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昌辰 (草堂大 교수. 도서관장)

요즘 한국 사회도‘多文化社會(다문화사회)’로 접어들었다. 이 時點(시점)에서 우리 한국인이 多文化社會에 어떻게 對處(대처)해야 하는지를 摸索(모색)해 볼 필요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글쓴이의 경험과 생각을 적어보고자 한다.

글쓴이는 지난 2007년 5월부터 무안 지역 이주민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국어 교육을 해오고 있다. 이 일을 해오면서 느끼는 점은, 외국인 대상으로 한 한국어 교육에 가장 큰 걸림돌은‘한글專用(전용)’이라는 점이다.
글쓴이에게 교육을 받는 이주민 여성들의 출신 국적은 日本, 中國, 필리핀, 越南(월남) 등이다. 이 중 많은 수를 차지하는 日本人과 中國人들은 漢字文化圈(한자문화권) 출신이다. 그들은 한글專用으로 된 글이 理解(이해)하기 힘들다고 입을 모은다. 한글로 적힌 漢字語(한자어)는 자주 쓰는 쉬운 낱말이 아니고서는 그 의미를 알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래서 글쓴이는 이주민 여성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면서, 조금 어려운 漢字語는 반드시 漢字를 적으면서 설명을 해준다. 그러면 다들 머리를 끄덕이며 이해하기 쉽다고 좋아한다. 글쓴이가 이주민 여성들에게 한국어를 지금까지 가르쳐 올 수 있었던 秘訣(비결)의 하나는 바로 漢字를 통한 한국어 교육이다. 그런데 글쓴이가 사용하는 한국어 敎材(교재)는 漢字 없이 한글專用으로 되어 있다. 그러니 글쓴이처럼 漢字를 하나하나 따로 지도하지 않으면, 漢字文化圈 출신 외국인들은 한국어 敎材를 제대로 이해하기 어렵다.

이 문제는 漢字文化圈 출신 외국인들만 그런 것이 아니다. 한국어를 배우는 외국인들의 공통된 문제이다.

『洪武正韻譯訓(홍무정운역훈)』을 연구하여 박사를 받은 獨逸人(독일인)‘라이너 도멜스’오스트리아 비엔나 대학 교수는 다음과 같이 말한 바 있다.“지금 世宗大王(세종대왕)이 살아 계신다면 한글專用(전용)에 反對(반대)하셨을 것이 분명합니다. 언어학의 大家(대가)이기도 했던 世宗大王 스스로가 한글專用으로 된 책들을 높게 평가할 수 없었을 겁니다. …… 東洋文化圈(동양문화권)이니까 英語가 아닌 中國 글자인 漢字를 有用(유용)하게 사용한다는 것은 현명한 태도라고 봅니다. 日本이 漢字를 그토록 많이 쓰지만 西洋에서 비웃지 않습니다. …… 한글로만 된 책은 同音異義語(동음이의어)가 너무 많아요. 顯微鏡(현미경)을 통해서 어떤 사물을 관찰할 때 焦點(초점)이 정확하게 맞질 않아서 뿌옇게 보이는 것과 같아요. 얼마나 답답한지 한국 사람은 모를 겁니다. 저 같은 외국인은 몇 번씩 反復(반복)해서 읽어야 하는 苦痛(고통)스러움이 있습니다. 漢字가 함께 나오는 책들은 한 번 읽어도 또렷하게 그 내용을 理解할 수 있어요. 焦點이 맞는 顯微鏡으로 보는 것과 같지요.”한편, 러시아인으로 한국에 귀화한 朴露子(박로자) 오슬로대학교 인문학부 교수는“우리 文化遺産(문화유산)의 대부분이 동아시아 공동 언어였던 漢文(한문)으로 돼 있다는 것도, 우리가 쓰는 언어 자체는 漢字語(한자어) 없이 존재할 수 없다는 것도 選擇事項(선택사항)이 아닌 運命(운명)이다.”고 하면서,“根本的(근본적) 解決策(해결책)은 무엇인가? 언어적 民族主義(민족주의)와의 訣別(결별), 그리고 漢文 교육의 필수화와 內實化(내실화) 이외에는 없다.”고 斷定(단정)한 바 있다. 이처럼 한국어를 잘 아는 외국인들은 객관적인 관점에서 한글專用이 잘못됨을 비판하고 國漢字混用(국한자혼용)을 勸?(권장)하고 있다.

지금은 그렇지 않지만, 과거 서울 地下鐵(지하철)이 한글로만 역이름을 적어 놓았을 때가 있었다. 그 시절에 日本이나 中國? 臺灣(대만)의 관광객들은 역이름을 읽지 못해 매우 不便(불편)해 했다. 반면에 글쓴이는 日本에 갔을 때, 日本語를 잘 하지 못했지만 아무리 복잡한 地下鐵에서도 길 잃어버릴 염려가 없었다. 역이름들이 모두 漢字로 적혀 있기 때문이다.

요즘 서울 지하철에서도 漢字를 竝起(병기)하여, 외국인도 편리해졌지만 한국인인 글쓴이도 편리함을 느낀다. 왜냐면 과거에는 역이름의‘소리’만 알았을 뿐 그‘뜻’을 알 수 없었는데, 지금은 그‘뜻’까지 알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漢字語는 漢字로 적어주어야 외국인이건 한국인이건 그 의미를 알 수 있어 편리하다. 그럼에도 아직까지도 한국 사회는 한글專用을 고집하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韓國人은 單一民族(단일민족)이다, 韓國人이 만든‘한글’이 있는데 中國人이 만든‘漢字’를 쓰면 안 된다.”는 생각 때문이다. 그러니까 韓民族(한민족)은 單一民族이라는 純粹(순수) 血統主義(혈통주의) 때문에 漢字를 못 쓰게 하고‘한글專用’을 국민에게 强要(강요)하고 있는 것이다.‘專用(전용)’, 곧‘오로지 그것만 쓴다.’는 건 강력한‘단일문화’의 상징이다.

이처럼 한글專用은 현재 한국 사회를 單一文化(단일문화) 사회로 몰아가는 核心(핵심)이다. 따라서 한글專用은 한국 사회가 多文化社會로 가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이다. 그렇다면 이 시점에서 우리 한국 사회는 決斷(결단)해야 한다. 한글專用으로 계속해서 單一文化 사회로 갈 것인가, 아니면 國漢字混用으로 多文化社會로 나아갈 것인가. 한글專用이 잘못되었다고 우리 모두 共感(공감)하고 國漢字混用으로 나아갈 때, 비로소 한국 사회는 참다운 多文化社會로 들어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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