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상용 편집부 차장

▲ 서상용 편집부 차장
행정구역 자율통합 추진 대상 지역이 지난 10일 선정돼 무안반도통합이 결국 무산됐다.

행정안전부는 자율통합 건의서를 냈던 18개 지역 46개 시·군에 대해 최근 지방자치단체별 찬반 여론조사를 실시해 시·군에서 찬성률이 50%를 넘는 수도권 2곳, 영남권 1곳, 충청권 1곳을 통합 대상지역으로 선정했다. 무안반도 통합 등은 한 쪽 시·군이 찬성하더라도 다른 쪽 시·군의 반대율이 높아 성사되지 못했다.

여기에는 정부가 행정구역 개편을 위한 시범사업 성격을 띠었지만 불과 3개월만에 밀어 붙이기가 문제였다. 행정구역 개편 논의는 지난 2005년 정치권에서 논의돼 오다가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8.15 경축사에서 강조하면서 급물살을 탔다. 곧바로 행안부는 8월 28일‘자치단체 자율통합 지원계획’을 발표했고, 그후‘자율’통합이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일방적 통합을 강요했다. 행정구역 현행 체제가 113년의 역사를 갖고 있음에서 보듯 문화가 다르고 정서가 다르고 나라의 골격을 바꾸는 중대사인 만큼 신중을 기하고 세심한 준비를 했어야 했는데도 법적 근거도 없는 밀어붙이기식이었다.

이런 정부의 밀어붙이기기에 군민들은 등을 돌렸다. 통합이 생존권 문제이고, 지금까지 통합된 도농 지자체의 사례에서 보듯 농촌 지자체의 통합 시너지 효과는 거의 없었기 때문에 통합반대 주민들은 필사적으로 무안반도 통합을 무산시켰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무안 등은 찬반 군민 갈등의 상흔을 안게 됐다. 결국 군민 스스로 풀어야 하는 숙제가 됐고,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갈등은 더욱 깊어질 양상마저 없지 않다. 이에 대해 정부는 일말의 책임도 없이 되려 여론조사 결과를 두고 당초 예상보다 찬성이 높다고 고무적이며 이들 지자체의 통합 시 인센티브만을 재확인하고 있을 뿐 통합 실패 지역은 남의 나라 보듯 나몰라하는 책임회피가 깊다.

문제는 민주주의 취지를 어긴 쪽은 정부이다. 일부 지역에서 공청회도 제대로 치르지 못하는 파행 속에서도 시·군 통합에 대한 행안부의 주민의견조사는 실시됐다. 더구나 지난 12일에는 10일 발표된 전국 6곳 16개 시군 통합대상지역 중 2곳을 제외시켜 기준도 없는 정부의 준비성 부족을 단적으로 드러낼 만큼 이번 자율통합 추진은 부족함이 많다.

현행법상 시·군 통합의 절차로 지방자치법은 지방의회의 의견을 듣도록 하고 있고 주민투표법은 주민투표를 거치도록 되어 있다. 헌법재판소는 비록 지방행정구역개편이 국가사무라고 할지라도 지방자치단체의 자치권 및 주민의 복리에 긴밀한 연관이 있어서 주민의 의견을 듣고 또 지방의회의 의견도 반영할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므로 주민의 의견을 직접 듣는 주민투표의 실시사무는 자치사무의 성격을 갖는다고 보고 있다(헌법재판소 2005. 12. 22. 2005헌라5).

같은 논리로 지방의회에서의 통합에 대한 논의를 하고 이를 행안부에 개진하는 것도 자치사무이다. 그렇다면 지방의회가 행안부에 의견을 개진하기 위하여 의결을 하기 전에 주민의 의견조사를 할 것인지 여부도 자치사무 성격을 가지므로 주민의견조사는 당연히 지방자치단체가 주관해야 함에도 자치사무 감독관청인 정부가 직접 개입하여 대신 수행한 것은 위법이다. 행안부가 민간업체인 여론조사기관에 위탁하여 행한 여론조사 역시 법적 근거도 없고 지방의회 의견을 묻기 위한 선행 절차로 지방의회의 의사결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때문에 무안 등은 명분없는 밀어붙이기 통합에 반대했고, 경실련 및 시민단체도 정부의 자율통합을 법적 근거도 없다고 비난한 점을 정부는 겸허이 수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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