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昌辰 (草堂大 敎授, 韓國漢字漢文敎育學會 副會長)

요즘 우리 사회는 미국 소고기 수입 문제로 두 편으로 갈려 갈등하고 있다.

“싸고 맛있는 고기”를 먹으니 경제적으로 좋다는 쪽과“광우병 위험이 있는 고기”를 먹으면 국민 건강에 위협이 된다는 쪽의 대립이다. 소고기 수입 찬성자들은 상대를 반미주의자와 좌익빨갱이(일명‘좌빨’)라고 비난하고, 소고기 수입 반대자들은 상대를 검역 주권을 포기해 국가 위신과 국민 자존심을 짓밟은 자들로 비난한다.  

그런데 이러한 현상을 좀더 깊이 들여다보면, 소고기 문제는 표면적인 것이고 실은 가치관의 대립이다. 우리나라가 굶주림에서 벗어나기 시작한 1970년대부터 이미 우리 사회에는, 돈을 잘 벌고 육체적으로 쾌락스러우면 잘 사는 것이라는 가치관과 돈보다 정신이 높고 풍요로워야 잘 사는 것이라는 가치관의 대립이 있어 왔다.   

글쓴이는 1980년대에 경희대 대학원에서 한국 고소설을 공부하면서, 『흥부전』의 작품해석에서도 위와 같은 두 가지 주장이 대립하는 것에 흥미를 느꼈다. 그래서 이 작품을 연구하여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런데 오늘날 세태도『흥부전』속의 상황인 18세기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이미 18세기부터 우리나라에도 자본주의가 싹트고 있었기 때문이다.

『흥부전』의 주인공인‘흥부’와‘놀부’는 각기 앞서 든 양쪽의 가치관을 대표하는 인물이다.『흥부전』에서 놀부는 돈을 중시하는 인물이고 흥부는 정신을 중시하는 인물이다. 오늘날 우리 사회의 가치관 대립은 이미 흥부와 놀부에서부터 비롯한 것이다. 우리가 흥부와 놀부 중 누구를 긍정하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가치관이 드러난다. 예를 들면, 작년 대통령선거에서 우리 국민은 윤리와 도덕에는 애써 눈감은 채 경제 위주로 대통령을 뽑았다. 곧 놀부형 인물을 선택한 것이다. 그 결과 오늘날 우리 사회는 극심한 혼란을 겪고 있다.

『흥부전』은 조선후기와 현대 한국의 사회현상을 여실히 보여준다.

놀부에게 쫓겨나 유랑하는 흥부의 삶에는 당시 유랑민과 오늘날 노숙자의 모습이 담겨져 있다. 또한 오막살이집에서 굶고 사는 흥부 가족의 삶은 당시와 현재의 빈곤층 삶을 보여준다. 반면에 큰 집에서 부자로 편안하게 잘 사는 놀부의 모습에는 당시의 지주와 현재의 부유층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놀부의 가치관은 혼자만 잘 살기다. 놀부는 힘없는 자들을 괴롭히고 착취한다. 그것은‘심술타령’에 잘 나타난다. 그는 세상의 행복을 배타적으로 독점하려 한다. 그러기에 하나밖에 없는 동생마저 내쫓는다. 놀부는 부익부가 삶의 목적이다. 그러기에 부모 제사마저 제상에 제수(음식)를 차리는 것도 아까워서 대전(돈을 그냥 올려놓는 것)으로 지낸다. 오늘날에도 부유층이 살아 있는 부모도 모시기 귀찮아  하는 우울한 현상도 있다. 또 부모와 자식간, 형제간에 재산 다툼을 벌이면서도 이웃에 베풀기는 인색한 놀부 후예들이 많다.

놀부의 말로는 비참하다. 그의 배타적인 행위에 반발한 사회 구성원들이 놀부 박통 속에서 나와서 놀부에게 복수한다. 게다가 놀부는 요행을 바라는 자신의 탐욕까지 겹쳐져 끝내 파멸하고 만다. 이러한 놀부는 오늘날에도 계속 나오고 있다.

한편 흥부의 가치관은 더불어 잘 살기다. 흥부는 늘 이웃 일도 자기 일처럼 생각하고 가진 대로 베푼다. 제비마저도 자기 식구로 여기고 돌봐준다. 결국 흥부는 그에게 도움을 받은 인물들의 보은으로 부자가 될 수 있었다.

『흥부전』은 오늘날 우리 한국 사회가 안고 있는 여러 문제들과 함께 그 해법까지 이미 제시하고 있다. 우리에게도 이런 위대한 작품이 있다.『흥부전』은 자본주의 시대를 살아가는 한국인으로서 반드시 정독하여 읽어보아야 할 작품이다. 인생의 가치관을 바르게 세우는 데 도움을 준다. 桐里(동리) 申在孝(신재효) 선생이 쓴『박타령』이 가장 좋은 이본(최선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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