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상용 편집부 차장
농지법 제2장 제6조(농지의 소유제한) ①항은‘농지는 자기의 농업경영에 이용하거나 이용할 자가 아니면 이를 소유하지 못한다’고 되어있다. 이는 헌법 제121조 경자유전(耕者有田)의 원칙, 즉 농지의 소작제도를 금지하는 조항에 근거를 두고 있다.

하지만 1996년 농지법이 개정되면서 통작(通作)거리 제한이 사라졌고 2005년에는 농사짓지 않는 도시민도 사실상 무제한으로 농지 취득이 가능하도록 했다.

농지법은 1996년 이후 취득한 농지의 임대차를 금지하고 있지만 도시민이 시골에 간간이 내려가 직접 농사를 짓는다고 우기면 규제할 방법이 없다.

땅주인이 임차농 대신 직접 쌀 직불금을 받으면서 자경사실을 증명하는 편법이 동원돼 지난해 쌀 직불금 파동을 낳았다.

그동안 농민들은 자식에게 사업자금을 대거나 병에 걸려 큰돈이 필요할 때 또는 채무 상환을 위해 그나마 비싸게 주고 땅을 사주는 도시민들에게 농지를 팔고 경작만 하는 나름대로 그들만의 이해관계가 형성돼 온 것이 사실이다.

올해 정부는 부당수령을 막겠다며 임대차계약서 작성 등 임차농에 대한 쌀 직불금 신청 조건을 대폭 강화했다가 실적이 저조하자 기한을 10일 연장하고 부랴부랴 담당공무원의 확인전화로 신청이 가능토록 완화했다.

이 과정에서 1996년 이후 거래돼 임차가 안되는 토지인데도 농지법에 대해서 모르는 도시민들은 임차해준 게 맞다고 전화상 확인 해주고 아는 이들은 확인을 거부한다. 전자의 경우엔 스스로 농지법 위반을 시인한 셈이고 후자의 경우 임차농들은 쌀직불금 수령을 포기할 수 밖에 없다. 이러한 이유로 올해 무안지역은 쌀 직불금 신청면적이 지난해에 비해 17%나 줄었다.

농지법과 직불금을 함께 맡아보는 일선 담당공무원은 임차가 안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매몰차게 신청을 거절하지 못한다. 기한 내 직불금을 신청 받기도 바쁜데 농지법까지 따질 시간적 여유도 없고 그렇다고 농지법의 잣대를 들이댈 경우 지역주민인 임차농들만 애꿎은 피해를 보기 때문에 알고도 눈을 감는 것이다.
특히, 1996년 이후 거래된 농지에 대해 실재 매입자가 농사를 짓고 있는가를 확인해야할 의무도 공무원이 지고있고 그렇지 않다면 처분명령을 내리는 권한도 공무원이 갖고 있다.

이제 이달 말까지 직불금 부당신청자를 색출해야할 공무원들은‘딜레마’에 빠질 수밖에 없다. 임차농들에게 피해를 주면서 까지 농지법의 잣대를 들이댈 것이냐 말 것이냐 애서 말하자면 직무유기를 할 것인지 말 것인지 참으로 어려운 선택이 남아있다.

경자유전(耕者有田)을 규제완화라는 명목으로 경자무전(耕者無田)으로 바꾼 농지법이 소작농을 양산하고 공무원들 입에서“못해먹겠다”는 소리를 만들어내는 원흉이다.

문제는 그동안 손 놓아온 농지법 위반에 대한 수술 없이 직불금제도만 개선해봐야 영세한 농민들만 잡게돼 있다.

농지법상 통작거리 부활과 농지 구입시 자경 확인절차 강화 등 제도개선이 시급하다. 무엇보다 농지를‘투기’의 대상이 아닌 순수한‘농사짓는 땅’으로 생각하는 의식의 변화가 필요하다. 농지는 이 나라를 지탱하는 근간이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무안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