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한창 한방과장(무안군노인전문요양병원)
이제 오늘로서 한의학 칼럼도 마지막입니다. 차후에 또 독자 여러분들을 만날 기회가 있겠지만 일단은 오늘 글로 한동안은 서로의 안녕을 기원해야겠네요. 그동안 애독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평소 진료를 하다보면 무수히 접하게 되는 환자분들의 궁금점, 의구점, 의혹(?)에 대해 최대한 환자분들의 오해를 풀어드리고자 평소 노력해왔던 필자입니다.

실상 제가 한의사가 되지 않고 일반 환자로 한의원을 내원했어도 궁금해 했을 내용들이기 때문에 최대한 보통 환자분들의 입장에서 가장 친숙한 단어와 비유, 표현으로 풀어내고자 애써왔습니다. 그러던 차에 감사하게도 무안신문에서 이런 귀한 기회를 주셔서 평소의 제 바람(환자분들의 한의학에 대한 오해와 불신을 조금이라도 덜고자 하는)을 약간이라도 풀 수 있는 자리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또 얼마 전에는 무안병원에서 근처 노인대학의 대학생 여러분을 모셔서 한 시간 가량 한의학에 대한 전반적인 강의를 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상당히 알찬 시간이었는데, 사실 말은 강의지만(제가 아직은 강의를 할 만한 그릇은 못 됩니다) 일반적으로 환자분들께서 한의원에 오셔서 한의사에게 물어볼 만한 일반적인 질문들, 궁금점들에 대해 제가 답변을 해드리는 시간이었습니다.

강의에 참여했던 분들의 모습이 아직도 선한데, 한 시간 가량의 질문과 답변이 오간 뒤에 상당히 후련한 표정으로 앞의 강사를 쳐다보던 그 분들의 모습에 상당한 보람과 희망을 느꼈습니다.

사실 요즘의 한의사들은 매체에서 연일 터지는 한약관련 악성 기사들 때문에 예전에 비해 그 위상이 상당히 떨어진 상태입니다.

물론 한의사들의 잘못도 크지만 (이번 노무현 대통령 서거에서 보듯) 매스컴이 심하게 다루는 측면도 없지는 않아, 한의사들의 마음의 답답함은 이루 말 할 수 없을 지경입니다. 오늘은 마지막 칼럼인 만큼, 한약에 대한 오해를 풀어보는 시간을 갖고자 합니다.

첫번째  한약은 간에 안 좋다?

일 년이면 100번 이상 듣는 질문입니다. 제가 이런 질문에 가장 먼저 말씀드리는 답변은 이겁니다.

“한약이 간에 안 좋고 중금속, 농약 때문에 약을 복용하는 사람에게 문제가 생긴다면 그 순서는 1번이 한의사일 것이고 2번은 한의사 가족이 될 겁니다.”

우리나라에서 한약을 가장 많이 먹는 집단이 누구일까요?

 생각할 필요도 없이 한의사 집단입니다. 그리고 그 다음은 한약을 원가 혹은 공짜로 먹을 수 있는 한의사 가족들이 두 번째입니다. 사실 이 답변은 정확한 답변은 아니지요. 하지만 질문을 한 환자분은 어느 정도의 안심을 하게 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럼 구체적인 해명(?)을 하겠습니다. 한약 중에는 간에 부담을 주는 약재들이 있습니다.

일명 간독성 약재라고 합니다. 대표적으로 부자, 반하 등이 있죠. 이런 약재들은 간기능검사(LFT) 상 그 수치가 정상 범위에서 벗어나 있으면 가능한 한 피해서 써야할 약재들입니다.

요즘은 한의원의 문진 과정에서 꼭 간수치에 대한 질문을 드리는 것이 대세이며, 환자를 어느 정도 보아온 임상 경험이 있는 의사는 환자의 간에 문제가 있는 경우 대개 문진, 맥진과정에서 알아채게 됩니다. 간에 문제가 있을 때 나타나는 대표적인 증상들입니다.

