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밥을 한번만이라도 먹어보고 싶었던 시절이 있었다. 요즘 40대 중반을 넘긴 사람들은 가난한 가정에서 자라면서 쌀밥을 먹어보고 싶은 생각은 누구나 있었던 기억이다. 밥상에는 아버지 밥만 하얀 쌀밥이고 나머지 식구들은 보리밥이었다. 그도 부족해 많이 먹어봤으면 하는 시절이 불과 40여전의 모습이다.

그리고 70년대 녹색혁명으로 쌀이 자급자족되면서 양질의 쌀 재배로 매년 품질이 전환되고 있고, 기술과 우량종의 보급으로 풍년이 반복되면서 이제는 쌀밥을 먹기 싫어 안 먹는 세상이 됐다.

통계청이 지난 1월28일 발표한 2009년 양곡연도(2008년 11월∼2009년 10월) 가구 부문 1인당 양곡 소비량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74.0㎏으로 1일 소비량으로 환산하면 하루에 쌀 202.9g을 먹는 셈이다.

결국 남아도는 쌀 때문에 농업국가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

쌀 한포(20kg)가 양파 1망(20kg) 가격보다 낮다고 한다. 지난 4월말 양파 가격은 4만원을 호가하는 반면 쌀은 4만원 이하 심지어는 일부 RPC에서는 3만원 이하까지 거래되고 있다고 한다.

문제는 쌀값 하락이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전국 창고에는 재고미가 가득가득 넘쳐나 특단의 조치가 없는 한 올해 쌀이 생산되면 수매해 저장할 곳도 없다고 한다.

더구나 쌀 소비가 늘고 있는 것도 아니다. 인스턴트 식품에 밀려 요즘 선물로 쌀 한포보다는 라면 1박스를 더 고맙게 여긴다고 하니 쌀이 이렇게 천대받을 줄 누가 알았으랴.

이런 문제는 한 지방자치단체만의 문제라면야 직판장을 열든 향우들에게 구걸호소를 하든 간에 소비처를 찾을 수 있겠지만 자치단체 창고마다 넘쳐 나니 방법이 없는 가운데 농민들은 희망을 잃어 가고 있다. 식량은 안보 차원에서 지켜내야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쌀값 하락은 결국 벼 농사를 포기하게 만들어 오늘의 풍요가 머지않아 강대국의 식량 속국으로 전락될까 두렵다.

때문에 특단의 노력이 필요하다. 북한 정권이 밉다고 식량원조를 끊어 북한 국민들을 굶어 죽게 해서는 안 된다. 이도 안 된다면 UN이나 세계 적십자 등에 보내는 제3국의 지원 구호물품을 현물 쌀로라도 대책을 강구해 볼 필요가 있다.

또한, 쌀을 원료로 하는 각종 가공식품 개발에 지우너을 아끼지 말아야 하고, 일시적 땜방식의 정책으로 농민을 잠시 달래서도 안 된다. 아울러 대책작물 보조금과 휴경농 지원금을 현실에 맞게 늘려야 한다. 창고에 벼를 그득득 쌓아두고 보관비가 나가는 비용보다는 현실적인 대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농협들도 원칙을 가지고 계약재배를 통한 적정물량 재배 유도에 앞장서야 한다.

아울러 농민들도 매년 반복적으로 지어오는 관행농업을 탈피할 필요가 있다. 이제는 농사를 지어두고 무조건 수매를 보채더라도 저장 창고가 없다고 하니 대체작물 전환도 생각해야 한다. 최근 전남도가 논에 벼 대신 콩 등을 재배할 경우 지원할 수 있는 대상 농지를 농업진흥지역 밖의 논까지 확대해 오는 14일까지 6천여ha 접수받으면서 시군별 계획 면적을 세워 타 작목으로 전환하도록 하고 있다.

쌀 과잉생산을 막고 농가소득 안정을 위해 논에 벼 대신 콩, 옥수수, 사료작물 등을 재배하면 1ha당 300만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는 최근 수년간 쌀 풍작이 계속되고 소비는 감소하고 있는 반면 의무 수입량은 해마다 늘어 쌀 재고량이 적정비축 규모인 72만t보다 훨씬 많은 128만t되기 때문이다. 당장 이런 방법이 큰 도움이 될 수는 없겠지만 가을 추수 후 판로를 찾지 못해 고민하는 것보다는 낳을 수도 있다.

뻔히 불구덩이인줄 알면서 휘발유 통을 들고 불구덩이 속으로 들어가서는 안 된다. 물론 조상 대대로 내려온 관행농사를 하루아침에 변화시키기란 쉽지 않고, 대체작목에 대한 노동력이 벼 농사에 비해 많은 것도 사실이지만 정부의 현실적 지원책과 농민들의 변화는 시도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이번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정치인들도 쌀 대책방안을 하나씩 내놓으면 어떨까 싶다. 풍년이 걱정되는 요즘 세상을 배고픔만 앓다 돌아가신 조상들이 본다면 어떤 생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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