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농업 희망찾기(11) 몽탄면 ‘밀양농장’ 박규일씨

WTO·FTA 등으로 국제사회의 무역장벽이 허물어지면서 경쟁력이 약한 우리나라 농업이 큰 타격을 입고있다. 농산물 수입개방 압력이 높아지고 원자재 값 상승 때문에 한국 농업은 그 어느 때보다 힘든 시기를 걷고 있다.
그러나 어려운 때일수록 그 속에 희망은 있는 법. 본지는 2009년 소띠 해를 맞아 묵묵히 희망을 갖고 농업에 매진하고 있는 관내 영농법인과 단체를 탐방해 그들의 성골비결과 애로사항을 들어본다.(편집자주)

(11) 몽탄면 ‘밀양농장’ 박규일씨

“무안 축산업 길라잡이 되겠다”

한우 200여두 사육 연 5억 매출… 500두 목표
발효사료 자가생산 “전국 최고급육 만들 터”

“한·미 FTA 비준이 코 앞으로 다가 온데다 한·EU FTA 협상이 진행되면서 우리 축산업계에도 상당한 위기가 찾아왔습니다. 품질을 높이고 영농규모를 확대하는 것만이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해법이죠.”

‘전국에서 제일가는 명품 고급 한우를 생산하겠다’는 꿈을 이루기 위해 부단한 연구를 벌이고 있는 몽탄면 명산리 ‘밀양농장’ 박규일(42)씨.

1950년대부터 한우사육을 시작한 아버지 박용숙(77) 씨의 다섯째 아들 인 박 씨는 아버지의 가업을 잇는 것을 천직으로 알고 함평농업고등학교 축산과를 다닐 만큼 어려서부터 한우사육에 확고한 신념을 가졌다.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아버지와 함께 한우사육을 시작한 박 씨. IMF 당시 50% 이상 떨어졌던 소 값과 폭등한 사료 값에 일반 농가들은 소를 처분하기에 바빴지만 축산을 천직으로 생각했던 박 씨는 엄청난 경영 압박에도 사육두수를 줄이지 않았다.

결국 소 값이 안정되면서 축산이 본 궤도에 오를 수 있었고 현재는 3,300㎡(1천평) 축사에서 한우 200여두를 사육하며 연간 5억원의 매출을 올릴 만큼 성공한 축산인으로 자리를 잡았다.

젊은이들이 외면하는 농촌에서 40대 나이에 억대 연봉의 꿈을 실현한 박 씨의 성공비결은 단연 ‘품질향상·대량생산’을 위한 피나는 노력이었다.

고급육을 생산하기 위해 철저한 사양관리와 축종 개량은 필수.

“송아지 구입은 꼭 축종 개량이 잘된 전북 장수에서 합니다. 자질이 좋은 송아지를 만나면 웃돈을 주고라도 꼭 삽니다. 사료는 좋은 것을 쓰고 정해진 프로그램에 따라 사육하는 것이 철칙이죠. 잘 키워서 팔면 그 이상의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일괄 개량은 부담이 커 부분 개량으로 가닥을 잡아 시행하고 있는데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철저한 사양관리로 박 씨가 기른 소는 1등급 이상 출현율이 80%에 이를 만큼 한우 사육의 고수다.

하지만 박 씨는 여기에 만족할 수 없었다. 축산에 있어서 만큼은 선도농업인의 모델이 되고 싶다는 생각에 부지런히 선진지 견학을 다니던 박 씨는 지난해 경상남도 김해 공판장을 찾아가 등급률 ‘베스트 5’ 농가 명단을 확인한 결과 이들 농가들이 모두 발효사료(TMR)를 먹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됐다.

▲ 9천만원을 들여 올해 5월 구입한 발효기(좌)와 TMR발효 배합기(우)
몇 년 전부터 사료값 절감과 육질 향상을 위해 발효사료로 전환하겠다는 생각을 가졌던 박 씨는 그 생각을 곧바로 실행해 옮겼다. 너무나도 소중한 소였지만 30마리를 처분해 이 중 9천만원을 투자, 22루배 규모의 ‘TMR발효 배합기’와 7루배의 ‘발효기’를 지난 달 구입했다.

무안지역은 물론 전남에서도 이처럼 대형 발효사료제조기를 구입한 개별 농가는 찾아보기 힘들다. 발효사료 제조법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박 씨에게는 큰 모험이지만 이 시스템이 안정화되면 사료비를 절반으로 줄일 수 있고 증체 및 등급률이 향상되면 마리 당 1백만원 가량 소득을 더 올릴 수 있다는 확신이 섰기에 모험을 감행했다.

“지난해 많이 떨어졌던 쇠고기 값이 최근 고급육 위주로 오르는 반면 저급육은 반등 기미가 없습니다. 소비자들이 쇠고기에 대한 맛을 알아가고 있다는 증거죠. 일반소 200두를 생산하는 것보다 고급육 100두를 생산하는 것이 훨씬 이익입니다.”

그래서 그는 미생물 전문가인 건양대학교 안성구 박사의 도움을 받아 최적의 발효사료 제조법에 대한 연구를 밤잠을 설쳐가며 하고 있다.

그는 또 앞으로 5천만원을 더 투자해 자동급여 시스템도 갖출 계획이다. 500두까지 규모를 늘리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는 박 씨는 현재 5,000㎡(1,500평) 부지를 마련, 축산업 모델이 될 수 있는 최고 사양의 축사 신축도 계획하고 있다.

“한우사육을 준비하는 예비 축산인들이 제 농장에 와서 본인들이 구입한 소를 직접 길러 볼 수 있도록 장소를 제공하고 제가 축적한 노하우를 모두 배워갈 수 있는 축산인 양성소를 운영해 보는 게 꿈”이라는 박 씨는 일찌감치 ‘연꽃 한우’라는 브랜드도 상표등록 해두고 영산강변에 이 이름으로 한우 전문매장을 개설하겠다는 포부도 다지고 있다.

 박 씨는“‘연꽃 한우’브랜드로 한우고기의 참맛을 소비자들에게 직접 전하고 싶다”며“고급육 생산 최적 시스템을 완성시켜 미래 축산인들의 길라잡이가 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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