1. 입이 쓰고 식사를 조금 밖에 안했는데도 헛배가 부르고 음식냄새가 싫다.
2. 얼굴에 생기가 돌지 않고 초췌하다. 눈의 흰자위가 노랗게 변한다.  
3. 우측 늑골 밑에 묵직한 감이나 통증이 느껴지고 오른쪽 어깨가 자주 아프다.
4. 해질 무렵만 되면 심하게 피로하고, 근력도 약해지는 것 같다.
5. 피부에 탄력이 떨어지고 까칠해지며 피부병이 잘 낫지 않고 재발한다.
6. 입냄새가 심하며, 숙취가 심해지고 술도 쉽게 취한다.
7. 별거 아닌 일에 분노에 가까운 화가 나고 욕이 튀어 나온다.

또 중요한 사실은 위의 증상을 호전시키는 한약도 존재한다는 겁니다. 제가 전에 있던 한의원에서는 삼성의료원에서 간암수술을 받은 환자 한 분이 한약과 침구치료를 병행하여(약 3년간) 결과적으로 의사로부터 ‘6개월마다 검사만 받으시라’는 판정을 받기도 했습니다.

같이 항암치료를 시작했던 분들 중에 그 분만 살아계신다는 말씀도 하시더군요. 그렇지만 가장 안타까운 건 그 분의 주치의 양방선생님께서는 이 환자가 항암치료기간 동안 한약을 복용 중이라는 걸 몰랐다는 겁니다. 이런 경우는 비일비재합니다.

또한 위의 간 증상들을 빠른 시간 안에 회복시키는 좋은 약도 있습니다. 공진단이라는 약인데, 약이 워낙 고가라는 문제가 있지만 한약이라면 질색인 분들도 공진단 만큼은 복용 후 효과를 보고는 꾸준히 드시는 경우가 상당합니다.  

두번째 한약을 먹으면 살이 찐다?

이 문제는 최근 들어 상당 부분 해명된 점이 많습니다. 체질개선(다이어트) 한약이 인기를 끌면서 한약이 꼭 살을 찌우는 것이 아니라 살을 빠지게도 한다는 걸 환자 분들이 알게 된 것이죠.

예전에 못 먹고 힘들게 일하던 시절에는 보약이 한약 처방의 대세였습니다. 이런 약은 밥으로 보충 못하는 영양을 대신해서 채워줍니다. 그러나 요즘처럼 ‘너무 먹어서 문제인 시대’에서 보약의 위상은 예전만 못한 것이 사실입니다.

오히려 사약(瀉藥-죽을 사死가 아닙니다)이 대세입니다. 몸의 불필요한 물질을 빼주는 약이란 뜻입니다.
예전에도 있던 약이지만 당시에는 사약이 주로 쓰이기엔 ‘못 먹던 시절’이었고, 요즘은 ‘너무 먹는 시대’이니 이 약(瀉藥)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요. 한약 먹으면 무조건 살이 찐다는 오해는 이젠 그만 해주셨음 하네요.

한약은 기운을 올리기도 하고 내리기도 하며, 몸을 차갑게도 하고 덥게도 합니다.

살을 찌우기도 하고 살을 빠지게도 합니다. 간의 수치를 올리기도 하며 그 수치를 내리기도 합니다. 그러나 사람의 본능은 부정적인 면으로 시선을 돌리게끔 하며, 대중매체 또한 이런 점을 주목하기 때문에 한약, 한의학은 점점 부정적인 이미지로 점철되고 있습니다.

가장 노력해야 할 사람은 한의사가 맞습니다.

약재가 겨우 1000원-2000원 싸다고 저질 약재를 쓰는 양심이 부족한 한의사들이 있기 때문에 시중에 저질 한약재가 판을 치고 매스컴의 매서운 눈에 결국엔 적발되는 겁니다.


한약재는 결단코 ‘싼 게 비지떡’입니다. 약재가 열배 비싸더라도(같은 약인데 싼 약과 비싼 약의 가격 차이가 열배 이상 나는 이런 한약재가 실제로 다수 있습니다) 의사로서의 양심을 지켜서, 검증되고 안전하며 약효가 확실하고 그 기원이 확실한 약을 써야 합니다. 또한 결정적으로 환자의 상태를 잘 파악하여 약화(藥禍)를 피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한의사의 노력을 무색케 하는 매스컴의 ‘저질 기사’ 또한 사라져야 환자들과 한의사 간의 신뢰가 회복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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