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기삼 논설위원장
광주 공군기지의 이전대상지로 무안국제공항지역이 적합하다는 국방부의 용역결과는 말 그대로 국방부 입장에서 광주공군기지를 어딘가로 이전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그 입지를 어디로 했으면 좋을지 자체적으로 검토해 보는 단계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문제가 어떤 정치적 이해관계와 결부되어 있는 것은 아닌지 불길한 생각을 지워버릴 수가 없다.

대규모 공군기지를 이전할 입지 선정에 관한 정책결정은 군사시설 이전에만 국한되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고, 해당지역의 미래를 내다보는 비전과 국토개발계획에 미치는 영향, 그리고 주변지역 발전과 당해지역 주민의 이해관계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신중하게 결정해야 할 중대한 문제이다. 다시 말해서 ①군사적 측면에서 판단해야 할 국방부 입장 이외에도 ②국토개발 및 공항정책을 주관하는 국토해양부의 입장 ③경제정책을 다루는 경제부처의 입장 ④환경관련 부처의 입장 ⑤직접적인 이해당사자에 속하는 전라남도 및 무안군 그리고 당해지역 주민의 입장이 각각 다른 각도에서 이 문제를 바라보게 되어 있다.
따라서 공군기지의 새로운 입지를 결정하기 위해서는 이와 같은 여러 입장들이 조율되고, 합의가 이루어져야만 원칙적으로 가능한 일이다.

물론 여러 입장들이 대립되고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대통령이 결단을 내릴 수도 있다. 그러나 대통령의 결단도 일반적으로 수긍이 가는 합리적인 판단 기준과 타당성이 인정되었을 때 가능한 일이지 무조건 강압적인 형식을 동원하여 이루어질 수는 없는 일이다.

다만 여기서 염려되는 것은 어떤 정치적 이해관계 집단이 정치적 시각을 가지고 이 문제에 접근하여 무모한 결단이 내려지도록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모두가 잘 알다시피 현재의 정부여당은 경제난국을 풀어나가는 해법을 명분으로 기득권 세력들에게 엄청난 힘을 더해주는 정책들을 거리낌 없이 밀어 부치고 있다.

수도권 규제완화를 시발로, 대기업의 경제적 지배영역을 넓혀주는 출자총액제한제도 및 금산분리원칙의 무력화, 방송미디어산업의 대기업지배 허용, 부동산 부자들에 대한 세금 감면 등등 소위 가진자 측에 속하는 기득권 세력들에게 날개를 달아주는 정책을 쏟아내 놓고 있다. 왜 그럴까? 정치적 시각으로 바라볼 때 그들 기득권 세력의 대다수가 보수를 표방하는 집권여당편에 서 있기 때문이 아닐까 의심이 가는 대목이다.

우리나라 경제적 기득권층들의 대다수는 수도권과 영남권에 편중되어 있고, 정치적으로 현 집권 여당과 맥을 같이하는 보수성향이 강한 계층에 속하기 때문이다.

반면에 균형발전 특별법을 변경시켜 그 본질을 흐리게 하는 등 그동안 경제개발에서 소외되었던 지역, 그래서 상대적으로 낙후와 침체를 면치 못하고 있는 후발지역의 발전을 도모하고자 했던 균형발전정책들이 전반적으로 후퇴하는 가슴 아픈 현실과는 너무나도 극명하게 대비되고 있다. 물론 대기업과 경제적 기득권자들 보다 적극적인 투자를 유도하여 경제적 난국을 극복해 보겠다는 명분은 일부 수긍이 간다. 하지만 수도권 집중을 심화시키고 지역간 발전격차를 부추기는 일련의 정책들은 어떤 정치적 목적이 강하게 개입되었다고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군사공항의 이전문제도 그런 불순한 정치적 목적의 개입을 우려하는 것이다.

이 지역의 급격한 부흥·발전을 원치 않는 정치적 의도가 개입될 경우, 우리지역의 발전을 가로막는 군사공항의 무안 이전이 우리의 반대를 무시하고 강행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만약 광주공군기지의 무안 이전이 현실화된다는 가정하에서 우리지역에 미치는 영향을 상식적인 수준에서 상상해 보자.

첫째, 무안국제공항의 대외적 위상이 크게 추락하게 된다.

무안국제공항이 대외적으로 아직 정상적인 위상을 갖추지 못한 상황에서 무안공항은 공군기지가 입지한 사실만 크게 부각되어 주종이 전도되는 이미지로 고착화될 수 있다.

무안국제공항이 있기 때문에 기업투자환경을 좋게 보았던 인식도 부정적으로 변질되어 기업도시 건설사업을 비롯한 기업투자유치 계획들이 큰 타격을 받게 될 것이다.

둘째, 지역발전의 터전이 될 광활한 땅이 공군기지부지로 수용되고 주변지역 일대가 개발이 제한되는 땅으로 묶여 진다.

현재의 광주공항처럼 비행기 활주로를 민·군 겸용 형태로 운영할 경우 무안국제공항은 사실상 군용비행장화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실현될 수 없는 일이다.

따라서 공군기지의 입지는 공군전용 활주로를 별도로 설치하는 방안으로 추진될 것이 확실하다. 그렇게 될 경우 공군기지부지는 100만평에 근접하는 광활한 면적이 소요될 것이고, 그 주변지역 수백만평이 군사시설보호구역으로 묶여 모든 개발에서 제약을 받는 땅으로 전락할 것이다.

그동안 개발에서 소외되어 낙후와 침체를 면치 못한 상황에서도「미래를 위해 아껴 놓은 땅」이라고 위안을 삼았던 그 알토란같은 땅들이 이 지역발전을 위해서 아무런 쓸모가 없게 되어 버릴 수도 있다는 말이다. 그것도 국제공항과 기업도시, 그리고 아름다운 해변에 인접하여 장차 국제적 물류 유통산업, 건강웰빙산업, 관광휴양산업의 메카로 개발될 것이라는 기대와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땅들이다.

