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늑한 분위기, 저렴한 가격 맛은 일품
주인 부부 친절 더해져 음식 맛 두 배
‘함지박비빔밥’ 입이 쩍~ 미식가 군침
수제비, 어린이 돈까스 등 메뉴 취향 따라

맛 찾아 요리조리

무안읍에서 현경면을 경유해 해제방향으로 가는 지방도 24호선을 가다보면 왼편에‘시인과 바다’라는 입간판이 보이고 그 곁에는 허름한 초가집이 덩그렇게 서있다.

입간판 자체가 언뜻 듣기에도 감성적이고, 웨밍웨이 소설의‘노인과 바다’연상 이미지도 들지만‘시인과 바다’는 사뭇 다르다. 안마당 같은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시인과 바다’사립문을 열고 들어서면 도깨비 집을 연상할 만큼 어둡고 허름하다.

하지만 자리를 찾아 앉아 눈을 돌리면 바로 앞에 바다가 보이고, 실내 장식도 무질서 속에 질서가 담겨 있어 아늑함을 곧 느끼게 된다. 바다는 시간에 따라 만조 때는 호수같은 느낌을, 간조 때는 갯벌의 생명을 느낄 수 있어 감성지수가 남다른 사람은 창밖 풍경을 보면서 자작시 한 수라도 나올 듯도 싶다.

이 때문에 이곳‘시인과 바다’에는 사람의 흔적이 유독 낙서로 많이 묻어 새겨져 있다. 외로움과 정겨움이 교차하면서도 허름한 실내 장식의 운치가 마치 시골 헛간 느낌도 없지 않지만 마냥 사람이 그리워진다.

낙서에는 사랑고백에서부터, 가족 나들이, 친구간 우정, 약속 등이 빼곡이 장식돼 있어 이를 읽다보면 혼자 있어도 지루하지가 않고, 또 내 흔적을 남기지 않으면 이곳에 올 의미가 없는 것처럼 감성 분위기로 승화된다.

여기에 서민음식이 곁들여 지면 금상첨화. 이곳‘시인과 바다’의 메뉴로는 각종 차종류에서부터 먹거리로 함지박비빔밥, 바지락 수제비와 칼국수, 아이들을 위한 돈까스, 그리고 김치볶음밥, 갈치찜과 돌솥비빔밥, 조껍질 동동주등 메뉴가 다양하다.

이 중 맛깔스러운 함지박비빔밥(통나무를 파서 큰 바가지같이 만든 전이 없는 그릇)은 단연 일품이다. 스테인레스 수저가 아닌 나무수저로 함지박 비빔밥을 비벼 한입 담으면 가까운 벗에게도 자랑하고 싶을 만큼 담백한 느낌이 든다.

주변 경관 정취에 반해 외국인들도 줄곧 찾아 즐겨먹는다는 함지박비빔밥은 주인 홍기님씨가 직접 만든 매실 장아찌와 고추무름을 함께하면 그 맛은 어디에도 비견할 바 아니다.

각종 나물과 채김치, 다진 소고기, 계란후라이, 고소한 참기름과 사장님표(?) 고추장이 한데 어우러져 구수하고 담백한 맛이 일품이다. 2인분이상 주문이 가능하지만 2인분이면 3명도 거뜬히 먹을 수 있는 충분한 양에 가격은 만원으로 저렴하다.

비빔밥 속에 들어가는 사장님표고추장은 일반 고추장을 사용하지만 그 속에 양념만큼은 주인의 특별한 노하우가 숨겨져 있다. 재료를 소개해 달라는 말에“다른 건 비밀이고 사골국물을 24시간 이상 우려내어 고추장안에 섞어 갖은 양념과 함께 다시 한번 끓여내기 때문에 깊은 맛이 더 할 겁니다. 그리고 고추장이 너무 대면 비비기 힘들기 때문에 약간은 질척이게 만들어야 합니다”홍씨의 자랑이다.

이곳을 종종 들린다는 주현종(30, 해제면)씨는“일단 음식이 맛있고 가족이 함께 와서 배불리 먹어도 부담스럽지 않으며 아이들이 시끄럽게 떠들어도 눈총이 없어 자주 들르는 외식 음식점이다”며“후식으로 커피도 나오고 주인아저씨를 조르면 가끔 전통차도 마실 수 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공환수(59), 홍기님(50)씨 부부가 알콩달콩 꾸려가고 있는 이곳‘시인과 바다’는 비나 눈이 내리는 날이면 입소문을 듣고 찾아오는 연인들의 발길이 유독 많다고 한다. 특히, 점심시간에는 관내 직장인들이, 밤시간 대에는 가족단위 손님들이 많아 가격부담 없이 언제든지 편안하게 먹고 갈 수 있다. (시인과 바다 ☎061-452-8098)

● 박효진 기자 happy_3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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