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목포시와 무안군 간에는「무안반도 통합」이라는 해묵은 논쟁거리를 가지고 소모적인 공방전이 한참 진행되고 있다. 목포시는「통합해야 한다」는 논리를 가지고 온갖 수사와 수단을 동원하여 한껏 분위기를 띄우면서 밀어붙이는 형국이고, 무안군민들은 잔뜩 자존심이 상하고 화가 나 통합결사반대를 외치고 있다.

무안군 전역에 나부끼고 있는 통합반대 플래카드 등이 무안군민들의 정서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런 식으로 반복되는 통합논의의 대립양상은 목포시의 일방적인 추진방식부터가 잘못되었고, 시기적으로나 타당성면에서, 그리고 설득력에서도 부족함이 많은 것 같다.

시군통합을 계속 주장하면서 앞장서고 있는 사람들도 아마 목포시와 무안군간의 행정구역 통합이 이런 식으로 밀어 부친다고 조만간에 이루어질 수 있을 것으로 믿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으로 본다.

그 배경이나 이유가 무엇이든 간에 실현 불가능한 문제에 매달려 이렇듯 불필요하고 소모적인 논쟁으로 지역주민들 간에 반목과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는 것은 우리지역의 미래를 위해 불행한 일이요, 백해무익한일이 아닐 수 없다.

시군통합은 주민투표에 의해 주민이 결정한다

「시군간의 행정구역통합은 법률로 정한다.」라고 지방자치법 제4조에 명시되어 있다. 법률로 정한다는 것은 입법기관인 국회의 권한에 속한다는 뜻이다.

국회에서 법률로 정하기 이전의 단계로 지방의회의 의견을 듣거나 주민투표에 부쳐 지역주민들의 의견을 듣도록 되어 있다. 지방의회의 의견을 듣는다는 것은 곧 지역주민의 의견을 듣는다는 말과 같으므로 이 또한 주민투표에 부칠 수밖에 없다는 말이 된다. 주민투표는 중앙정부가 직접 당해 자치단체장에게 요구하여 실시 할 수도 있고, 자치단체장이 직권으로 실시하든지 또는 주민들의 서명에 의한 요청을 받아 실시할 수도 있다.

어떤 경우이든 시군통합은 결과적으로 모두 주민투표에 부쳐 당해 주민들의 찬성을 얻어 내야만이 실현될 수 있다는 것이 필수적인 전제조건이다.

무안반도 통합은 현실성과 설득력이 부족하다

양 지역간에 통합을 찬성하는 주민합의가 성사되기 위해서는 양 지역 주민들이 다 같이 공감하고 인정하는「통합의 타당성」이 가장 기본적으로 우선되어야 할 전제조건이다.

한쪽 지역에서 아무리 절박하게 통합을 원하고 필요성을 외친다해도 상대방지역의 입장에서 받아들이지 않으면 강제로 이루어 질 수 없다는 말이다.

특히 도농통합은 농촌지역이 도시지역에 흡수·통합되는 결과로 갈 수밖에 없다는 엄연한 현실이 통합에 있어서 큰 장벽이 될 수 있다.

물론 시군통합을 추진하는 과정에서는 갖가지 조건을 제시하여 대등한 통합이라는 명분을 강변하고 내세울 것이다. 그렇지만 결과적으로는 당해 시군간에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재정력, 인구규모, 기득권세력, 경제력, 시민사회단체세력, 의회 의원수 등 인적, 물적, 유무형의 지역세에서 농촌지역이 도시지역에 비하여 현격한 격차로 열세에 있다는 것이 어쩔 수 없는 현실이고, 따라서 농촌지역 군(郡)이 도시지역인 시(市)에 종속적으로 흡수ㆍ통합 될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그렇기 때문에 농촌지역에 속하는 군지역의 입장에서는 당해 자치단체의 생존이 걸린 중차대한 문제인만큼, 거기에 걸맞는 충분한 명분과 타당성이 존재해야함은 물론이다.

문제는 현재 목포·무안 간에 논쟁을 벌이고 있는「무안반도통합」을 놓고 볼 때 앞에서 언급했던 시군통합의 명분과 타당성이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고 보느냐 하는 것이다.

