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신문 논설위원장 강기삼

정부가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
정부는 지난 10월 30일 국가경쟁력 강화 위원회를 열고「수도권 규제완화」를 공식화했다. 그 이전에 이미 정부여당은 수도권 접경지역의 군사시설보호구역 해제·완화와 함께 지방발전을 위해 제정된「국가균형발전 특별법」을 수도권도 포함시키는「지역발전 특별법」으로 개정하려는 입법 예고를 하는 등「수도권 규제완화」를 본격화하겠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바 있다.

이에 대하여 비수도권에 속하는 광역지방자치단체장들이 공동성명을 통해 정부의 일방적인 수도권 규제완화 움직임을 규탄하면서 시대를 역행하는 정부의 무모한 시도에 강력히 맞설 것을 천명하고 나섰다. 지방단위의 국민적 반발과 규탄여론이 들끓는 것 또한 당연한 반응이 아닌가 싶다.

정부가 시도하고 있는「수도권규제완화」의 핵심적 내용을 보면, 수도권의 산업단지 내에서는 규모와 업종에 제한없이 공장을 신설하거나 증축할 수 있게 했고, 공장 총량제의 연면적도 현행 200㎡에서 500㎡로 대폭 늘리며, 2010년까지는 그 제한을 완전히 철폐한다는 것이다.

이번 규제완화 조치는 1982년도에 무분별한 수도권 집중을 억제하기 위해 제정되었던「수도권정비계획」을 전면 개편한 것으로 30여년 가까이 수도권의 과도한 집중을 가로막고 지탱해 왔던 빗장이 일순간에 풀려버리는 상황을 맞게 되었다.

80년대 이후 역대 정부들마다 수도권집중을 억제하는 갖가지 규제정책을 견지해 왔으나 수도권 집중에 따른 수도권 비대화를 근원적으로 막지는 못했다. 그로인해 수도권은 지나치게 비대해졌고 지나치게 밀집되어 경쟁력을 키워갈 수 없을만큼 한계점에 도달한 상황이며, 지방은 반대로 공동화가 심화되어 스스로 일어설 기력을 상실해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 엄연한 현실을 외면한 채 정부는 경기회복의 핵심전략으로「수도권규제완화」의 카드를 빼어 들고 있다. 수도권 규제완화가 몰고 올 파장에 대하여 그 전망을 예측해보고 지방이 살아남기 위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를 모두가 함께 고민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지방)이 처한 현실

서울을 중심으로 거대하게 도시권을 형성하고 있는 수도권은,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절반 정도가 몰려 있고, 우리나라 경제력 대부분이 집중되어 있다.

비수도권은 상대적으로 사람도 돈도 대거 수도권으로 빠져나가고 빈껍데기만 남은 공동화 현상이 이제 바닥을 드러내 보일 정도가 되었다.

특히 농촌지역은 빠져나간 인구가 대부분 젊은층이어서 노인층이 주축을 이루는 무기력한 고령사회로 변질되어가고 있는 형편이다. 사람과 돈이 몰려있는 수도권은 과대비만과 과밀로 인해 지옥과 같은 교통난, 비정상적인 부동산 거품, 먼지·소음공해, 물가고와 범죄가 들끓는 갖가지 병리 현상에 시달리고 있다.

지방은 그 반대로「낙후와 침체」가 다시「낙후와 침체」를 불러오는 악순환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해 허우적대는 형편이 되었다.

수도권이 갖고 있는 병리 현상과 지방에서 겪고 있는 침체의 악순환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왜곡된 현실을 바로잡아갈 적절한 처방과 근원적인 치유가 필요하다. 현실적으로 수도권 규제완화가 적절한 처방이 될 수는 없다는 말이다.

적절한 차방과 치유는 정부가 할 일이다.

기업들은 본질적으로 기업의 이익을 쫓아 투자를 하기 마련이다.

위험부담이 적은 곳에 투자를 하고, 기업이익을 극대화 할 수 있는 곳에서 사업의 타당성이 인정 될 때 투자를 한다. 따라서 사람과 돈이 몰려 있는 수도권에서 기업들이 다투어 투자를 하려 하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다.

무한한 구매력을 가진 거대한 소비시장이 현장에 공존해 있고, 연관기업들이 연접되어 있으며 금융조달이 용이하고 기업 이익이 보장되는 수도권이야 말로 기업들로서는 군침이 도는 투자 대상 지역일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갖가지 규제를 무릅쓰고도 수도권에 기업 투자가 몰릴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거기에 있다. 돈이 몰리는 곳에 사람이 몰리고, 사람이 몰리는 곳에 투자가 몰리는 순환과정, 즉 시장 원리가 그렇게 되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는 수도권에서 투자할 꺼리만 만들 수 있다면 구태여 위험 부담을 안고 지방에 투자할 이유가 없다. 경제 논리대로 흘러가도록 그대로 방치할 경우 기업 투자는 수도권이나 새로운 대도시 성장 지역에 집중될 수밖에 없고, 일자리를 찾아 인구는 수도권으로 몰려들 수밖에 없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일부지역에 경제력이 편중된 경제구조를 가지고는 국가 경쟁력 측면에서 볼 때 결국은 비극적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시장의 흐름속에서 왜곡된 부분을 바로잡고, 병리현상을 진단하여 올바른 처방과 치유를 해나가는 일이 바로 정부가 담당해야할 중대한 책무이다.

