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준 편집부장

싹 트고 꽃 피고 열매 맺는 식물에겐 각기 나름의 시기가 있다. 봄에 꽃을 피우는 식물은 하루 평균 기온이 5℃를 넘는 날이 며칠인지에 따라 꽃망울을 터뜨릴 날을 스스로 정한다. 학계에선 이를 적산(積散) 온도라 한다.

그제 평균 온도가 8℃였고 어제는 10℃였다면 그 이틀 적산온도는 3℃+5℃=8℃다. 적산온도가 충분히 쌓였다 싶으면 그때 꽃을 피우는 것이다. 가을꽃은 하루하루 길어지는 밤의 길이를 알아채 꽃 피는 시기를 조절한다고 알려졌다.

불교에는 학문을 닦는데 견성(見性)과 돈오(頓悟)의 경지에 오르기 위해서는 시절인연(時節因緣)을 강조한다. 뛰어난 인재가 도를 깨우치는데 때가 있어야 하며 견성의 때를 알고 이끌어주는 스승이 있어야한다는 말이다.

졸탁동기(卒琢同機)도 비슷한 사자성어이다. 98년 DJ와 JP의 연합 때 당시 자민련 김종필 대표가 신년휘호로 써 일반인들에게 널리 알려졌다. 졸탁동기란 병아리가 부화의 신호로 껍질을 핥는 소리를 듣고 어미닭이 껍질을 쪼아 깨줘야 부화 할 수 있다. 모든 일에는 시기가 있다는 말을 강조하고 있다.

다음 지방선거까지는 아직도 1년 7개월 이상 남아 있다. 벌써부터 입지자들은 학연, 혈연, 지연을 통원하며 암중모색하고 있다. 지방선거를 염두에 두고 움직이고 있는 일부 입지자들의 행보는 민심 분열을 초래한다는 점에서 지역민들의 반감을 사고 있다.

민선 자치단체장 선거 이후 나타난 폐해 가운데 하나가 갈라진 지역 민심이다. 입후보자들을 기준으로 줄을 서면서 나타난 현상으로 인구가 적은 군단위 지자체일수록 폐해가 심각하다. 무안이 대표적인 사례다. 민선 들어 더욱 심해진 전현직 군수간 갈등과 지역구 국회의원과의 갈등으로 민심은 갈리고 지역발전은 발목 잡히기 일쑤였다.

지금 이 순간에도 입지자들은 자신의 행동을 하나하나 지켜보고 있는 지역 유권자들이 곁에 있다는 것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맹자는 흐르는 물은 웅덩이를 채우지 않고는 나아가지 않는다(유수지위물야 불영과불행流水之爲物也 不盈科不行)고 했다. 모든 일에는 때가 있고 과정이 있다.

무릇 군자란 경지에 이르지 않으면 벼슬길에 나아가지 않는다는 말을 새겨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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