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고전으로 애독되는‘흥부와 놀부’, 이솝우화에 나오는‘개미와 배짱이’이야기를 모르는 사람들은 없다. 이들 두 이야기의 주제는‘권선징악’(勸善懲惡)이며,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교과서에 수록돼 어린이들의 교훈으로 교육되고 있다.

하지만 21세기 자본주의 사회가 지배하고, 학교에서 논술이 활성화되면서 권선징악의 순수 문학적 취지가 판이하게 다르게 해석되고 있어 눈길을 끈다.

먼저‘개미와 배짱이’이야기다. 겨울을 대비해 여름 내내 죽어라 일만 하던 개미는 겨울이 되면서 중병을 앓고 병원에 입원하는 신세가 되고 만다. 반면 여름내 나무 그늘에서 노래부르며 놀기만 하던 배짱이는 음반이‘대박’나 가요계 스타가 돼 개미가 입원한 병실에서 노래 부르며 개미의 돈을 모조리 벌어간다. 결국 개미는 여름 내내 땀흘려 번 돈을 써 보지도 못하고 몽땅 배짱이에게 바치고 만다는 웃지 못할 21세기‘개미와 배짱이’이야기다.

‘흥부와 놀부’이야기도 유사하다. 착한 흥부와 성질 고약한 놀부 형제가 살았다. 놀부는 부모에게 상속받은 전 재산을 모두 자신이 차지하고 흥부 가족을 밖으로 내쫓았다. 흥부는 아내와 8명의 자식이 있었고, 가난한 반면 놀부는 대궐같은 집에서 부족함 없이 살았다. 어느 날 흥부는 어린 아이들이 배가 고파 우는 것을 보고 견디다 못해 부자인 형님(놀부) 댁을 찾아가 식량 좀 구걸해 보려 했지만, 오히려 놀부에게 게으르다는 핀잔만 들었고, 놀부 부인에게도 주걱으로 뺨을 맞을 만큼 안면박대를 당하고 돌아온다.

이야기는 훗날 흥부가 부러진 제비 다리를 고쳐 주어 부자가 돼 욕짐쟁이 형(놀부)을 돌보는 권선징악으로 끝이 나지만 21세기 들어서는 놀부의 삶이 경제적 논리에서 대세를 타고 있다. 흥부의 계획적이지 못한 가족계획, 그리고 멀쩡한 육신을 가지고도 형님에게 빌붙어 살아가려는 게으르고 무능한자로 치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게 바로 21세기형‘개미와 배짱이’그리고‘흥부와 놀부’이야기로 우리사회의 단면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듯 싶어 서글프다.

사실, 우리 주변을 둘러보면 사시사철 개미처럼 열심히 일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이들은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학원비, 학비, 세금 등으로 하루하루 살아가기가 고달프다고들 하소연이다.

반면 권력과 끈이 미치는 사람들은 배짱이처럼 현실에만 충실하면서도 호위호식하며 사는 모습이 많다. 또 놀부처럼 이미 갖춘 재력을 활용해 부동산 등 갖가지 돈 되는 일에 투자하여 돈이 돈을 버는 사회 구조를 이용해 더욱 편하게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현실만 추종하며 물타기에 편승해 살아가는 사람들과 개미처럼 열심히 일하여 저축으로 살아가려는 성실한 사람들이 모순된 양면성 사회로 인해 갈수록 부익부빈익빈이 굳어져 가고 이 같은 악순환이 자손들에게도 세습되어 간다는 게 안타깝다.

물론 시대에 따라 진리는 왜곡될 수도 있다. 또 이 두 이야기 모두가 문학작품으로 시각 차이에 따라 달리 해석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진리는 사회를 형성하는 기본 틀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요즘 공직사회에도 개미처럼 열심히 일하는 공직자가 있는가 하면‘배짱이’도 있다.‘배짱이’공직자들은 평소에도 윗사람 눈치 보기로 일관하는가 하면 능력보다는 윗사람에게 잘 보이는 탁월한 재능으로 항상 노른자위 직책 차지와 상복도 우선 순이라는 것이다.

정의와 진실이 무너진 사회는 늘 불만이 따르기 마련이다.

성실하고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이 대접받는 사회가 되도록 모두 노력했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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