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농업의 현재 모습

▲ 무안신문 논설위원장 강기삼
내가 공직에 몸담고 있을 때에 행정이 안고 있는 여러 가지 고민들 중에서 명쾌하게 해법을 찾아내기 힘들었던 분야가 농업에 관한 문제가 아니었나 싶다.

최근에 전국을 들끓게 했던 미국산 쇠고기 파동도 우리 농업인들이 앓고 있는 속앓이 중에 일부이다.
수입개방의 대세에 밀려 우리농업의 보호막으로 틀어막고 버티던 빗장들이 본격적으로 풀려나가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역사를 돌아봐도 우리 농업인들의 삶은 가난하고 고달픔의 상징처럼 인식되는 고난의 연속이었다. 농업이 나라의 근본산업이었던 농경시대에서도 농업인들은 특수지배계층에 속하는 지주들에게 노예처럼 예속된 삶을 살아야 했다.

근대시민사회에서 또한 후진적이고 영세한 영농구조를 벗어나지 못해 가난이 가난을 낳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지 못한 채 살아왔다.

그나마도 국가경제의 발전과 함께 농업기반시설이 대폭 보강되고 농업기술의 발달과 농업구조가 많이 개선되어 격세지감을 느낄 정도로 영농조건이 좋아진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우리 농업의 현실은 더욱 각박해지고, 농업인들의 삶은 더욱 고달퍼 졌으며, 정신적 소외감과 불만은 더욱 커졌다.

산업사회의 발달과 도시화가 촉진되었고, 농촌의 젊은이들은 농촌을 등지고 도시로 썰물처럼 빠져 나갔다. 고달픈 농사일은 노인들이 떠맡게 되고 농촌은 어린아이 울음소리가 사라진 황량한 사회로 변해가고 있다.

기력을 되찾아 재기의 꿈을 키워볼 겨를도 없이 이제 수입개방의 직격탄을 맞아 혼수상태가 될 정도로 비참한 현실에 직면해 있다.

■개방시대에서 농업은 희생양?

WTO, DDA, FTA,경제 블럭화 등과 같은 경제용어들은 개방시대가 열리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그리고 사실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들이다.

완전개방의 시대로 급속히 진행되고 있는 세계자유무역의 사조는 이제 누구도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요청이요 대세인 것 같다.

부존자원이 거의 없어 수출주도의 대외의존적 경제구조를 가진 우리나라로서는 원자재를 수입하고 상품을 만들어 외국에 수출하는「국제무역」을 통해 국가 경제력을 키우고 지탱해 나가는 길 밖에 다른 도리가 없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 밀려오고 있는 개방의 물결은 우리에게 새로운 경제적 도약의 발판을 만들어 민족 번영의 꿈을 꽃피울 수 있는 기회일수도 있다. 다만 그 대가로 경제적 약자에 속하는 바로「우리농업」을 희생양으로 삼을 수밖에 없다는 현실이 애처롭고 안타까울 뿐이다.

농업인들의 이러한 희생에 대하여 정부나 위정자들이, 또는 기업들이 얼마만큼의 보상적 책임감을 가지고 있을까 궁금한 일이다.

■우리 농업의 미래는 어떤 모습으로 변화될까?

① 시장환경의 변화에 순응하면서 진화

우리 농업의 미래를 예측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고 전문가들도 개인적 입장과 식견에 따라 견해가 다를 수 있다. 단지 나는 지금까지의 경험적 추이와 진행되어 가고 있는 추세를 가정해 극히 상식적인 소견으로 미래를 추측해 보고자 한다.

우리 농업이 처한 현실적인 어려움은 무엇보다도 수입개방에 따른 값싼 외국 농산물의 범람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외국 농산물이 지금처럼 무한정 물밀듯이 우리 시장을 잠식해 들어 올 것이라는 확증은 없다고 본다.

세계의 기후변화와 천재지변, 국가간의 분쟁 등으로 인하여 예측 할 수 없는 돌발변수가 발생할 소지는 언제나 도사리고 있다. 그에 따르는 세계 곡물시장의 견변이라든가 세계의 식량위기를 몰고 올 수 있는 요인은 얼마든지 있다고 본다.

우리나라 농수산물 시장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중국도 이미 13억 인구가 먹고 살아갈 식량문제에 대하여 그 대비책을 서두르고 있다고 한다.

한국과 중국 간에 물가수준의 격차는 계속 좁혀지고 있으며, 중국내 소비패턴은 급격하게 변화되고 있다. 따라서 머지않아 중국 역시 농산물 자급에 비상이 걸릴 수 있다. 오히려 거대한 중국의 소비시장을 겨냥하여 우리의 고품질 농산물과 가공식품의 대규모 진출 기회가 열릴지도 모를 일이다.

그런 가정 하에서 우리 농업도 현재 겪고 있는 어려운 전환기를 넘어 시장의 흐름에 적응해 나가면서 생존을 위한 자기혁신과 세대교체의 과정을 거쳐 점진적으로「진화」되어 갈 것으로 믿는다.