먼저 무안군의 현재 형편이 자치단체로서 존립이 힘들 정도로 자립기반이 취약하고, 미래의 전망이 비관적이라고 인정할 수 있는가? 삼척동자가 생각해도 결코 그것은 아닐 것이다.

어느 한 가지라도 현시점에서 무안군민들이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명분과 타당성에 딱 맞아 떨어지는 요소가 없다.

도농 통합이 이루어진 지역과의 비교

통합을 이루어 낸 다른 지역의 사례를 살펴보고 비교해 보자.

[나주시]
본래 나주군에 속했던 나주읍, 영산포읍을 하나로 묶어 시로 승격시켰다가 본래대로 원상복귀한 케이스다.

시와 군으로 분리되어 있을 때에는 나주시지역을 중심에 두고 나주군 지역이 도너스형태로 둘러싸 감싸고 있는 형국이었다. 나주시는 뻗어나갈 공간이 없어 독자적으로 미래의 비젼을 세울 수 없었고 나주군은 군대로 지역의 구심점이 없는 농촌지역만 가지고는 독자적인 발전을 기대할 수 없었다.

무엇보다도 역사적, 문화적으로 한 뿌리에 속한 두 지역이 기형적으로 분리되었다가 다시 원상복귀 된 것이다.

[순천시]
순천시, 승주군이 통합된 배경과 명분도 나주시의 경우와 흡사하다. 승주군은 순천시의 영향권을 벗어나 독자적으로 성장해 나갈 수 있는 전망이 대단히 비관적일 수밖에 없었다.

오랜 세월동안 순천시에 군청이 소재했고, 주민생활권과 문화권이 순천시에 속했으며, 지역의 구심점이 없어 지역개발 전략면에서도 순천시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광양시ㆍ군]
광양제철소가 건립되면서 본래 광양군에 속했던 일부지역을 분리하여 동광양시를 설치했다가 다시 본래대로 원상복귀한 경우이다.

통합되기 이전에 동광양시는 재정자립도가 100%에 근접할 정도인데 비하여 광양군은 10%대에 머물러 군지역은 시지역에 비하여 지역발전과 주민복지 등 모든 분야에서 격차가 지나칠 정도로 열세에 놓이게 되었다.

상대적 박탈감과 위기의식을 느낀 광양군 측에서 오히려 동광양시측을 설득하여 통합을 이루어 냈다.

[여수시 3여]
4차례 걸친 주민의견조사를 실시하는 등 천신만고 끝에 통합을 이루어낸 사례이다.

여수시, 여천시, 여천군 등 3여중에 여수시와 여천군은 통합에 찬성했으나 재정자립도가 80% 이상으로 높고 한참 지역발전이 가속도를 더해 가는 시점에 있었던 여천시가 적극 반대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여수시와 여천시간에는 행정구역의 경계를 알아보기 힘들정도로 도심지역이 하나로 붙어 버렸다. 여천시도 구역의 대부분이 공해가 많은 공업단지가 자리잡고 있었고, 미래를 향해 뻗어나갈 구역이 비좁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여수시와 여천시의 비좁은 행정구역, 재정력의 공유, 여천군의 취약한 자립기반을 상호 보완하는 명분과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서 결국 통합을 이루어냈다.

기존의 통합지역들을 살펴보았듯이 도농통합에서 농어촌지역이 속한 군 지역은 공통적으로 자립능력이 취약한 형편에 있었고, 미래의 전망이 자치단체로서 독자적인 존립과 번영을 기대할 만큼 희망적이지 못했다.

희망찬 미래 향해 도약하는 무안

무안군은 그 어느 때보다도 찬란한 미래의 희망에 부풀어 있다. 전라남도 도청소재지이면서 국제공항의 시대가 개막되었고, 그 역사적 시발점에서 이제 막 희망찬 전진의 가속도를 더해가기 시작했다.

전라남도 행정수도요, 호남을 대표하는 국제교류의 거점도시로 성장해 나갈 충분한 여건을 확보했다. 특히 무안은「도청소재지」라는 위상만 가지고도 전라남도의 제1도시로 성장할 요건을 구비했다고 할 수 있다.

