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만 큰 나무는 그늘이 없고, 한 그루의 나무로는 숲을 이루지 못한다’

올해 화두는 6월 2일 치러지는 지방선거로 꼽힌다. 당연히 비방과 비난이 난무하고, 혼탁이 우려된다. 하지만 교수신문은 2010년 새해 희망 담은 사자성어로 태평성대의 풍요로운 풍경을 의미하는‘강구연월’(康衢煙月)을 선정했다.‘번화한 거리에 달빛이 연기에 은은하게 비치는 모습’처럼 새해에는 분열과 갈등이 해소되고 경제위기에서 벗어나 강구연월의 시대가 열리길 기대하는 역설적 바램의 표현으로 보인다.

그러나 교수신문의 사자성어 선정의 진가는 한해의 말미에서 나온다. 그 해 사회 세태 정곡을 사자성어 한 단어에 담아 표현한다는 점에서 화두가 된다.

지난해 말에는‘바른길을 좇아서 정당하고 순탄하게 일을 하지 않고 그릇된 수단을 써서 억지로 한다’는‘旁岐曲逕(방기곡경)’을 선정, 한국 사회의 모습을 비유했다.

이는 세종시 수정, 4대강 사업 추진 등 굵직한 정책이 국민의 동의 등 정당한 방법을 거치지 않고 독단으로 샛길, 굽은 길로 돌아갔음을 비판하는 것이었다.

교수신문은 2008년에는‘병이 있는데도 의사한테 보여 치료받기를 꺼린다’는 뜻으로 과실이 있으면서도 남에게 충고받기를 싫어함을 비유한 호질기의(護疾忌醫), 2007년에는‘자신을 속이고 남을 속인다’는 도덕불감증 세태를 풍자한 자기기인(自欺欺人), 2006년 密雲不雨(밀운불우, 구름은 빽빽하지만 비는 오지 않는 상태로, 여건은 조성됐으나 일이 성사되지 않아 답답함과 불만이 폭발 직전인 상황), 2005년 上火下澤(상화하택, 위는 불 아래는 연못으로 소모적으로 분열·논쟁하고 갈등하는 현상), 2004년 당동벌이(黨同伐異, 같은 무리와 당을 만들어 이해관계에 따라 날카로운 대립각을 세우는 양상), 2003년 우왕좌왕(右往左往), 2002년 이합집산(離合集散), 2001년 오리무중(五里霧中) 등이 선정 됐었다.

그러나 교수신문이 매년 한해 동안 일어난 국가 일련의 사건을 한 단어로 집약해 꼬집는 사자성어가 있다면 개인의 지도자가 되기 위해 되새겨 보아야 할 사자성어도 많다.

지도자는 긴 안목으로 국가와 국민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든 이의 희망을 실현할 수 있는 올바른 길로 가고 있는지, 사익을 취하려다 공익을 망각하지는 않았는지를 성찰해야 한다.‘호랑이처럼 예리한 관찰력과 소처럼 신중한 행보’를 뜻하는 호시우보(虎視牛步),‘뿌리가 견고해야 가지가 무성하다’는 근고지영(根固枝榮),‘편안할 때도 위태로울 때의 일을 생각한다’는 거안사위(居安思危),‘남보다 앞서 일을 도모하면 상대를 제압할 수 있다’는 선즉제인(先則制人) 등은 정치 후보자들이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특히, 중국의 고전 후한서에 나오는‘고수미음(高樹靡陰), 독목불림(獨木不林)’의 뜻은‘키만 큰 나무는 그늘이 없고, 한 그루의 나무로는 숲을 이루지 못한다’는 의미로 혼자 잘나서 키만 키우는 독불장군은 주변에 사람이 없음을 지적했다.

조선 중기 유학자 율곡 이이는‘동호문답’(東湖問答)에서“제왕이 사리사욕을 채우고 도학을 싫어하거나 직언하는 사람을 좋아하지 않고 구태를 묵수하며 고식적으로 지내거나 외척과 측근을 지나치게 중시하고 망령되게 시도해 복을 구하려 한다면 소인배들이 그 틈을 타 갖가지‘방기곡경’의 행태를 자행한다”고 지적했다.

새해는 지방선거가 있다.

지방선거에 나서는 후보들은 지도층이다. 때문에 지도자가 되고자 하는 사람은 마음씨도 행동도 남다르게 모범적이어야 한다.

유권자들은 선거가 누가 더 나쁜 놈인지를 판가름하는 것이 아니고 누가 더 유능하고 훌륭한 사람인가를 가늠하는 잣대로 삼기 위해서는 선거를 앞두고 단골메뉴처럼 실체도 없는 유언비어와 후보 비방에 대해 지금부터 찬찬히 눈여겨 보고, 6월 지방선거에서 후회 없는 한표를 던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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