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군노인천국상징성 살려야
90세 이상 부부 관내 6쌍

부부관계는 촌수가 없을 만큼 가깝다. 그러나 함께 살아가면 반려자고 동지지만 등을 돌리면 남이다. 젊어서는 연인으로, 중년에는 동반자로, 늙어서는 간병인이자 평생친구로 살아가는 운명체이다. 험난한 삶의 여정에서 부부는 서로의 버팀목이자 세파를 헤쳐 가는 용기의 원천이다.
때문에 부부의 연을 맺어 즐겁게 평생을 살아 온 부부는 백 년도 짧다고 말한다.
사람이 태어나 백년을 산다는 것은 매우 어렵다. 특히 부부가 백년을 해로(偕老)한다는 것은 복이다. 본지는 새해 특집으로 무안지역 구순을 넘긴 부부를 취재해 그들의 삶의 여정과 건강 비결을 소개했었다.
지난해 12월 말 현재 무안군 관내 90세 이상 노인은 260명이다. 이들 중부부가 해로하는 경우는 6쌍에 불과하다.
몽탄면에 사는 김만복(93)·박봉운(93) 부부, 노옥례(90)·서성일(90) 부부, 청계면에 사는 임갑님(93)·정정섭(91) 부부, 박연순(92)·서영생(94) 부부, 현경면에 사는 최금례(91)·정순용(92) 부부, 운남면에 사는 장송자((92)·김차복(93) 부부가 그들이다.
하나를 주면 둘을 받고 싶은 이기심은 사랑이 아니라 거래란 것을 사람들은 잊고 산다. 99개를 주고도 하나를 더 주지 못해 안타까운 마음이 사랑이다. 자기희생과 상대에 대한 배려는 사랑 유지에 필수적이다. 황혼이혼이 급증하는 현대사회의 부부들에게 사랑이란 언제나, 한결같이, 같이 늙어 가는 것(偕老)임을 깨닫게 한다.
본지는 무안의 큰 어른으로 버팀목이 되고 있는 이들 장수 부부들의 비결을 정리해 보고 대안을 제시해 본다.                                                                                                       <편집자주>

무엇보다 나이 먹은 것이 흉이고, 오래 살면 자식들에게 누가 된다는 인식을 바꾸어야 한다. 한 세기를 산 90세 이상의 노인들은 지역의 역사이자 버팀목이며 경로사상 고취에도 산교육이다.


▲백련해로 구순(九旬) 부부들의 장수비결은?

① 규칙적인 운동
정순용(92, 현경면) 할아버지는 며느리가 바느질을 할 때면 바늘에 실을 꿰어 준다. 60세가 넘은 며느리는 시력이 나빠 바늘귀 꿰기가 어렵지만 할아버지는 쉽다. 정 할아버지는 매일 아침 6시에 일어나 동네를 한 바퀴 돌고, 매일 아침 신문을 읽고 틈틈이 책을 읽는다. 교통사고가 나기 전 90세까지 오토바이도 타고 다녔다.

서영생(94, 청계면) 할아버지는 매일 새벽 5시면 일어나 씻고 동네에서 5km쯤 떨어져 있는 무안CC까지 조깅을 즐긴다. 부인 박연순(92) 할머니도 단 10분도 가만히 앉아 있지 못하는 성격이다. 그러다 보니 집안 곳곳은 깔끔하게 정돈돼 있다. 부부는 무안 장날이면 버스를 타고 오일장을 다녀 올만큼 건강하다.

운남면 원동암 마을 김차복(94)·장송자(93) 부부는 일상 생활에서 가장 큰 기쁨이 아침에 같이 눈을 떠서, 같이 산책하고, 같이 집안을 가꾸고, 같이 식사하는 것이라고 한다. 김씨 부부는 화목한 결혼생활의 조건으로 존중과 양보를 꼽았다.

② 약간의 스트레스도 장수비결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가 소개한 건강하게 수명을 연장하는 10가지 비결에는 약간의 스트레스와 인내심은 신체의 자연적인 회복 메커니즘을 자극할 뿐 아니라 활력을 주고 노화과정을 늦춘다고 말한다.