경남의 도청소재지 창원시는 부산에서 경남도청을 창원으로 이전할 당시 만해도 현재의 무안처럼 농촌중심의 낙후된 군 지역에 불과했다. 당시 경상남도의 중심도시는 마산시였다.

현재는 어떻게 되었는가? 창원시는 경상남도의 중심이 되는 국제적 도시로 성장했고, 마산시는 창원시의 위상에 크게 못 미치는 작은 도시로 밀려나고 말았다.

장차 무안시도 도청소재지라는 조건하나만 가지고도 전라남도 제1의 도시로 우뚝 설 잠재력을 갖추게 된 것이다. 거기에다가 국제공항이 활성화되고 기업도시건설이 본격화될 경우 무안의 미래에 대한 발전전망은 지금 우리가 상상하는 정도를 크게 뛰어 넘을 것으로 본다.

내적으로 산적한 과제에 역량 집중할 때

무안군은 현재 지역발전의 새로운 역사를 창조해 나가는 시발점에 서서 잠시도 머무적거릴 여유가 없을 정도로 수많은 과제들이 산적해있다.
통합이라는 변수로 인하여 이 모든 계획과 과업들이 지장을 받아서는 안 된다.

만약 목포시와 무안군 간에 통합이 이루어진다고 가정해 보자.

지금 무안군이 진행하고 있는 목전의 당면과제들은 뒷전에 밀리거나 변질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공무원집단의 엄청난 변화와 통합에 따른 방대한 후속조치들로 행정공백이 상당기간 지속 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무안군이 진행하고 있는 각종과업들과 관련하여 양 지역간의 견해와 이해관계의 충돌이 불가피해질 것이다. 

기존의 통합지역과는 근본적으로 양상이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제반시책이나 지역개발에 대한 이해집단과 압력세력이 다양해지고 막강해질 것이며, 지역간ㆍ계층간 대립과 갈등요인이 광범위해 질 것이다. 인적, 물적, 정치적 세력이 월등한 목포시가 통합시의 주도권을 갖게되고 무안군은 거기에 종속적으로 끌려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한 현실을 무안군민들이 너무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통합이라는 말만 나와도 흥분하고 분을 참지 못하는 것이다.

사실 왜곡하고 감정 자극하는 선동 삼가 해야

십 수년전 시군통합이 처음 추진될 때만해도 중앙집권 시대였고, 막강한 힘을 가진 중앙정부가 직접 지휘봉을 들고 강압적인 힘으로 통합을 밀어 부쳤다. 거기에 대항하여 끝까지 통합을 저지했던 무안군민들이다.

그때 당시는 도청소재지로 결정되기 이전이고, 지역의 비전이 지금처럼 찬란하지도 못해서 나름대로 통합의 타당성이 인정되기도 했다.

그런데 지금은 비교도 안될 만큼 지역의 여건이 호전되었고, 위상도 커졌으며, 중앙정부가 직접 나서 줄 입장도 될 수 없는 지방자치시대이다. 무안군이 자발적으로 통합하자고 나서는 일이 있기 전에는 목포시가 아무리 발버둥쳐도 통합이 성사될 수 없다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통합 찬· 반 여론의 대립을 부추기는 논리와 선동적 루머들이 난무하고 있다는 것도 가슴 아픈 현실이다.

떠도는 말들 중 일부는「남악신도시는 목포시 경계에 붙어 있어서 사실상 목포시에 속한 것과 다름없고 무안군은 겉만 도청소재지이지 아무런 실속이 없다. 남악신도시만 분리해서 시로 승격한다더라, 그렇게 되면 무안군은 껍데기만 남게 되므로 목포시와 통합을 하여 미래를 기약해야 할 것이다」등등이 있다.

남악신도시가 목포시경계에 위치했다해도 남악신도시(옥암지구별도)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무안군민이다.

무안군은 인구증가에 따라 국가로부터 받는 지방교부세가 증액되어 무안군의 재정력이 커지게 되어 있다. 남악신도시에 입지한 도청청사를 비롯하여 모든 건축물들은 무안군에 세금을 내고, 모든 영업행위와 인허가 사항들이 무안군의 관할권에 속한다.

