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건강하던 40세 남성 L씨. 어느 날, 세수를 하다가 문득 이상한 느낌이 들어 거울을 보던 중 그만 소스라치게 놀라고 말았습니다. 입이 한쪽으로 돌아가고 눈이 감기지 않는 자신의 얼굴을 발견하였기 때문입니다. L씨는 부랴부랴 병원을 찾아 의사의 진찰을 받게 되었습니다. 의사는 L씨의 오른쪽 눈이 잘 감기지 않고, 이-하며 미소를 지을 때 입이 왼쪽으로 치우치며, 얼굴을 찡그려 보라고 했을 때 오른쪽 이마의 주름이 지어지지 않는 것을 확인한 후, 오른쪽 안면신경마비가 있다고 했습니다.

안면신경마비란 무엇일까요?

우리의 신경계는 뇌·척수를 일컫는 중추신경, 팔·다리·몸통의 운동과 감각을 담당하며 척수로부터 뻗어 나오는 말초신경, 심장·호흡·위장관 등을 담당하는 자율신경 및 뇌에 연결된 12쌍의 뇌신경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 중 7번째 뇌신경이 바로 안면신경입니다. 이것의 주요 기능은 안면근육 움직임·눈물 분비·침 분비·청력 조절·혀의 미각 담당입니다. 따라서, 어떠한 원인에 의해 안면신경이 마비되면, 얼굴이 마비되고, 발음이 부정확해 지고, 입에 침이 고일 뿐만 아니라, 경우에 따라, 눈물·침 분비가 되지 않고, 혀의 미각을 잃고, 동측 귀에서 소리가 크게 들리게 됩니다.

안면마비를 일으킬 수 있는 질병은 상당히 많습니다. 하지만, 의사가 환자를 진찰할 때 가장 먼저 생각하는 점은, 그 환자의 안면마비가 말초성인지 아니면 중추성인지를 감별하는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L씨처럼 이마 주름도 사라진 상태라면 말초성일 가능성이 높고, 이마의 주름은 비교적 잘 지을 수 있다면 중추성일 가능성이 많겠습니다. 말초성 마비를 일으키는 원인으로는 잠시 후 말씀 드릴 벨(Bell) 마비가 가장 흔하지만, 람세이-헌트 (Ramsay-Hunt) 증후군·당뇨병·종양·염증·사르코이드증·길랑바레 증후군·에이즈(AIDS)·쇼그렌 증후군 등도 가능합니다. 중추성 마비 중에는 뇌졸중이 가장 흔하지만, 뇌종양·뇌염·탈수초성 질환 등도 원인일 수 있습니다. 일견 단순해(?) 보이는 안면마비 증세도 이렇듯 그 원인뿐 아니라 치료가 다양하기 때문에 신경과 의사의 진찰을 받으시길 권해 드립니다.

안면마비의 가장 흔한 원인인 벨마비에 대해 말씀 드리겠습니다. 이 병의 증상은 위에서 언급한 말초성 안면신경마비와 동일합니다. 어느 연령대의 사람이건 이 병에 걸릴 수는 있으나 평균 연령은 40세 정도이며, 10세 이하에서는 드뭅니다. 성별에 따른 차이도 없습니다. 발병 원인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지만, HSV-1이라고 하는 바이러스의 침투가 그 원인이라고 하는 연구 결과가 많지만, 안면신경으로 가는 혈관에 문제가 생겨서 피가 통하지 않는 것(허혈)이 원인이라고 보는 견해도 있습니다.

정확한 진단과 예후 판정을 위해 뇌 MRI ·신경전도검사·근전도검사를 시행하기도 하지만, 임상 양상이 전형적인 벨마비의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되면, 비싼 검사비용과 검사시 동반되는 환자의 불편을 감안하여 굳이 검사를 시행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치료는, 병의 초기에 고용량의 스테로이드를 7∼10일간 투여하는 것이 가장 확립된 방법입니다. 항바이러스제를 병용 투여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는 연구도 일부 있으나, 최근에는 그에 반하는 연구 결과도 발표되어 이를 처방하지 않는 의사가 많습니다.

단, 일견 벨마비와 유사하지만 면밀히 진찰해 보면 귓속이나 입 속에 물집이 동반되는 람세이-헌트 증후군 환자는 VZV라고 하는 다른 종류의 바이러스가 그 원인이며 뇌염이 잘 동반되므로, 신속히 항바이러스제를 투여해야 합니다. 증세가 매우 심한 일부의 환자에서, 안면신경이 지나가는 머리뼈 부위를 열어 주어 염증으로 인해 부어있는 신경의 압박을 해제해 주는 응급 수술을 받으면 예후가 좋다는 연구 결과도 있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아 이런 치료법은 실제로는 잘 사용되지 않습니다.

보조적인 방법으로는 마비 부위의 마사지, 동반된 안구 건조증을 치료하기 위한 인공눈물 투여, 안대 착용 또는 종이 테이프로 눈꺼풀을 덮는 안구 보호 등이 있겠습니다. 다행히 80% 이상의 환자는 별다른 후유증 없이 회복되고 재발도 되지 않지만, 노인, 처음부터 마비가 심한 경우, 고혈압이나 당뇨병이 동반된 경우, 미각이 손상된 경우, 마비된 쪽 귀에 통증이 동반된 경우 등은 완전한 회복이 어려울 수 있습니다.

 만성기 합병증으로 인해 음식을 먹을 때 (침이 아닌) 눈물이 나거나 입을 움직이면 눈꺼풀까지도 찡긋거리게 될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안면마비의 원인은 다양하므로 정확한 진단을 위해 신경과 의사의 진찰을 받으실 것과, (현재 확립된 최선의 치료는 즉시 스테로이드를 투여하는 것이므로) 검증되지 않은 치료를 하느라 시간을 허비하지 마시길 강조하며 이 글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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