셋째, 공군 전용 활주로를 별도로 설치한다해도 공항관제탑은 무안국제공항시설을 공동으로 이용할 수밖에 없다.

하나의 항공권내에서 민간항공기와 군용비행기의 이착륙을 원활하고 질서있게 통제·조정·관리하기 위해서는 일원화된 관제시스템을 운영하는 것이 합리적이고 효율적일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무안국제공항과 군사공항의 연계운영시스템이 불가피함을 고려해볼 때 무안국제공항은 직·간접적으로 공군의 군사작전 내지 군사훈련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군사기지와 연계되어 있는 무안국제공항은 국토서남권의 거점공항으로 발전시켜 가고자하는 공항발전계획에 있어서도 결정적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게 됨은 물론이다.

넷째, 공군의 군사작전 또는 비행훈련으로 인한 소음공해는 지역주민들의 생활권에 엄청난 고통을 안겨 준다.

군사용 전투비행기는 민간항공기와는 비교도 안될 만큼 엄청난 굉음을 내며 비행을 한다. 이 소음공해는 군사시설보호구역의 범주를 훨씬 벗어난 구역까지도 투자와 개발에 있어서 장애 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

다섯째, 군사시설 주변지역에는 군인들을 상대로 하는 기지촌과 같은 난개발이 이루어질 가능성도 있다.

광주공항인접 시가지에 퇴폐업소, 유흥음식점등이 난립하여 도시의 공간환경은 물론이요 생활환경을 지저분하게 훼손하는 병폐를 경험한 바 있다. 무안군 공항 인근지역도 그런 병폐를 초래하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 미래의 희망으로 우리가 꿈꾸어 왔던 첨단도시건설의 기대가 사라질 수 있다는 말이다.

요컨대 광주공군기지의 무안이전이 현실화될 경우 무안국제공항을 중심으로 계획하고 기대했던 우리의 꿈은 사라지고, 서남권 개발에 관한 제반계획들은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생각된다. 무엇보다도 우리의 찬란한 미래의 꿈을 부풀게 했던 기업도시건설계획은 백지화 될 것이 확실하다.

기업도시 건설에 기업의 운명을 걸고 투자를 결정한 기업들의 핵심적 관심사는 바로 무안국제공항이 입지한 지역에 기초한 성공 가능성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광주 공군기지를 무안국제공항지역으로 이전 할 것이라는 설(設)은 하나의 기우에 불과하다는 확신을 나는 가지고 있다. 정책결정의 열쇠를 쥐고 있는 정부당국의 관료들이 바보가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국방부가 은밀하게 진행했던 용역 결과가 대외적으로 알려지게 된 사실만 가지고도 무안국제공항의 대외적 이미지는 이미 적지 않은 손상을 입었고 우리지역 주민들의 자존심을 크게 상하게 했다. 따라서 이 지역 주민들의 결사반대의 기치를 높이 들고 격렬한 분노를 표시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국방부 입장에서는 무안국제공항이 가지고 있는 첨단공항시설을 비롯한 제반조건면에서 욕심이 나는 지역일 수 있다.

그러나 국방부의 입장과 태도가 어떠하든 이 문제는 항공정책을 주관하는 국토해양부가 정책결정의 열쇠를 쥐고 있다고 봐야한다.

현실적으로 국토해양부 입장에서는 국가 항공정책 뿐만 아니라, 국토개발계획의 대폭적인 수정이 수반될 수밖에 없는 이 중대한 정책결정에 함부로 동의할 입장이 못 될 것이다. 따라서 어떤 정치적 판단만 개입되지 않는다면 관계부처간의 정상적인 합의를 이끌어 낸다는 것은 대단히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어찌되었건 국방부가 이미 그 속내를 드러내 놓았기 때문에 우리는 만에 하나 있을 수도 있는 불행한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전략적이고 조직적인 대응태세를 갖추어 적극적으로 행동을 개시해야 한다.

첫째, 범군민적인 결사반대입장을 견고히 결집시키고, 유사시 사생결단의 각오로 행동에 옮길 태세를 갖추어야 할 것이다. 둘째, 정책결정의 핵심적 위치에 있는 국토해양부로부터 국방부의 계획에 동의하지 않겠다는 확고한 입장을 공개적으로 이끌어내야 한다. 셋째, 정치권의 불순한 의도가 개입되지 못하도록 이 지역 정치권이 적극적으로 앞장서야 한다. 넷째, 국방부 당국에게는 무안국제공항의 위상을 훼손시키고, 이 지역 주민들의 자존심을 건드린 처사에 대하여 강력히 항의하고 이 지역 주민들의 동의 없이 공군기지의 무안 이전은 절대 추진하지 않는다는 확고한 약속을 받아내야 한다.

결론적으로 지금과 같은 사태를 불러오게 된 근본원인은 공항 개항 초기단계에서 공항 운영이 지지부진하여 당초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 데서부터 비롯된 것이다.

무안국제공항의 활성화 여부에 따라 공항육성정책 자체의 변화는 물론이요, 국가 차원에서 시행되는 개발정책에서도 이 지역에 대한 관심도가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이 기회에 국제공항활성화를 위해서도 실현가능한 일부터 장단기 전략을 마련하여 우리 지역의 역량을 총집중시켜 나가는 지혜와 의지가 필요하다. 광주공항이 보유하고 있는 국내선 운영권의 조기 이관을 실현시키는 일에서부터 자체 항공수요창출을 위한 다각적인 전략과 결집된 행동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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