무안군의 인구증가와 재정규모의 증대는 그 커지는 규모만큼 군 전역의 개발과 주민복지에 보다 많이 지원되고 투자될 것이다. 그만큼 다른 시군에 비하여 지역발전의 속도가 빨라지는 것이다.

무안군의 시 승격이 시급하다

남악신도시만 분리하여 시로 승격시킨다는 발상은 행정구역에 대하여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만들어 낸 발상이다. 행정구역의「통합」과 마찬가지로 행정구역「분리」 또한 똑같은 법적절차를 요한다. 다시 말해서 남악신도시를 분리하여 시로 승격시키는 문제도 주민투표에 부쳐야 하는 것이다.

남악신도시에 아파트와 공공기관 청사, 기업건물, 빌딩 등이 속속 건립되고 인구유입이 가속화되면서 조만간에 인구 5만명이 넘어서게 되어 시승격의 요건을 갖추게 될 것이다.

국제공항 주변에 언제부터인가 배후도시가 형성되기 시작하고 곳곳에 기업투자의 물꼬가 터질 것이다. 그로 인하여 무안군 전역에 도시적 행정수요 내지 민원이 급증할 것이다.

늘어나는 도시행정수요를 감당하고 새로 유입되어 들어오는 시민들에게 지역에 대한 애착을 갖고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해주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존의 농촌행정 위주의 군 단위 행정기구만 가지고는 여기에 효율적으로 대처해 나가기 힘들 것이라고 생각된다. 따라서 늦어도 차기 자치단체장 선거 때에는「무안시장」을 선출할 수 있도록 그 이전에 무안군을 시로 승격시켜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무안의 대외적 위상을 높이고, 내적으로는 행정의 전문성과 효율성을 높여 새로운 역사창조의 시발점에서부터 시행착오가 발생되지 않도록 대비해야 할 것이다.

장기적 안목 가지고 광역 지역통합방안을 모색하자

거듭 강조하지만 무안군이 현재 처한 상황과 무안군민이 갖고 있는 통합에 대한 인식과 의식의 성향을 고려해 볼 때 목포ㆍ무안간의 통합 가능성은 희박하다.

따라서 현재 진행되고 있는 소모적인 무안반도 통합논의는 중단하는 것이 옳다. 그 대신 현재 목포시가 안고 있는 고민과 통합을 통해 해결하고자 하는 과제들은 좀더 넓은 안목을 가지고 미래지향적으로 대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접근이 가능한 것부터 단계적으로 실현해 나가는데 지혜와 역량을 모아가야 한다고 본다. 장차 무안시가 명실상부하게 전라남도의 행정수도로서 그리고 국제도시로서 그 위상을 갖추게 되고, 목포시에 인접한 영암·해남 등의 위상이 크게 향상되어 자족적 발전역량이 구축되었을 때 서남권 일대를 포괄하는「광역적 통합」을 화합과 축제분위기 속에서 이루어 내는 것이다.

전남 동부권에서 오래 전부터「광양만권 통합」이라는 목표를 세우고 그 단계적 실천 전략을 마련하여 이미 실행에 옮기고 있으며, 활발한 토론을 통해 공감대를 조성하고 추진력에 가속도를 더해가고 있음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꼭 행정구역을 넓히지 않고도 목포시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시민소득을 증대시키며, 고품격의 도시환경과 문화를 발전시켜 나갈 수 있는 대안들이 얼마든지 있다.

앞으로 무안지역에 위치한 남악신도시 및 국제공항의 활성화, 갖가지 지역개발과 도시발전의 혜택은 많은 부분을 목포시가 공유할 것이다.
이러한 주변지역의 발전전망을 진단하고 예측하여 목포시가 주변지역 개발의 성공적 추진을 지원ㆍ협력하고 그 시너지 효과를 공유하는 발상과 전략이 필요하다.

이제는 미래를 내다보면서 서남권이 하나가 되는 원대한 이상과 목표를 세우고 단계적인 실천전략을 마련하여 지금부터 차근차근 실현해 나가는 지혜가 필요할 때다. 그러기 위해서는 서남권의 전체가 긴밀히 상호협력 체제를 구축하고 공생ㆍ공영하는 공동체 문화를 창조해 나가는 성숙한 자세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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