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재기 전남대정치외교학과 교수
옛부터 위정자들은 치산치수(治山治水)를 정책에 있어서 최우선으로 삼았다. 농경시대에 먹고 사는 문제가 천수에 의해서 좌지우지되었기에 물을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국가정책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었을 것이다.

우리 한민족에게 쌀이 경제생활의 중요한 매체 역할을 해왔으며 부의 상징으로 되었기에 풍년 농사를 위해서는 물의 관리가 제일 중요했다. 우리는 식사 때 국이 없으면 밥을 못 먹을 정도이며 일상생활에서 물을 자주 마신 결과 다른 민족보다 체내에 수분이 많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우리 민족은 조그만 일에도 눈물이 많고 감정도 풍부한 편이다.

또한 물과 인연이 많다보니 청계천 복원, 한반도 대운하, 경인 운하 4대강 정비 사업을 하는 것도 많은 국민들이 관심 갖고 있는 것 같다.

산 또한 우리의 생활과 떼어 놓을 수 없는 중요하다. 그리고 치산은 왜 그렇게 중요하게 여겼을까? 그것도 치수의 앞에 두었으니 더 중요했으면 했지 덜 중요하지 않았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산이 높으면 골이 깊다는 말이 있듯이 강만을 생각하면 올바른 치수가 되지 못한다. 산을 잘 다스려야 올바른 치수가 되며 아무리 물길을 잘 잡아 놓는다 해도 산사태가 일어나면 그것은 헛일이 되는 이치다. 치산치수를 분리해 치산과 치수로 따로 해석해서는 그 의미가 없다.

요즘은 국정경영에 있어서 치산치수와 함께 치화(治火) 즉 불을 잘 다스려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이명박 정부 출범 1년이 지나면서‘불’과 관련된 사건이 유난히 많았다. 이명박 정부 들어서기도 전에 광화문 화재가 발생했고, 정부청사 화재, 미국산 쇠고기 문제가 촛불시위로 확산되어 대통령이 사과까지 하는 일이 벌어졌다. 최근에는 용산참사가 불로 인해서 발생하여 진실공방이 진행 중에 있고, 연이어 화왕산 대보름 행사에 불이나 50여명의 사상자를 냈다.

이명박 정부 출범이후 통일부 폐지론 등이 거론되면서 남북관계도 경색되었다. 그 결과 최고의 화력으로 대량인명살상이 가능한 북핵문제가 국제사회를 긴장시키고 있다.

이러한 이명박 정부 집권 1년에 대해 정부와 야당을 빼놓고 최악으로 평가하고 있다. 집권 초 70%를 웃돌며 사상 최대 수준을 보이던 이명박 대통령의 정책 지지율은 1년 새 반 토막으로 줄었다. 촛불집회 때는 17% 까지 떨어졌다.

대선 후보 시절 경제대통령을 자임하며 전국을 누볐지만 1년간의 경제성적표는 초라하기만 하다. 대표적 공약인 747 정책(7% 성장, 4만 달러 국민소득, 세계 7위 경제대국)은 사실상 물 건너갔다. 2008년 1분기 5.8%였던 경제성장률은 2009년 -2%로 전망될 만큼 어둡기만 하다. 무역수지도 대규모 적자를 내고 있다. 3,000을 넘보던 코스피 지수는 1,000 이하로 떨어지고 있다. 환율도 1600원을 육박하며 원화 가치를 떨어뜨리고 있다.

호남에선 무엇보다 권력 핵심에서 지나치게 소외되고 있다는 점에서 불만이 많은 것 같다. 미국에서 오바마가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공화당 인물을 요직에 기용해 경제난을 함께 헤쳐 나가려는 모습과 대비된다. 이러한 결과 일각에서는‘촛불’이 아닌 90년 전 3월 1일에 일제의 강압에 맞서 민족의 독립을 위해 높이 들었던‘햇불’이야기도 나온다.

불이 나는 것이 모두 정부를 운영하는 사람들의 탓만은 아니다. 불이 자연발생적으로 발생했다면 모르지만 인간의 다양한 행위에 의해 발생하여 사람이 죽고 재산에 피해를 입혔다면 자연재해가 아닌 인재가 된다. 국정전반에 대한 통치행위를 위임받은 집권여당과 정부에게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사람의 마음도 물과 같아서 치산치수의 원리를 사람 사는 세상에 원용한 지혜가 치세(治世)이다. 우리가 사는 가정, 지역, 직장, 국가도 마찬가지 원리가 적용된다. 가로막고 내리 누르면 그 공동체는 해체되고 말아 결국 위기에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사람의 마음에 막힌 곳을 뚫어 주고, 메마른 곳에는 사랑과 관심의 물을 끌어들여 적셔주는 것이 치산치수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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