수도권 규제 완화로 인하여 수도권에 당장 대기업들의 투자가 활성화된다는 보장은 없지만, 실질적으로 투자가 가시화 될 경우 일시적으로 일자리와 구매력을 창출하여 경제 회복에 다소의 도움이 될지는 모른다.

그러나 중병에 걸린 환자에게 몰핀 주사를 놓아 일시적으로 소생시키는 극약처방이 될 수 있다. 다소 시간이 걸리고 고통이 따른다 해도 병증의 원인을 찾아내고 근원적인 치유방법을 선택해서 건강한 체질로 회복시켜 나가는 일이 정도이다. 몰핀 주사나 진통제를 사용하여 일시적 고통만을 해소시켜주는 임시 처방은 결국 비극적 결과를 초래할 수밖에 없는 일이다.

지금은 국가 균형 발전을 추구해야 할 시대

정부가 이번에 시도하고 있는「수도권 규제 완화」조치는 경제개발 초기단계에서 개발도상국들이 선호하는「불균형개발정책」과 맥을 같이 한다.

우리나라도 경제 개발 초기에 소위「불균형 개발정책」을 국가 개발전략의 기조로 삼았던 적이 있었다. 후진국에 속했던 60∼70년대의 경제개발 초기 단계에서는 국가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민족 자본이 빈약하기 짝이 없었다. 소규모 투자자본(외국차관등)을 가지고 후진되어 있는 사회간접자본 확충과 기업을 일으키는 정책을 수행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었다.

따라서 적은 자본을 투자하여 그에 따른 투자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나눠먹기 식의 분산 투자를 하는 것보다는 여건이 비교적 좋은 특정 지역에 투자를 집중시키는 방식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즉, 일제시대 때부터 어느 정도 산업 인프라가 구축되어 기업 투자 여건이 비교적 양호한 경부축을 중심으로 산업 투자를 집중시키는 소위「불균형 개발」전략을 시행함으로써 경제성장의 기틀을 마련할 수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 불균형 개발정책은 정치적으로 이를 악용함으로써 수도권과 지방간, 그리고 영호남간의 차별대우로 인하여 심각한 개발격차와 망국적 지역감정을 초래하는 부작용을 낳았다.

이제는 경제개발 초기단계와는 경제 여건과 위상이 엄청나게 변했다. 통상 무역 규모가 세계 12위권 이내에 속하는 국제적 위상을 갖추게 되었고 국민소득 2만불을 넘어서서 이제 선진국 대열에 진입해 들어가는 단계에 와 있다.

지금 단계에서는「불균형 개발 정책」보다는「국가 균형개발」이 우선 되어야 할 시대이다. 짧은 기간에 급속한 성장을 해온 과정에서 소외되고 그늘이 드리워진 곳에 찬란한 햇빛이 들게 하고, 왜곡된 병폐를 바로잡아 근원적인 치유를 통해 건강한 체질로 혁신시켜 나가야 할 시대이다.

어떤 도전과 격랑에도 흔들리지 않는 튼튼하고 항구적인 국가경쟁력을 키워가기 위해서는 수도권 집중을 과감하게 개선하고, 낙후되어 있지만 무한한 잠재력을 지닌 지방에 생기와 활력을 불어넣어 자족적 역량을 강화함으로서 전국이 고르게 경쟁력을 갖추게 하는「국가 균형발전 정책」을 최우선의 국가적 과제로 삼아야 할 시대임을 명심해야 한다.

정부가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

정부는 지금이라도 수도권규제완화 시도를 중단하고 미래지향적인 새로운 대안을 국민 앞에 내 놓아야 한다.

지방의 경쟁력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올라 자족적 입지가 구축되었을 때 수도권규제를 합리적으로 조정해도 늦지 않다. 수도권과 지방이 동반자가 되어 경쟁과 대립보다는 상호보완적으로 상생할 수 있는 조건이 충족되었을 때 수도권 규제를 완전히 풀어도 문제가 없다.

만약 정부가 계획한대로 현시점에서「수도권규제완화」를 강행할 경우 지방에도 기업투자를 촉진할 수 있는 적절한 대안을 내 놓아야 한다. 정부가 눈가리고 아웅하는 식으로 당장 가시적인 성과를 기대할 수 없는 포괄적이고 선언적인 정책만을 내놓고, 그것이 지방을 살리는 국가균형발전 정책이라고 눈속임해서는 안된다.