이들 장수부부는 남존여비 시대를 살아왔다. 남편을 떠받들었고, 시집살이, 시동생들 키우기, 집안일과 농사일 도맡아 하기, 바깥일만 하는 남편에게 군소리 한마디 제대로 못하고 살아오면서 자연스레 인내와 배려, 양보로 일생을 살아왔다.

정순용 할아버지는 결혼 당시 만주를 오가며 백목장사와 보부상을 했다. 한달에 한번 혹은 꼴로 집에 들어왔고, 부인 최금례 할머니는 농삿일과 시부모님, 시조부모까지 모시며 안살림을 혼자 감당했다.

김차복 할아버지는 평생 배만 만들고 살았고, 부인 장송자(92) 할머니가 농사일을 도맡았다.

박연순 할머니는 장수비결 중 하나로 영감의 급하고 불같은 성격을 이해하려고 노력했던 마음이 화병없이 살아온 비결이었다고 말했다.

③건강에 좋은 음식과 소식
장수부부들은 하나같이 규칙적이고 채식 위주의 소식가들이었다.

특히 이들 부부들은 인스턴트와는 거리가 먼 된장국 발효식품과 시금치 같은 황산화 성분과 베타카로틴 등이 풍부하게 함유된 나물종류들을 즐겨 먹는다. 나물들은 곧 노화를 지연시켜 장수에 도움이 된다.

정순용 할아버지는 정량식사와 산책이다. 매일 아침 6시에 일어나 동네를 한 바퀴 돌고, 음식을 탐하지 않으며 밥 한 그릇뿐 양이 차면 숟가락을 내려놓는다.

박연순·서영생 부부에게 백년해로 장수비결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화목을 가훈으로 삼아 적게 먹고 규칙적인 생활을 해 온 덕이라며 부부가 서로 조금씩 양보하고 감싸 안으면 평생을 해로할 수 있다고 말했다.

④ 일상생활을 즐겨라
이들 해로 부부 중 할머니들의 공통점은 농사일이 없는 겨울이면 마을사람들이 모인 회관에서 어울려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한다.

임갑님(93, 청계면) 할머니는 귀가 들리지 않아 글을 써서 아내에게 대화를 요청하는 남편 정정섭(91) 할아버지와의 대화법은 황혼부부를 더욱 아름답게 했다. 지금도 마을회관만 가면 수다를 떠느라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 모르겠다고 말한다. 최금례(91, 현경면) 할머니 역시 마을 회관에서 시간 가는지 모르고 마을 사람들과 놀다오면 할아버지한테 미안한 마음이 든다고 할 만큼 좋은 인간관계는 장수의 비결이다. 부부는 나이가 들수록 서로가 서로에게 더 필요한 존재고, 관계가 부드러워야 한다는 것. 때문에 노부부들의 공통점은 동네에서 소문난 잉꼬부부 였다.

김차복(94, 운남면)·장봉자(93) 부부는 김 할아버지는 귀가 어두워 보청기를 사용하고, 장 할머니는 아직까지 글씨를 모르는 까막눈 때문에 자식들에게 전화 할 때도 할아버지가 번호를 눌러주고 할머니가 안부를 묻는 일이 하루일과의 일부일 만큼 서로의 필요성과 늘 함께 하는 일상이다. 매일 걸음걸이가 힘겨운 할아버지를 부축하고 젊은 연인처럼 손을 꼭 잡고 집 주변을 산책하다가 지루해지면 앨범을 넘겨보며 옛 생각에 잠기기도 한다.

⑤종교생활도 도움
노 부부들의 건강 비결은 종교생활을 통해 마음의 평화를 유지하는 것도 한몫 거들고 있다.

 박연순·서영생 부부는 평생 마을의 작은 성당을 다니고 있다. 예배가 있는 날이면 곱게 한복을 차려입고 성당에 도착한다고 한다. 최금례 할머니도 꾸준한 종교 생활을 하고 있다. 종교는 믿음을 통해 사후 세계를 약속, 현실에서 안정을 주어 생활하는데 큰 도움이다. 때문에 종교를 가진 사람이 무신론자보다 평균 7년 더 장수한다는 보고서들도 많이 발표됐다. 

