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농업 희망찾기(9) 망운면 목동리 박판동씨

WTO·FTA 등으로 국제사회의 무역장벽이 허물어지면서 경쟁력이 약한 우리나라 농업이 큰 타격을 입고있다. 농산물 수입개방 압력이 높아지고 원자재 값 상승 때문에 한국 농업은 그 어느 때보다 힘든 시기를 걷고 있다.
그러나 어려운 때일수록 그 속에 희망은 있는 법. 본지는 2009년 소띠 해를 맞아 묵묵히 희망을 갖고 농업에 매진하고 있는 관내 영농법인과 단체를 탐방해 그들의 성골비결과 애로사항을 들어본다.(편집자주)

고구마 하나로 연 6억 매출…고구마 농사 21년
과감한 투자·안정적 판매망 확보가 성공 비결

“무안 황토고구마가 孝子”

고구마 하나로 연 6억 매출…고구마 농사 21년
과감한 투자·안정적 판매망 확보가 성공 비결

“고구마만 한 효자작물이 없습니다. 품질과 유통망만 좋으면 제 가격을 받을 수 있죠. 황토고구마의 원조 무안이 다시 옛 명성을 회복해 농민들의 주머니가 두둑해 졌으면 좋겠습니다.”

칠순 가까운 나이에도 불구하고 고구마 농사 하나로 연평균 6억원 상당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망운면 목동리 압창마을 박판동(66)씨. 올해로 21년째 고구마 농사만 짓고있다.

자신의 태자리인 망운에서 18살 때부터 농사를 지었던 박씨는 원래 양파와 마늘을 재배했었다. 그러나 양파와 마늘 재배면적이 늘면서 과잉생산으로 판로가 막히는 등 어려움을 겪기 일수였다. 이 때문에 소득은 형편없었고 어떤 때는 1년 내내 고생한 보람도 없이 빚만 남기도 했다.

그래서 박씨는 작목전환을 결심했고, 40대 중반이던 1987년 고구마를 심기 시작했다.

“게르마늄 성분이 많은 무안 황토땅에서 자란 고구마는 당도가 높고 찰지기 때문에 인기가 좋았습니다. 60∼70년대 주식 및 간식용으로 재배되던 고구마는 쌀 생산량이 늘면서 그 자리를 위협받게 되던 때에 고구마 재배를 시작했습니다. 위기가 기회라는 생각을 갖게됐죠. 판로만 확보된다면 고구마가 양파와 마늘보다 수익성이 훨씬 좋을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박씨의 생각은 틀리지 않았다. 1970년대 2천ha가 넘었던 무안고구마 재배면적은 90년대 후반 200여ha로 감소했다. 그만큼 고구마가 귀해진 것이었다. 많을 때는 33만㎡(10만평) 이상 농사를 지었고 연간 700∼800톤의 고구마를 생산했던 박씨. 올해는 나이도 들고 일할 사람 구하기가 힘들어진 탓에 절반으로 재배면적을 줄였지만 그래도 6억원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웰빙바람을 타고 고구마가 인기몰이를 하면서 가격도 좋아졌기 때문이다.

현재 박씨가 재배하고 있는 고구마는 호박 고구마와 밤 고구마, 자색 고구마 등 3종류로 없어서 못 팔 지경이다.

박씨의 고구마가 유독 인기가 좋은 것은 특별한(?) 저장고 때문이기도 하다. 고구마 재배를 시작하면서 박씨는 자신의 밭 인근에 330㎡(100여평) 짜리 토굴 3개를 팠다. 매년 9월 말부터 한달 동안 수확되는 고구마를 한꺼번에 출하하는 것보다 수확한 고구마를 저장한 뒤 출하시기를 적절하게 조절하면 제 가격을 받을 수 있겠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박씨의 고구마 저장 토굴은 전국에서 처음이었고 지금은 무안에서 널리 유행하고 있다.

박씨는“다른 지역에서는 저온창고에 고구마를 저장하고 있지만, 무안에서는 옛날식 토굴에 고구마를 저장하고 있어 수확한 이후로도 달고 차진 맛을 잃지 않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9월 수확한 고구마는 지금도 막 캐낸 것처럼 적절한 수분을 함유하고 윤기도 자르르하다. 처음에는 저장한 고구마가 썩어버리는 시행착오도 겪었지만 토굴온도를 꼼꼼히 점검하고 큐어링하는 등 저장법을 스스로 터득해나갔다.

10년여의 노력 끝에 고구마농사가 규모화 되자 박씨는 과감한 투자로 기계화에 나섰다. 현재 박씨가 보유한 농기계는 트랙터 2대, 승용관리기 2대, 보행관리기 3대, 비료살포기 3대, 비닐피복기 2대, 두둑 조성기 1대, 화물차 2대 등 종류도 다양하다. 현재 사용하는 4조식 비닐피복기는 청계면에 있는‘여물래’라는 공업사에서 만들었는데 박씨의 조언이 큰 역할을 했다.

또 2004년 수천만원을 들여 무안에서는 처음으로 고구마세척기를 구입했다. 수확한 고품질의 농산물을 더 질 좋은 제품으로 만들기 위해서다. 특히 박씨는 고구마 밭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땅심을 돋워주기 위해 매년 객토작업과 함께 퇴비와 유기질 비료를 뿌리는 데만 수천만원을 투자한다.

또한 상품성이 없는 고구마는 절대 출하하지 않는다는 것을 철칙으로 세우고 인부들에게 주의를 당부한다. 깨끗하게 세척된 고품질 고구마를 연중 출하할 수 있게된 박씨의 문제는 판로개척이었지만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고구마 농사를 시작한 뒤 전국 대도시 농산물 시장 등을 돌며 거래처를 꾸준히 확보해나갔다. 소문을 듣고 찾아온 소규모 농산물 판매점은 어김없이 고정 거래처로 만들었다.

칠순이 가까운 나이에도 발품을 팔아 전국 농산물 시장 등을 돌며 거래처 관리를 하고 있다. 이 때문에 매년 수확된 박씨의 고구마의 60%는‘무안황토랑유통공사’를 통해 전국의 대형 마트와 백화점, 홈쇼핑 등에 출하되고 나머지는 박씨가 관리하고 있는 대구, 부산, 광주 등 대도시 농산물시장과 일반 농산물 판매점으로 출하되며 10%정도는 인터넷 쇼핑몰을 통해 판매되고 있다.

박씨는“수확한 농산물은 제 가격을 받아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안정적인 유통망이 있어야 한다”며“아무리 좋은 품질의 농산물을 생산했더라도 판매를 하지 못하면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고 유통망 구축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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