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이나 민담 등 옛날 이야기를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 산업화 이전만 해도 우리나라 산천 곳곳에는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그 이야기들은 할아버지 할머니 입에서 구전돼 내려오면서 손자들에게는 동화보다도 인기를 얻었다.

그러나 산업화와 핵가족화로 이 모든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여유를 잃고 각박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요즘 들어 옛날의 할머니나 할아버지에게 들었던 이야기들이 새로 꾸며져 태어나는 스토리텔링(storytelling)이 무형 관광산업의 화두로 부상하고 있다. 스토리텔링은 사실에 기초한 이야기와 상상의 이야기로 관광객의 감성을 자극하는 기법이다. 역사, 전설, 문학 및 예술 작품, 인물, 영화, 드라마, 사건, 자연 등에 의미를 부여하고 이를 재미있게 해설함으로써 관광객에게 감동을 주는 새로운 포장술이다.

세계의 대표적 미래문제연구소인 코펜하겐 미래학연구소 소장을 지낸 롤프 옌센은 그의 저서‘드림 소사이어티’에서“정보사회의 태양은 지고‘이야기’가 중심이 되는 드림 소사이어티가 곧 온다”고 강조했다. 곧 미래의 전쟁이 콘텐츠 전쟁이 될 것이라는 것. 인터넷을 통해 정보의 독점이 불가능해진 네트워크 사회에서‘정보를 많이 가지고 있는 자’가 아니라‘멋진 이야기를 가지고 있는 자’가 시장을 지배한다는 것이다.
옌센의 예언처럼‘스토리텔링’은 관광객들에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볼거리보다는 이야기거리가 있는 곳을 찾는 다는 것은 인기 드라마만 방영돼도 촬영지가 관광지가 되는 것도 일례이다. 때문에 앞서가는 일부 자치단체는 아름다운 자연이나 역사유적 못지 않게 관광지에 얽힌 스토리 발굴을 중요한 요소로 삼고 이를 이벤트화 하는 노력을 하고 있다. 그 만큼 이야기와 테마가 있는 곳은 이제 무형의 관광자원으로 상품가치를 인정받게 되고 하찮은 지역도 최고의 관광지로 급부상되곤 한다.

무안의 각 지역과 명소에도 많은 전설과 민담이 있다. 관광객이 가장 많이 찾는 곳 중 하나인 회산백련지를 비롯 승달산, 몽탄 총지사, 영산강변 상사바위, 운남의 사도세자 정자 등도 이야기 거리가 될 수 있다. 이곳에는 토테미즘 신앙의 흔적도 묻어 있어 상품(이야기)만 가미한다면 그 가치가 다시 살아날 수 있다.
이들 이야기는 검증된 것이 아니라 구전되는 이야기나 자신들의 경험적인 판단을 가미한 것이지만 그냥 흘려 버리기에는 아깝다. 몽탄 파군교가 왕건과 관련이 있든 없든 구전돼 내려오는 이야기만 가지고도 충분히 역사적 관심을 끌어 낼 수 있는 관광자원이다. 더구나 논란이 될 수 있는 이야기는 학계와 일반인의 관심을 끌어 내 연구를 통한 새로운 사실이 밝혀진다면 무안의 좋은 재산으로 만들어 질 수 있어 스토리텔링은 관광자원의 좋은 계기가 될 수 있다.

로마를 여행하는 사람들이 스페인광장을 찾아‘진실의 입’에 손을 넣어보는 것은 이 조각품에 거짓말을 한 사람이 손을 넣으면 손이 잘린다는 전설 때문이란다. 기원전 4세기경 하수도 뚜껑이었던 조각품이 세계 관광객을 유혹하는 명물로 부상했는지 감탄이 절로 나온다.

벨기에의‘오줌싸개 동상’도 다녀온 사람들에 따르면 명성에 비해 너무 초라한 허무 관광 명소지만 이름을 날린 데는 스토리텔링이 얼마나 위력적인지를 보여준다. 볼품없는‘오줌싸개 동상’을 보기 위해 이곳을 찾는 관광객은 한해 무려 700만 명이란다.

청동으로 만들어진 60㎝ 크기의 오줌싸개 동상 하나가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흡인력은 바로 스토리텔링의 힘이다. 14세기에 프라방드 제후의 왕자가 소변을 보고 적군을 모욕했다거나, 폭설 속에서 죽어가던 아버지를 찾아 나선 한 소년이 오줌을 싸서 그 온기로 얼어붙은 아버지를 살려냈다는 이야기가 사람들의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또한, 독일 라인강가에 위치한‘로렐라이 언덕’도 132m의 절벽으로 이뤄진 언덕으로 관광객에게 별다른 감흥을 주지 못해 왔지만 실연 당한 금발의 여인이 투신한 후 물의 요정으로 환생, 절벽에서 노래를 부르면 사공들이 넋을 잃고 암초를 만나 빠져 죽는다는 섬뜩한 전설이 관광객의 구미를 끌어당긴다고 한다.

이에 견주자면 일로의 상사바위 전설과 비슷하다. 무안에는 백제때 축조됐다는 해제 봉대산성, 가수 윤심덕과의 사랑 이야기 주인공인 극작가 김우진의 초혼묘, 갯벌도립공원 함해만 등 지역의 역사, 문화 상품을 감동적인 이야기로 포장시킬만한 자원은 무궁무진하다.

단순한 사물에 이야기를 접목해 생명력을 불어넣는 스토리텔링은 지역의 문화관광자원의 재발견과 활성화라는 차원에서 매우 중요하다. 무안이 가지고 있는 역사적, 문화적 자원들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작업 즉 무안에 대해 공감하고 동화할 수 있는 스토리텔링 접목을 위한 추진전략 노력을 서두를 필요가 있다. 각종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과 장소와의 연관성을 추적해 관광자원으로 삼아 나가는 노력도 필요하다.

관광자원이 빈약한 지자체일수록 흥미진진한 스토리 발굴에 힘써야 한다. 우리 지역의 가로수, 건물, 독특한 음식 하나 하나에도 이야기의 옷을 입히면 색다른 관광자원이 될 수 있다. 역사는 왜곡할 수 없지만 포장만 잘하면 관광자원이 될 수 있는 만큼 예산이 허용된다면 지역의 문화 역사 소재로 이야기를 담을 수 있는 공모도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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