⑥효자효부 함께 생활
6쌍의 장수부부들 중 남자 대부분은 젊었을 때 활동적인 사회생활을 했다. 반면 여자는 인내심과 애교가 많고 사교적인 성격이었다. 가족과 함께 생활하면서 장수부부들 중 2쌍은 아들 며느리와 함께 살고 4쌍은 같은 마을에 친인척이 있었다

정순용·최금례 부부에게는 함께 살고 있는 큰아들 정옥길(70, 송정1리 이장)며느리 김영임(65)씨의 지극정성 보살핌이 뒷받침하고 있다.

김차복 할아버지는 부부가 항상 건강하고, 항상 웃고, 오래오래 사랑을 해야 자식들이 건강하고 바르게 자라는 것이라며 다시 태어나도 할멈이랑 결혼하겠다고 말했다.

 

노인천국 무안, 차별화·특성화 부족

구순 노인 특별 지원(조례)책 절실

지난해 12월 말 현재 무안군 관내 90세 이상 노인은 260명이다. 이들 중부부가 해로하는 경우는 6쌍에 불과하다. 90살 넘는 사람 가운데 과반수는 독거노인,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으로 생활고로 위축받고 있다. 특히, 독거노인들은 고독함과 잔 병고에 시달리는 경우도 많지만 병원을 찾기보다는 내 병은 내가 안다며 그럭저럭 보낸다. 

무안군은 군정 역점 시책 중 하나로 노인천국을 추진하고 있다.

매년 노인천국 축제 개최, 게이트볼 대회, 노인대학 운영, 노인의료시설 운영, 노인재가복지시설운영, 노인생활시설 운영(무안군노인전문요양원, 에덴노인요양원 등), 노인여가복지시설 운영(은빛교실운영), 경로당 지원(난방비 등), 면단위 공중목욕장· 무료 경로식당 운영, 노인일자리 지원, 노인돌보미 지원, 독거노인 도우미 파견사업, 노인돌보미 지원사업 등 다양한 시책을 추진하고 있다.

여기에 85세 이상 노인에게 월 3만원 장수수당 지급, 95세 이상 장수노인 생신챙겨드리기, 재가 노인보행보조기 지급, 기초노령연금 등 각종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이들 시책 및 지원사업은 열악한 군 재정에서 보자면 분명 고군분투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에 따르면, 무안군의 노인복지 사업들은 타 자치단체와 비교했을 때 월등하고 모범적인 사례라 할 수 없다는 것. 복지 제공을 위한 인력적인 노력 외 관련 사업들은 대부분 타 자치단체들과 대동소이 해 노인천국이라는 단어를 사용할 만큼 차별화되고 특성화되지는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무안은 농어촌 지역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농번기 때의 농촌노인은 특히 외롭다.

노동능력이 없고, 혼자 사는 노인들은 바쁜 농번기를 맞아 갈 곳도 없고, 말벗도 없어 무료하게 낮잠을 자거나 주위를 배회하며 하루하루를 보낸다. 가벼운 일을 할 수는 있지만 집밖을 나가는 것을 피한다. 주변 사람들에게 걱정만 끼친다는 생각에서다.

때문에 일대일 개호(開戶) 방문 정착을 통한 전문 상담서비스 제공과 그동안 시행돼 왔던 각종 복지 정책들에 대한 심도 깊은 재평가를 갖고 구순 이상 노인들에 대한 특별 지원책이 별도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90세 이상의 노인 대상 1년 1회 이상 여행 보내 드리기, 장수수당 확대, 90세 이상 부모 봉양 자녀 혜택 부여 등 지원 조례(안) 재개정 등 사회안전망 구축도 그 일례가 될 수 있다.

무엇보다 나이 먹은 것이 흉이고, 오래 살면 자식들에게 누가 된다는 인식을 바꾸어야 한다. 한 세기를 산 90세 이상의 노인들은 지역의 역사이자 버팀목이며 경로사상 고취에도 산교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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