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昌辰 논설위원 (草堂大 도서관장, 한국 한자·한문 교육학회부회장)

▲ 김창진 논설위원
-世宗大王이 訓民正音을 만든 본뜻은 무엇인가-

며칠 뒤면 ‘한글날’이 다시 돌아온다. 우리는‘한글날’을 맞아, 世宗大王(세종대왕)이 ‘訓民正音(훈민정음)’을 만든 뜻을 정확히 알고, 그 뜻을 바르게 繼承(계승)해 나가야 한다. 

世宗大王이 ‘訓民正音’을 만든 목적은 세 가지다. 그 첫째 목적은 우리 ‘말’과 ‘글’을 一致(일치)시키고자 함이었다. 세종대왕은 ‘漢文(한문)’으로는 한국인의 말을 語順(어순)대로 적지 못함을 안타깝게 여겼다. ‘訓民正音 序文(서문)의 “나랏말쌈이 듕긕에 달아 서로 사맛디 아니할새”가 바로 그 뜻이다. 그래서 소리글자를 만들어서 한국말과 한국글자를 일치시키고자 했다. 이 글자가 생김으로써 비로소 한국인은 말하는 소리 그대로 글을 적을 수 있게 되었다.

예를 들어 訓民正音을 만들기 전에는 “나는 산에 올랐다”를 漢文으로 번역하여 “我登山”으로 적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訓民正音을 만든 이후로는 소리 그대로 적을 수 있었다. 이로써 韓國語의‘語文一致(어문일치)’를 이루었다. 바로 이것이  世宗大王이 訓民正音을 만드셔서 우리 한국인이 가장 편리하게 된 점이다. 

世宗大王이 ‘訓民正音’을 만든 둘째 목적은 토박이말을 그대로 적기 위함이다. 소리글자인 訓民正音이 만들어짐으로써 토박이말은 비로소 소리대로 적을 수 있게 되었다.  예를 들어서 ‘손’, ‘가슴’, ‘머리카락’이라는 토박이말은 訓民正音이 없을 때는 ‘手’, ‘胸’, ‘‘髮’이라고 한자어로 번역하여 적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訓民正音이라는 소리글자가 생김으로써 소리 그대로 적을 수 있게 되었다. 

世宗大王이 ‘訓民正音’을 만든 셋째 목적은 韓國 漢字音(한자음)을 正確(정확)한 發音(발음)으로 統一(통일)하기 위해서였다. 당시 우리나라 漢字音은 中國(중국)과 다른데다가 또 각 지방마다도 달라서 混亂(혼란)스러웠다. 그래서 世宗大王(세종대왕)은 標準(표준) 漢字音(한자음)을 정해서 어지러운 한자음을 바로잡고자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가가 정한 標準(표준) 漢字音(한자음)을 正確(정확)히 적어서 국민에게 가르칠 수 있는 소리글자가 필요했다. ‘民正音’이란 이름이 “백성을 가르치는 바른 소리”임이 바로 이 셋째 목적을 나타낸 것이다. 世宗大王이 중국의 <洪武正韻(홍무정운)>을 본떠 <東國正韻(동국정운)>을 만든 것도 바로 이 목적과 관련된다. 그러니까 이 경우  ‘訓民正音’은 漢字를 적는 글자가 아니다. 漢字音(한자음)을 적는 發音記號(발음기호)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 이름이 ‘訓民正字(훈민정자)’  곧 ‘백성을 가르치는 바른 글자’가 아닌 것이다.

世宗大王은 漢字語(한자어)는 반드시 漢字로 적었고, 단 한 번도 訓民正音으로 적지 않았다. 世宗大王은 漢字語의 ‘意味(의미)’를 나타낼 수 없는 訓民正音을 漢字를 적는 ‘글자’로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므로 世宗大王은 漢字語는 漢字로만 적거나 아니면 漢字를 앞에 적고 그 뒤에 訓民正音을 發音記號(발음기호)로서 덧붙였던 것이다.