② 대농 형태의 기업형 농업으로 변화

우리 농촌에는 아직도 부농의 꿈을 버리지 않고 성공신화에 도전하고 있는 젊은 농업인들이 있다. 나는 그들이 미래의 우리 농업을 지키고 꿈을 실현해 나갈 희망의 등불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연세가 높으신 농업인들은 머지않아 농사짓는 일에서 손을 놓을 수밖에 없다. 도시로 떠나가 버린 자식들이 대를 이어 농업에 뛰어들 형편도 못된다. 그분들이 현재 이용하고 있는 농지는 세대교체에 따라 언젠가 능력있는 전문 농업인들에게 넘어 갈 것이다.

그 땅의 소유권이 누구에게 있던지 결국 농토로 이용할 수밖에 없는 그 땅은 농사지을 능력이 있는 농업인이 이용할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지금처럼 영세한 영농규모를 가지고는 우리 농업이 살아남을 수는 없다. 따라서 우리 농업은 점진적으로 일정규모의 손익분기점을 초과하는 대농의 형태로 구조가 바뀌어 가지 않으면 안 된다. 지금도 서서히 그런 징후가 나타나고 있음을 우리는 감지하고 있다.

그 대농의 구조로 가는 길에는 농업경영의 노하우, 농업기술과 노동력, 강인한 의지를 가진 전문 농업경영인이 주축이 될 수밖에 없다.

자본력과 경영능력, 마케팅 능력을 갖춘 기업이 대규모 농지를 매수하여 직접 농업에 뛰어들 수도 있지만, 이 또한 전문농업인과 손을 잡을 가능성이 높다. 자본과 마케팅을 기업이 담당하고, 농업현장의 생산과 농업경영은 전문농업인이 분담하는 체제를 선호 할 수 있을 것이다.

③ 복합적 농업 경영체제 정립

대농규모의 기업형 영농형태는 농업경영의 효율성과 생산성을 높혀 가격경쟁력과 품질경쟁력을 확보하고, 독자적인 유통망을 구축할 역량을 갖출 수 있다.

더군다나 식품 가공산업을 직접 경영하여 자체농장에서 생산한 농산물을 가공산업 원료로 공급함으로써 농산물 생산에서부터 가공 및 판매 마케팅을 유기적으로 연계하는 복합적 농업경영체제를 구축 할 수 있을 것이다.

안정적인 생산과 판매 구조를 확보하게 되는 이 복합적 농업경영 모델은 농업도 경쟁력 있는 고 부가가치 산업으로 발전시켜 갈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줄 것이다.

■무안 농업발전 중장기 계획의 의미

농업은 우리 민족의 생존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보호되고 지켜져야 할 생명산업이다. 우리의 농업이 말살되어 우리의 일용할 양식을 순전히 외국 농산물 수입에 의존한다고 가정해 보자. 상상만 해도 두렵고, 소름이 돋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식량자원을 무기로하여 우리나라의 안전보장을 뒤흔드는 사태를 맞이할 수도 있다.

그동안 정부차원에서 농업의 자생력을 키워주기 위한 구조개선사업과 농업인의 소득보전 정책들을 쉼 없이 추진해 온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무슨 큰 문제에 직면 할 때마다 불쑥불쑥 내놓고 전국 획일적으로 추진된 그런 정책들은 그 실효성 면에서 수많은 시행착오를 불러일으켜 왔던 것 또한 사실이다.

무안군에서는 2004년도에 자체적으로「무안농업발전 중장기계획」을 수립하여 나름대로 자구적인 노력을 해 온 것으로 알고 있다.

무안농업이 안고 있는 현장의 과제들을 중장기적 안목에서 진단하고 수출농업ㆍ도시근교농업ㆍ친환경농업, 축산ㆍ유통구조개선에 이르기까지 그 육성 방향과 실천전략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본다.

■농업발전계획의 실천력을 높이기 위한 제안

농업정책의 큰 틀과 물줄기를 잡아가는 일은 중앙정부가 담당할 수밖에 없다. 지방정부가 할 수 있는 역할과 능력에는 권한과 재정력, 제도적으로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그렇다고 지방자체단체가 농업인의 고충을 목전에 두고 속수무책으로 바라만 보고 있을 수만은 없다. 그런 의미에서 무안군이「농업발전 중장기계획」을 마련하여 농업인들의 고충을 덜어주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는 것은 다행한 일이다. 지방차원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이 비록 미미하고, 농업인들에게 당장 큰 힘이 되어주지 못한다해도 그러한 노력과 정성이 실의에 잠긴 농업인들에게는 큰 위로가 되고 용기를 북돋아 줄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

무안군이 마련한 이「농업발전계획」의 실천력을 높이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까해서 몇 가지만 덧붙여 작은 의견을 제시해보고자 한다.

① 「전문경영농업」의 발전을 이끌어 갈 인재를 키우자.

농업의 위기를 극복하고 농업의 미래를 열어갈 주체는 결국 사람이다.

강력한 실천의지와 사명감으로 무장된 전문 경영농업인, 다시 말해서 농업 경영의 노하우와 농업기술을 보유한 농업인의 선도적 역할이 필요하다.

