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밥에 소주 한잔, 인심 보태져 금상첨화
신분 평등, 메뉴‘선지국밥’뿐
정성 담아 십 수년 장사, 유명세 톡톡
공무원, 젊은여성등 남녀노소 북적 자리 없어 하소연
5일장, 우시장 구경은‘덤’


“그저 오다가다 부담없이 누구나 먹을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집은 특별히 자랑거리가 없지만, 그날그날 들어온 곱창과 선지를 깔끔하게 손질하고 정성스럽게 음식을 만들다 보면 먹는 손님들도 제가 쏟는 정성을 알아주겠지요. 그래서 아마 손님들이 오시는 것 같아요”

일로읍에 외지인들이 들려 점심때면 신분 여하를 막론하고 찾는 식당이 있다. 3년전 도청이 남악으로 이전해 온 후부터는 도청 공무원들로 인해 점심때면 더욱 북적된다.

이는 맛은 일품인데도 가격(6,000원) 부담이 없고, 식당도 시골집 정겨움을 그대로 살려 운영되고 있어 체면 차릴 곳은 아니다는 것이 장점이다.

예나 지금이나 이곳 식당은 5일장(1·6일) 날이면 앉을 자리조차 없을 만큼 북세통을 이룬다. 더구나 우(牛)시장까지 열리면서 연중 손님이 끊이지 않다 보니 점심시간에 몰리는 손님들을 맞이하기 위해 사장 장영자 씨와 딸 3명이 함께 고무장화까지 신고 주방 일을 돕는다.

일로읍 5일장터 안에 소재한 <옛날장터 선지국밥집>(사장 장영자)이 바로 맛집이다.

이 집은 메뉴가 다양하지도 않다. 단 하나‘선지국밥’이 전부지만 관내 60이상의 나이든 어른들은 모르는 사람이 없다. 누구나 한번쯤은 들러 선지국밥을 먹었던 곳이기 때문이다.

지난 16일 일로 5일장을 찾아 오랜만에 재래시장의 사람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60·70이상된 할머니들이 직접 재배한 각종 채소를 비롯해 잡곡전을 노상에 진열해 놓고 손님과 흥정하는 모습은 도시에서는 찾아 볼 수 없는 사람살이 냄새이다.

“이리와 봐 싸게 줄게”

천원어치 팔면 300원 이익인데 깎아 달라면 못 이기는 척 100원 깎아 주고“안 남는다 손해다”흥정싸움 해봐야 그게 본전. 이리저리 시장 구경을 돌다 정겨운 사람을 만나면 손잡고 들어가“국밥에 소주한잔 주시오”하고 외치는 곳이‘옛날선지국밥’집이다.

그 동안 각종 방송매체에도 수 없이 촬영해 갔고, 신문 기사화도 되어 유명세를 타고 있지만 소문난 집과는 달리 정작 식당안으로 발을 들이면 주방과 맞붙여진 테이블 하나, 방 두개. 집에서 사용하는 밥상 6개가 전부이다.

안내도 없이 그냥 먹고 싶은 자리에 앉아 국밥 갯수만 알려주면 알아서 척척∼  식당이 좁다보니 행여 늦장을 부리며 먹고 있으면“다 드셨으면 일어나요. 다음 분이 기다리고 있어요”주인의 재촉 목소리에 마지못해 자리를 뜨게 된다. 투박하고 뻣뻣(?)한 말투만 오고 갈 뿐 일반 식당에서 받아 온 친절서비스를 기대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이런 말투가 오히려 시골장의 사람살이 맛을 돋궈 주고, 정성을 다해 빚어내 놓은 밑반찬과 선지국밥의 후덕한 인심이 더해져 끼니때면 젊은 아가씨들을 비롯해 남녀노소가 따로 없다.

선지국밥집에 들어서면 세 번 놀란다. 곱창·선지국물냄새에 한번, 맛깔스럽게 버무려 나온 부추무침에 두 번, 밥공기가 아닌 국 담는 프라스틱 그릇에 듬뿍 담겨 나오는 하얀 쌀밥에 세 번 놀라 자기도 모르게 입속에서는 고여진 침을 먼저 꿀꺽 삼키게 된다.

선지국밥에 부추무침을 듬뿍 넣고 양념으로 다진청량고추와 고춧가루를 기호에 맞게 섞어 한 입 넣으면 매콤하고 구수한 맛에 이마엔 금방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힌다. 여기에 걸죽한 막걸리 휘휘 저어 한 사발 함께 들이키면 금상첨화.

유경생(46 일로읍) 씨는“아들이 타지에서 대학을 다니는데 집에 오면 이 집에 들러 꼭 국밥을 먹고 간다”며“장날이면 사람들이 너무 많아 급하게 먹고 나와야 하는 불편함도 감수한 채 이 집 국밥을 먹는 이유는 깔끔하고 시원한 국물맛 때문이다”고 말했다.

일로읍에 시간을 내어 5일장도 구경하고 국밥까지 먹고 있으면 어느덧 情을 느끼게 되는 이곳을 다시 한번 찾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까.

● 박효진 기자 happy_3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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