世宗大王은 訓民正音을 만든 뒤에도 국가의 公文書(공문서)는 계속해서 漢文(한문)으로 적었고, 또 <龍飛御天歌(용비어천가)>나 <月印千江之曲(월인천강지곡)>, <釋譜詳節(석보상절)>, <月印釋譜(월인석보)> 등은 漢字와 訓民正音을 함께 적었다. 이처럼 世宗大王은 토박이말은 訓民正音으로, 漢字語는 漢字로 각기 나누어 적음으로써. 漢字와 訓民正音을 調和롭게 쓰고자 했다.

이에 반해 오늘날 世宗大王의 뜻과는 전혀 無關(무관)하게 시행되고 있는 한글專用(전용)은 漢字로 적으면 각기 달라서 구별되는 漢字語들을 쓸데없이 同音異議語(동음이의어)로 만들어버리는 弊端(폐단)이 있다. 그래서 한글專用(전용)으로 적힌 글은 漢字語(한자어)의 의미 파악에 시간과 힘이 많이 드는 短點(단점)이 있다.

따라서 오늘날에도 世宗大王의 뜻을 받들어, 토박이말은 訓民正音으로, 漢字語는 漢字로 각기 나누어 적는 國漢字混用(국한자혼용)의 傳統(전통)을 이어나가야 한다. 이것이 ‘한글날’의 意義(의의)를 바르게 살리는 길이다. 

訓民正音(훈민정음)이 우리말 發音(발음)을 正確(정확)히 적는 우수한 소리글자가 되는 데는 傍點(방점)이 중요한 구실을 했다. 訓民正音의 각 낱글자 앞에 찍는 傍點(방점)이 그 발음의 高低長短(고저장단)을 정확히 나타내 주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늘날 우리가 쓰고 있는 한자는 그 傍點(방점)이 없다. 따라서 현행 한글은 正確(정확)한 發音(발음)을 나타낼 수 없어, 그 表記能力(표기능력)이 訓民正音에 비해 크게 退步(퇴보)했다. 현행 ‘標準發音法(표준발음법)’은 긴소리와 짧은소리를 구별해서 발음해야 標準發音(표준발음)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현행 한글은 긴소리와 짧은소리를 구별하여 적지 않고 있다. 그러니 현행 한글은 우리 한국인에게  標準發音(표준발음)을 근본적으로 할 수 없게 만들어버리는 나쁜 글자이다.

게다가 더욱 나쁜 것은 국가가 그런 한글로만 글을 적게 强要(강요)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가가 한글專用(전용) 정책을 펴고 있기 때문에, 오늘날 敎科書(교과서)와 新聞(신문)을 비롯하여 우리 국민 대다수가 한글로만 글을 적고 있다.

그런데 그 한글이 긴소리와 짧은소리를 구별하여 적지 않기 때문에, 오늘날 한국인은 긴소리와 짧은소리를 구별하지 못하는 非標準發音(비표준발음)을 할 수밖에 없다. 世宗大王은 우리말 發音(발음) 混亂(혼란)을 바로잡기 위하여 소리글자인 訓民正音을 만들었는데, 오늘날 우리는 다시 發音(발음) 混亂(혼란)을 되풀이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우리가 쓸데없는 한글專用(전용)에만 매달리면서, 世宗大王의 본뜻인 우리말의 발음을 正確(정확)히 적는 데는 無關心(무관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오늘날 우리가 世宗大王의 뜻을 올바르게 繼承(계승)하려면, 世宗大王이 만든 ‘傍點(방점)’을 오늘에 되살려 긴소리에는 長音符(장음부)를 한글 옆에 붙여 적어야 한다.

그래야만 우리 국민이 긴소리와 짧은소리를 구별하는 標準發音(표준발음)을 할 수 있게 된다. 이것이 바로 ‘한글날’의 意義(의의)를 바르게 살리는 길이다.

며칠 뒤면 다시 ‘한글날’이 돌아온다. 우리는 ‘한글날’을 맞아 世宗大王이 訓民正音을 만든 근본정신을 정확히 알고, 그 뜻을 바르게 이어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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