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金昌辰 草堂大 교수
요즘 우리나라‘外來語表記法’이 잘못되었다는 輿論이 널리 퍼지고 있다. 재작년 2007년 10월 22일에 전국 한자교육추진연합회가“漢字語 地名·人名 原音主義 表記, 그대로 둘 것인가”를 주제로 討論會를 열었다. 그 자리에 필자도 討論者로 참가한 바 있다. 그리고 같은 해 11월 2일에는 한글문화연대가“바람직한 외래어 정책 수립을 위한 학술토론회”를 열었다.

또 작년 2008년 6월 14일에는 중국인문학회가“중국 인명·지명 표기의 원음주의”를 주제로 討論會를 열었는데, 필자도 다시 討論者로 참가한 바 있다. 그리고 올해 2009년 5월 23일에는 중국어문학연구회가 중앙일보 중국연구소와 손잡고“중국어의 한글표기법 문제와 대안 모색”이라는 주제로 討論會를 연 바 있다.

이처럼 요 근래 현행 외래어표기법의‘現地 原音主義’에 대해 사회 곳곳에서 심각한 疑問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래서 필자는 앞으로 몇 회에 걸쳐서 이 문제에 대해서 깊이 있는 논의를 펼쳐보고자 한다. 우리가 이 문제의 해결책을 찾으려면 먼저 가장 기본이 되는‘外國語(foreign words)’와‘外來語(loan words)’의 槪念이 어떻게 다른가부터 확실히 이해해야 한다. 모든 일은 기본을 잘 이해하면 解法이 생기기 마련인 법이다.

‘外國語’는 한국인이 外國에 가서 外國人과 그 나라말 또는 英語로 말하거나 또는 한국 땅 안에서라도 外國人과 대화하면서 다른 나라말로 말하는 언어다. 곧 韓國語가 아닌‘남의 나라말’이 外國語다. 이처럼 外國語는 남의 말이기 때문에 당연히‘外國人의 發音’곧‘現地 原音’에 가깝게 발음해야 한다. 그래야 外國人과 意思疏通이 잘 되기 때문이다. 우리가 영어 발음을 정확히 하고자 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한편‘外來語’는 韓國語 안에 들어온 外來的인 요소로서 韓國語의 한 부분이다. 곧 外來語는‘들온말’로서 한국 땅 안에서 우리 韓國人끼리 말하는 韓國語 안의 한 부분이다. 이처럼 외래어는 곧 우리끼리 말하는 우리말이므로 韓國人끼리 意思疏通이 잘 되게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요컨대 외국인과 대화하는 말은 외국어고, 한국인과 대화하는 말에 쓰는 낱말은 외래어다. 거꾸로 말하면, 外國語로 말하는 상대는 外國人이고, 外來語로 말하는 상대는 韓國人이다. 이렇게 이 둘을 잘 구별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外來語 表記法’은“外來語는 現地 原音에 가깝게 적어야 한다.”고 原則을 정해 놓고 있다. 이 원칙은‘外來語’와‘外國語’도 구별하지 못하는 無知蒙昧한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것이다. 現地 原音에 가깝게 적어야 하는 것은 위에서도 말했지만‘外來語’가 아니라‘外國語’다. 예를 들어보자. 우리가 美國인과 이야기하면서 美國을 가리킬 때는 당연히‘現地 原音’대로‘유나이티드 스테이츠 오브 아메리카’또는 줄여서‘유 에스 에이’라고 말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外國語다. 하지만 우리가 같은 한국인끼리 이야기하면서 美國을 가리킬 때도 ‘유나이티드 스테이츠 오브 아메리카’또는 줄여서‘유 에스 에이’라고 말해야 하는가? 또 실제로 그렇게 하는가? 전혀 그렇지 않다. 그럴 필요도 없고 또 실제로 그렇게 하지도 않는다. 우리 한국인끼리는 그 나라를‘美國’이라 적고 말하면 된다. 그것이 바로 外來語다. 이처럼‘外國語’는 외국의 현지 원음에 충실해야 하지만,‘外來語’는 우리 한국어에 충실해야 하는 것이 다르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는 말이 있다. 이는 萬古의 眞理다. 외국어는 외국의 언어기 때문에 당연히 외국의 현지 원음을 따라야 한다. 곧 외국어에서 로마는 外國의 現地다. 한편 外來語는 韓國語이기 때문에 당연히 韓國의 현지 원음을 따라야 한다. 곧 外來語에서 로마는 韓國이라는 바로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땅이다. 그러므로 外來語가 基準으로 삼아야 할 것은 韓國語지 外國의 現地 原音이 아닌 것이다.

外來語는 비록 그 근원이 외국어일지라도 이미 한국어로 바뀐 낱말이다. 따라서 過去에 그 낱말이 어디서 왔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現在 한국 땅에서 한국인에 의해 쓰인다는 그 사실이 중요하다. 원래는 外國人이었지만 韓國에 歸化한 사람을 歸化人이라 한다. 歸化人은 外國人이 아니라 韓國人이다. 따라서 歸化人은 外國人의 모습을 버리고 韓國에 適應하여 스스로 變化해서 살아가야 한다. 歸化人이 外國人이었던 때의 모습을 고집한다면 잘못이다. 마찬가지로 外來語는 韓國語에 歸化한 言語다. 따라서 外來語는 韓國語에 맞춰 그 形態나 發音을 變形시켜야 한다. 外來語가 外國語였던 때의 모습, 곧 外國 現地 原音을 고집한다면 잘못이다.

요컨대 현재 우리나라의‘外來語 表記法’이 원칙으로 채택하고 있는‘外國의 現地 原音主義’는 완전히 잘못된 것이다. 그것은‘外來語 表記法’이 아니라‘外國語 表記法’의 원칙에 해당한다.‘外來語 表記法’의 원칙은‘韓國이라는 이 땅의 現地 原音主義’, 곧‘自國語 中心主義’가 되어야 한다. 그래야 言語學의 理致에 들어맞는다.

그리고 현재 전 세계의 모든 나라는 모두 그렇게 言語學의 理致에 맞는,‘自國語 中心主義’의‘外來語 表記法’을 사용하고 있다. 전 지구상에서 오로지 단 하나 우리나라만 생뚱맞게도‘外國의 現地 原音主義’라는 완전히 잘못된‘外來語 表記法’을 사용하고 있다. 大韓民國 정부, 곧 國立國語院이‘外國語’와‘外來語’조차 구별하지 못하고 있다는 이 어처구니없는 사실이 너무나 부끄럽고도 한심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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