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기 전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 김재기 전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최근 미국 제44대 대통령으로 버락 오바마의 당선은 지구상의 수많은 이민자들에게 꿈과 희망이 되고 있다. 특히 백인중심의 미국 사회에서 비주류 중에 비주류라고 할 수 있는 흑인들과 이민자들에게는 더욱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오바마 자신이 흑인으로서의 정체성을 갖고 시민단체와 정치활동을 했고, 이민 2세대로서 미국의 최고 권력자가 되었기 때문이다.

버락 오바마의 가족관계는 여러 차례 이민과 국제결혼을 통해 글로벌 패밀리로 형성되어 있다. 오바마는 1961년 8월4일 하와이 호놀룰루에서 아프리카 케냐 출신 흑인 유학생과 캔자스 출신 백인 여성 사이에서 태어났다. 아메리칸 드림을 안고 미국으로 유학을 간 케냐 루오족 출신인 오바마의 아버지 버락 오바마 시니어는 하와이대 역사상 첫 아프리카 학생이었다. 그는 캔자스 출신 백인 여학생 스탠리 앤 던햄과 사랑에 빠졌고 던햄 아버지의 완강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1960년 결혼하여 오바마를 낳았다. 이는 18세 소녀 던햄이 독립적이고 진취적이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당시는 미국의 전체 주 가운데 절반가량이 흑백 인종간 결혼을 불법으로 규정하던 시절이다.

그런데 1963년 아버지가 하버드대로 떠나면서, 오바마가 두 살 되던 해 이혼했다. 어머니는 대학에서 만난 인도네시아 유학생과 재혼해 1966년 오바마와 함께 인도네시아로 이주했다. 어머니는 다시 오바마와 여동생과 함께 외조부모가 사는 하와이로 돌아왔다. 오바마의 아버지는 몇 차례의 결혼에서 오바마를 포함해 8명의 아이를 얻었다. 여기에 어머니가 재혼해 낳은 여동생 까지 합하면 오바마의 형제자매는 모두 9명이 된다. 이들은 미국 본토와 하와이, 케냐, 중국, 인도네시아 등 전 세계에 퍼져‘글로벌 패밀리’를 이루고 있다.

이러한 경험들을 통해 오바마는 다양성을 인정하고 관용을 체득하는 기회가 되었다. 오바마는 대학을 마치고 시카고의 가난한 흑인들이 모여 사는‘사우스 사이드’에서 주민들의 주거·교육환경 개선 등을 위한 시민운동에 헌신했다. 하버드대 로스쿨을 졸업하고 다시 시카고로 내려가 민권소송 전문 변호사와 시카고대 로스쿨 교수로 일한다. 1996년 일리노이주 상원의원에 당선되고, 1998년 주 상원의원으로 재선된 오바마는 더 큰 꿈을 품고 연방 하원의원에 도전하지만 민주당 내 경선에서 고배를 마신다. 오바마의 정치적 재기와 성공은 2004년 7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기조연설자로 연설한 것이 계기가 되었다. 오바마는“진보적인 미국, 보수적인 미국은 없다. 흑인의 미국, 백인의 미국, 라틴계의 미국, 아시아계의 미국도 없다. 하나의 미국이 있을 뿐이다. 불안 속에서도 담대한 희망을 갖자”고 역설했다. 이 연설후 전국적인 스타로 등장하면서 4개월 뒤 흑인으로서는 유일하게 연방 상원의원에 당선되었다.

이러한 오바마의 대통령 당선은‘아메리칸 드림’을 갖고 미국으로 건너간 흑인 뿐만 아니라 히스패닉, 아시아인 등 수많은 이민자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주기에 충분하다. 특히 250만명에 달하는 미주 한인들에게도 정치적 성공 가능성을 심어 주었다. 이번 선거를 계기로 미국 내 한인 커뮤니티가 소수민족 가운데‘소수’의 위치에서‘주류’의 위치로 변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커지고 있다. 열심히 하면 미국 내 주류로서 성공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기대도 숨기지 않고 있다. 연방 의회 진출은 물론 각 주 의회 상ㆍ하원과 공직 등의 진출에 더욱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또한 코리안 드림을 안고 한국으로 이민 와서 한국인으로 살아가고 있는 다문화 가정에도 꿈과 희망을 주기에 충분하다. 한국에는 100만명이 넘는 외국인이 한국에 국제이주를 통해 같이 살아가고 있다. 무안에도 200여 가정이 코리안 드림을 안고 열심히 한국문화를 배우며 우리의 이웃으로 살아가고 있다. 특히 농촌지역에서는 국제결혼을 통해 출생한 아이들의 비율이 높아 가는 것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이들은 제2의 오바마를 꿈꾸는 코리아스포라(KORiaspora)들이다. 미국의 오바마 현상을 보면서 40-50년 뒤에는 이들 중에서 대통령도 나오고 국회의원도 나올 수 있을 것이다. 이들의 다문화 장점을 살려 글로벌 인적 자원으로 개발하는 방안도 모색할 필요가 있다. 무안국제공항, 한중국제산업단지, 미국타운, 차이나 시티 등과 연계하여 활용할 인적 자원으로 개발하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이들이 한국인으로서 뚜렷한 정체성을 가지면서, 또한 어머니 나라의 언어와 문화도 유지하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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