬 빗줄기 같으신 아지매, 자라고기, 미꾸라지 고기 먹음 생전 안 늙는다고 허풍을 치지만 밉지 않는 꽃분이 아지매까지 무안의 오일장에선 여행오지 않았다면 알 수 없을 우리네 이야기가 바람처럼 정수리를 간질이고 있었다.

무안에 와보니

한편, 머리에 보자기를 둘러매고 부지런히 장을 보는 연꽃 같은 할머니 두 분이 김치를 맛보고 있었다

오일장은 단지 향수를 자극하는 이벤트 정도가 아니라 이곳 고장의 중요한 물건을 구입하는 쇼핑센터이기도 하다. 호주에서는 벼룩시장이 동네에서 자주 새워지는데 그곳은 새것과 헌것을 수집해 파는 리사이클 마켓의 성격이 강하다. 반면, 오일장은 신선하고 새로운 사물을 마음껏 구경하고 구매할 수 있으니 문화체험과 함께 신기한 추억 만드는 데 아주 도움이 된다.

※강애나의 詩

무안에 와보니

영산강 월출봉 봉우리 아래
백련 홍련 하늘 휘젓는 푸른 양산
비 맞으며 또르르 모았다 고이면 내 보내는
욕심 없는 무안 사람들의 순박한 지혜

따가운 햇살 황토, 양파를 살찌워
광주 나간 아들 유학 자금
허리 굽어도 땀 흘려 보람된 농사꾼

바지락 낙지 한 아름 바구니에 
갯벌까지 가득 담은 아낙들이
무안읍 오일장은 파도를 몰고 온 낙지들
생필품을 사러온 할매 야매 파마에
장을 보며 내일 제사 걱정한다네

이 고장의 품바 각설이 깡통에
먹거리 찾아 웃음 선사했던 거지들  품바공연
꽹과리 장고 흥겨움이 살아 숨쉬는 문화적 유산

조금 해수욕장 감태는 바다의 푸른 골프장
쪼막게들이 갯펄에서 골프 hole, in, one을 한다

평안과 영화의 고장에서
한폭 동양화 같은 적토 산과 바다 
물안의 인심은 고귀한 학 같은 무안사람들
초이 선사지 연잎차로 선을 깨달을 때
수평선 구름속에서 무안은 홍련으로 꽃 피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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