지난 정부가 국가균형발전을 국가적 목표로 삼아 구체적으로 행정복합도시 건설과 공공기관이전을 과감하게 추진했고, 균형개발을 위한 특별법을 제정하여 제도적 장치를 확실히 했던 것처럼, 지방의 경쟁력강화를 위해 가시적으로 실행에 옮겨질 구체적 대안을 제시 해야만이 믿을 수 있다.

오히려 지난 정부가 이미 실행에 옮기고 있었던 균형개발계획 자체가 퇴보하거나 무산되는 움직임이 감지되는 현재의 상황에서 어떻게 현 정부의 지역개발정책을 믿을 수 있겠는가 말이다.

현 정부가 수도권뿐만 아니라 비수도권도 고르게 발전시켜 가겠다는 정책의지가 확고하다면, 대통령이 전면에 직접 나서서 지방주민 모두가 피부로 느낄만큼 다음과 같은 가시적인 의지를 보여주어야 한다.
첫째, 낙후지역의 상징이 되고 있는 전라남도 지역에 대하여 기업투자여건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호남고속철도사업을 임기안에 앞당겨 완료하고 서남해안일주도로(국도 77호선)의 조기완공과 같은 산업인프라를 획기적으로 확충한다는 계획을 구체적으로 발표하여, 제조업은 물론, 관광산업, 그리고 물류산업 등의 투자 환경을 호전시켜야 한다.

무안국제공항의 활성화는 기업투자에 있어서 견인차역할을 할 수 있는 조건이 된다. 이를 위해 정부차원에서 항공물류시스템의 구축을 직접지원하고, 인천공항과 공조체제를 구축하여 국제적 항공노선을 확충하는 등 무안국제공항의 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적극적 역할을 해 줄 필요가 있다. 그런 것은 대통령이 직접 한번 챙기기만 해도 분위기가 획기적으로 달라질 수 있는 문제이다.

둘째, 대기업의 지방진출을 적극적으로 유도해야 한다. 만약 삼성그룹차원에서 전라남도 어떤 지역에 수백만평의 미래산업단지를 조성하겠다고 발표만 해도 그 주변지역 일대에 기업투자의 물꼬가 터지는 기폭제가 될 것이다.

아산만 탕정지구에 건설 중인 삼성전자 산업단지 또는 파주에 건설 중인 LG전자산업단지가 애당초 전라남도의 어떤 지역에서 이루어졌다고 가정할 경우, 그 파급효과는 전라남도 전역의 발전구도를 뒤바꿔놓을 엄청난 일이 되었을 것이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수도권에 투자하는 것이 기업경영에 도움이 되겠지만, 지역발전 측면에서는 수도권 집중을 부추기는 역작용이 더 클 수가 있다. 그러나 똑같은 투자가 지방에서 이루어질 경우 그 파급효과는 당해지역의 운명이 바뀌는 새로운 역사의 창조가 될 수 있고 국가균형발전을 견인하여 국가경쟁력강화에 획기적으로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대기업의 지방투자는 그만큼 연관산업을 불러들이고 기업투자의 물꼬를 터주고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견인적 효과가 막대하다. 따라서 대통령이 직접 대기업들을 설득하여 지방단위에 상징적으로 선도투자를 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해 주는 적극적 의지가 요구된다.

대기업들이 미래의 주력산업기지 건설을 위해 전라남도지역 중에서 미래의 잠재력이 큰 지역에 터를 잡도록 유도하는 방안이 요망된다. 그리고 그에 따르는 투자계획과 비젼을 미리 발표하도록 하여 그 지역일대에 투자분위기를 고조시켜 미래의 신천지를 탄생시키는 신화창조의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것이다.
셋째, 대기업의 산업투자와 연관하여 기업이름을 붙인 뉴타운을 건설한다.

삼성그룹이 미래산업의 본거지를 무안에 조성한다고 가정할 경우 그 주변일대에 삼성뉴타운을 건설하는 것이다. 그 신도시에는 첨단산업단지와 자족형 미래도시가 건설되고 인재양성의 요람이 될 세계적 수준의 교육타운이 함께 입지하도록 한다. 교육타운에는 세계일류명문대 분교를 비롯하여 최고의 명문 중·고등학교가 입지하여 교육타운 주변 신도시에 교육열이 높은 학부모를 주축으로 인구의 대유입이 이루어지게 하는 것이다.

산업단지 조성과 도시건설에 따른 개발권을 부여하여 창출된 개발이익을 가지고 산업설비투자와 교육타운건설 등에 재투자할 수 있도록 투자 타당성을 부여하는 방안을 제안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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