키워야 할「전문 경영농업인」은 진정으로 흙을 사랑하고 농업에 헌신하고자하는 그런 농군 중에서 선정해야 한다. 스스로 연구하고 끈기와 근면성을 지닌 농업인으로서, 조금만 도와주면 성공할 수 있는 모범적인 농업인을 발굴해 내야 한다.

초기에는 소수 정예 요원을 시범적으로 육성하고, 점진적으로 확대해 나가는 방법이 좋을 것이다.

선발된 농업인에 대하여는 농업경영의 전문기능인으로 양성하기 위한 효과적인 연수프로그램을 마련하여 이를 핵심적으로 추진한다. 그 방법의 하나로 국내외를 막론하고 경영농업에 성공을 거둔 현장을 찾아 맞춤형 현장체험 연수를 보내는 것이다. 그 성공을 거둔 농가에 일정기간 머물면서 영농과정에 직접 참여하여 체험토록 하는 것이다. 물론 연수에 필요한 경비는 전액 지원을 해야 한다.

연수를 마친 농업인에 대하여는 농업경영에 성공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 주고,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을 통해 성공신화를 창조해 내는 것이다. 그 성공사례는 무안군 전역에 자연스럽게 전파되도록 하여 농업 발전을 이끌어 가도록 하는 것이다.

② 황토랑 유통공사를 건실하게 키우자.

1년 농사의 성패는 고생 끝에 농사지어 수확한 농산물을 어떻게 제 값을 받고 적기에 잘 팔아 소득으로 현실화 시킬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농업 선진국의 경우, 농업인들은 그저 생산에만 전념하고, 유통체계에 따라「출하」→「판매」→「대금정산」이 자동적으로 이루어지는 시스템이 확립돼 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의 산지유통시스템은 아직도 중간상인들의 변칙적 거래가 주도하는 후진적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와 같이 산지 농산물 유통의 문제를 다소나마 해소하기 위해 무안군은 2004년도에「황토랑 유통공사」를 설립하여 운영하고 있다. 대도시 소비처에 대한 판매망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농업인 개개인보다는 공신력을 갖춘 유통공사가 유리하기 때문이다.

현재 황토랑 유통공사는 서울 GS마트 및 백화점, 롯데마트 등 고정적인 거래처 105개를 확보하고 전국적으로 그 영역을 넓혀가고 있으며, 그 작은 규모의 경영체제를 가지고도 연간 40∼50억 원의 매출실적을 올려 전국에서 산지유통의 가장 모범적 성공사례로 꼽히고 있다.

이제 황토랑 유통공사는 지금까지의 성과와 노하우를 바탕으로 전국적인 체인망을 구축하고 보관ㆍ저장ㆍ운반기능을 대폭 보강하여 적기 공급 및 출하 조절은 물론 수출 개척 기능까지 확대해 가는 새로운 차원의 변신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전라남도와 무안군의 보다 더 적극적인 관심과 과감한 지원이 요구된다.

③ 농산물의 지역 내 대량 소비 수요 창출

지역 내에서 농산물의 대량 수요창출을 가능케 하는 것은 농산물 가공산업의 육성이다.

그동안 자체적으로 양파음료, 백련차 등 여러 형태의 식음료 가공산업을 육성하는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중에서도 백련산업은 여러 측면에서 그 성공 가능성을 보여 주고 있다. 그동안의 성과를 바탕으로 이제 대기업의 투자를 이끌어 내는 새로운 전략이 필요할 때라고 생각한다.

양파, 백련식물 등의 기능성과 영양성분, 무안의 황토땅과 백련축제를 통해 축적된 이미지를 캐릭터로 살리고, 대기업의 브랜드 파워를 연결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그에따른 타당성을 바탕으로 수익모델을 논리적으로 정립하여 기업들에게 적극적으로 제시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앞으로 건설될 기업도시에 식ㆍ약품 제조산업을 유치하여 지역 내 농산물 또는 약용작물의 대규모 주산단지 조성과 병행함으로써 무안농업의 안정적 성장기틀을 확고히 구축하는 원대한 전략이 요구된다.

④ 실천을 뒷받침할 자금확보 및 군민적 의지 결집.

농업 발전전략의 실천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적기에, 적정하게, 효과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자금이 필수적이다.

농업발전을 선도해 나갈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연수비와 시범사업비, 농산물 유통지원, 브랜드를 창출하고 키워갈 홍보비 등을 지원할 수 있는 자금에 대하여 그 재원확보 방안과 가장 효과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를 고심하고 그 시행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무안 농업의 창조적인 생존전략차원에서 가칭 「무안농업 創生運動」을 범군민적으로 전개하여 우리 농업을 보호하고 지켜나가자는 지역적 의지를 결집하고, 중앙정부의 관심과 제도적 지원을 이끌어내는 노력도 고려해 볼만하다.

우리 농업이 안고 있는 고충에 대하여 새로운 각도에서 관심을 집중하고 작은 노력이나마 그 실행방안을 강구해 나갈 것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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